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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몸만 빠져 나왔는데 또…" 할머니의 눈물

"겨우 몸만 빠져 나왔는데 또…" 할머니의 눈물
입력 2020-08-03 20:23 | 수정 2020-08-03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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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이번 폭우로 유독 피해가 컸던 지역 중 하나가 바로 경기 남부 지역입니다.

    저수지 둑이 무너지고 산사태로 집이 쓸려 내려가는 등 크고 작은 피해가 잇따랐는데요,

    일부 지역에서는 긴급 복구 작업이 진행되기도 했지만 다시 비가 내리면서 이재민들은 망연자실한 모습 이었습니다.

    조명아 기자가 경기 남부 지역 상황을 돌아봤습니다.

    ◀ 리포트 ▶

    경기도 안성시 일죽면에 있는 야산.

    산사태 직후 공중에서 촬영한 영상입니다.

    나무들 사이로, 거대한 흙더미가 할퀴고 지나간 길이 선명합니다.

    산 바로 아래의 양계장 건물은 쏟아져내린 토사의 위력을 보여주듯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입니다.

    참사의 현장을 하루 만에 다시 찾아갔습니다.

    뿌리채 뽑혀 나간 고목들이 여기 저기 흩어져있고…

    9백 미터를 쓸고 내려온 산사태 여파로 부서진 양계장과 주택, 비닐하우스는 여전히 방치돼있습니다.

    갑작스런 폭우로 지반이 약해지면서 이곳 산중턱에 있던 주택은 토사물과 함께 아래쪽으로 쓸려내려갔습니다.

    마을은 마치 유령도시처럼 텅 비어 있었습니다.

    산림청과 경기도는 추가 붕괴 위험에 민간인들의 출입을 통제하고 산사태 원인 조사 등에 나섰지만, 그칠 줄 모르는 빗줄기에 복구는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6.5톤의 농업용수를 품고 있던 경기 이천시 율면의 산양저수지.

    10m 높이의 제방은 힘없이 무너졌고 지금은 저수지였는지조차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농로는 붕괴돼 마치 계곡처럼 변했고, 주택과 축사 등은 처참히 부서졌습니다.

    [산양저수지 인근 주민]
    "안 되겠다 싶어서 우리 식구들을 올려보내고 물이 자꾸 불어나서 여기로 흘러오더라고. 아, 물이 터졌구나…"

    순식간에 빗물이 차올랐다 빠지면서 집 안은 진흙 투성이가 됐습니다.

    노구를 이끌고 잔해를 뒤져보지만 멀쩡한 살림살이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닦고 또 닦아보지만 하루아침에 초토화가 된 삶의 터전에 이재민들은 망연자실했습니다.

    [박정자/이천시 율면]
    "지금 말할 수 없는 거지. 죽지 못해 하는 거지 이게… 진짜 살려니까 진짜 살려니까 하는 거지, 누가 해 이거를…"

    배수 작업도 채 끝내지 못했지만 또다시 시작된 장맛비에 마을 주민들은 종일 마음을 졸였습니다.

    저수지가 무너진 마을의 입구입니다.

    오후들어 다시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하면서 오전 한때 진행된 수해복구 작업이 모두 중단된 상태입니다.

    오갈 곳 없는 이재민들은 곳곳에 임시로 마련된 대피소에 하나둘 짐을 풀었습니다.

    삽시간에 집을 덮친 물폭탄에 몸만 겨우 빠져나왔다는 80대 할머니는 다시 비가 내린다는 소식에 할 말을 잃었습니다.

    [권차순/안성시 죽산면]
    "집도 다 고쳐야되지. 장독대고 뭐고 하나도 없어 집이. 다 떠내려가고. 지금 손자 얼굴도 그저께 보고 못 봤어. 어디 가 있는지 몰라 지금…"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과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수해 지역을 돌며 피해 상황을 점검했습니다.

    주말 동안 내린 집중 호우로 경기도 지역에서 발생한 이재민만 330여 명.

    모레까지 큰 비가 예보돼있어, 복구가 언제 시작될지조차 알 수 없는 상황에 피해 주민들의 가슴은 타들어가고 있습니다.

    MBC뉴스 조명아입니다.

    (영상취재: 김희건 / 영상편집: 김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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