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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 충분하다더니…투기심리 자극 우려 없나?

공급 충분하다더니…투기심리 자극 우려 없나?
입력 2020-08-04 20:12 | 수정 2020-08-04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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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정부가 서둘러서 이번 공급대책을 내놓은 데엔 여론의 영향이 컸습니다.

    그동안 부동산 대책을 발표할 때마다 "공급 대책이 빠진 반쪽 대책이다", "공급안이 없어서 집값을 못 잡는다".

    이런 비난이 들끓었기 때문인데요.

    그렇다면 '공급'은 집값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지, 또 이렇게 계속 공급을 늘려가면 부동산 시장이 안정될 수 있는 건지, 박종욱 기자가 짚어 봤습니다.

    ◀ 리포트 ▶

    불과 3주 전, 7·10 대책 직후만 해도 공급에는 문제가 없다는 게 정부 입장이었습니다.

    [김현미/국토교통부 장관(7월 14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지금 현재 주택 공급이 부족하지 않습니다. 연간 지금 서울에서는 4만호 이상 아파트가 공급되고 있고요."

    하지만 집값이 좀처럼 진정되지 않는 가운데, 재건축 완화 등의 공급안이 빠져서 그렇다는 질타가 이어지자, 정부는 다시 한번 급하게 공급 대책을 내놨습니다.

    수요가 많으니 공급을 늘려야한다는 일반적인 시장원리를 따른 건데, 부동산만큼은 일반적인 수요-공급 법칙에서 예외라는 반론이 만만치 않습니다.

    실제 지난 9년간 서울 아파트 준공실적을 보면, 서울 집값이 바닥을 치던 시기의 공급량보다 오히려 가격이 크게 오른 2018년 이후 공급량이 월등히 많았습니다.

    수요-공급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게 아니라, 집값이 오르면 수요를 폭발하게 해 공급을 부족하게 만든다는 겁니다.

    [정세은/충남대 경제학과 교수]
    "특정 지역이 인기가 많다고 해서 그 지역에 공급을 늘린다거나 이렇게 하면, 다른 지역의 수요까지도 이 지역으로 몰려와 버리기 때문에 그 지역의 균형은 아무리 해도 메꿀 수가 없는…"

    특히 그동안 꾸준히 늘려온 공급이, 실수요자들에게 돌아가지 않았다는 점도 눈여겨봐야 합니다.

    지난 1995년 이후 주택수는 2배 넘게 늘고, 주택보급률도 30%P 가량 증가했지만, 자가보유율은 큰 변동이 없었습니다.

    더 명확한 통계도 있습니다.

    경실련 분석에 따르면, 2008년 이후 10년간 공급된 주택 489만호 가운데 절반 이상은 다주택자가 사들였습니다.

    특히 이 기간 상위 1%가 가진 집은 3.5채에서 7채로 두 배 늘었습니다.

    결국 공급이라는 게, 실수요를 충족시켜 시장을 안정시키기보다 투기 심리만 자극할 수 있다는 얘깁니다.

    [이태경/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시장 참여자들이 이걸 오해할 수 있어요, 이 신호를… '(정부가) 정말 공급이 부족하다는 걸 인정하는 거다. 지금부터 가격이 더 오르지 않을까'라고 해서 투기 심리가 다시 한 번 발화할 수도 있어요."

    갈수록 비대해지는 서울.수도권이 인구유입을 부르고, 그래서 집이 또 부족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보다 근본적인 고민도 있습니다.

    따라서 이제는 공급 자체를 선이나 목적으로 볼 게 아니라, 어떤 집을 누구에게 어떻게 공급할 것인지 보다 근본적이고 세심한 고민이 필요해보입니다.

    MBC뉴스 박종욱입니다.

    (영상취재:김동세·윤병순/영상편집:배윤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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