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진입로가 끊어지면서 마을 자체가 고립된 곳도 많습니다.
충북 충주의 한 마을은 전기와 통신, 물까지 끊겼다고 합니다.
비가 잠시, 소강 상태를 보인 사이 사흘 만에 길이 열렸다고 하는데요.
이지현 기자가 명암 마을에 다녀 왔습니다.
◀ 리포트 ▶
충북 충주의 한 마을입니다.
유일한 진입로가 진흙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일반 승용차로는 들어갈 엄두도 내기 어렵습니다.
진흙길을 벗어나자 여기저기 나무가 쓰러져 있습니다.
전선에까지 걸린 잡초는 물이 어디까지 차올랐었는지를 짐작케 합니다.
[제재선/인근 주민]
"(집에서) 나와 보니까 벌써… 차를 빼려니까 도로가 꽉 다 차고 여기까지 온 거야. 그다음에 30분, 40분 있으니까 이 밭, 저 위에까지 50cm 거기까지 차서…"
마을이 가까워질수록 진입은 더 어렵습니다.
마을 입구의 다리 두개는 물에 완전히 잠겼다가 얼마 전에야 모습을 드러냈는데, 그나마 다리 상판의 아스팔트는 심하게 뜯겨져 나갔습니다.
사흘 만에 물이 빠지면서 다리가 드러나긴 했지만 이렇게 가는 길 내내 잠기고 부서져 진입은 여전히 힘듭니다.
다리 건너편, 23가구 40여 명이 사는 작은 마을에 접근하려면 마지막엔 걸어갈 수 밖에 없는 겁니다.
[장보현/마을 이장]
"일요일 아침에 집중 호우가 내려서요. 그때부터 갇힌 거죠. 저희는 그동안 물 하나 받기도 힘들었고…"
사실상 반 고립상태라 면사무소는 구호물품을 중장비로 전달합니다.
굴착기 바구니에는 라면과 생수 등 생필품이 차곡차곡 실려 있습니다.
구호품이 도착한 마을은 쑥대밭입니다.
길목을 막은 토사 더미를 중장비로 계속 치워도 주택가를 뒤덮은 돌 무더기와 흙은 끝도 없습니다.
산 아래 주택은 외벽을 부수고 토사가 안까지 밀려 들었고, SUV 차량은 15미터를 떠내려 가 뒤집힌 채 박혀 있습니다.
[이연복/목격자]
"위에서 '꽝' 소리가 나는 거야. 여기 사장님 돌아가셨다고 우리가 그랬는데. 침대에 누워있다가 한 3미터를 그냥 밀려 나가서… 안 그랬으면 죽었다 하더라고요."
전주까지 뽑히고 쓰러지며 전기와 통신, 물까지 뚝 끊긴 상태.
마을 안에서는 메신저를 하거나 전화를 걸려 해도 쉽게 신호가 잡히지 않습니다.
자녀들은 부모 안부가 궁금한데, 연락할 길이 없었습니다.
통신을 연결한다해도 배터리를 충전할 방법도 없습니다.
[정연옥/마을 주민]
"이거 이제 (배터리) 약이 없어, 아예. 전기가 나갔으니까 충전을 못 시키잖아? 궁금하지, 나는 막 혼자서 어떻게 할 수가 없지…"
사흘 만에 간신히 도보로나마 마을 길이 열리긴 했지만 주민들은 마땅히 갈 곳이 없어 대부분 그냥 마을에 머물기로 했습니다.
MBC 뉴스 이지현입니다.
(영상취재: 천교화(충북))
뉴스데스크
이지현
이지현
고립된 지 '사흘'…'명암마을'에 가봤더니
고립된 지 '사흘'…'명암마을'에 가봤더니
입력
2020-08-04 20:25
|
수정 2020-08-04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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