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어제 경남 하동의 화개장터가 침수된 모습 전해드렸는데요.
물이 빠지면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흙탕물로 뒤범벅돼 성한 곳이 없는 삶의 터전 앞에, 주민들은 "건질 게 아무것도 없다"며 망연자실했습니다.
정영민 기자가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 리포트 ▶
물이 빠지면서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 경남 하동 화개장터.
장터 길목 식당에서 경찰 대원들이 빙수기와 식기 세척기를 끄집어 냅니다.
바로 옆 녹차를 판매하던 공장은 아수라장이 됐습니다.
녹차 티백을 찍어냈던 기계부터 포장지까지 모두 물에 잠겨 복구할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김준희/녹차 공장 직원]
"기계고 뭐고 완제품이고 포장이고 전부 나가야 할 제품이 하나도 못쓰게 됐어요."
1층 건물까지 물에 잠긴 장터 안 피해 상황은 더 심각했습니다.
최근 리모델링한 이 식당은 숟가락까지 흙탕물로 뒤범벅돼 성한 물건이 없습니다.
성수기를 맞아 쌀과 채소 등 미리 사 놓은 식자재는 못쓰게 됐습니다.
[배정자/식당 주인]
"아무것도 쓸 게 없어요, 아무것도… 보시면 아시잖아요. 건질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요. 사람만 건졌어요."
화개장터 중앙에는 새벽부터 상인들이 내다 놓은 대형 냉장고부터 식탁, 식자재까지 침수된 물품들이 수북이 쌓여 있습니다.
상인들은 하나라도 더 건져보려고 안간힘을 써보지만 건진 것보다 버리는 게 더 많습니다.
[박상곤/사천 의용소방대 연합회장]
"전부 복구하려고 하면 시간이 걸릴 것 같은데 우리는 오늘도 하고 내일도 또 올 것입니다. 그래서 같이 일손을 모아서…"
강물이 휩쓸고 지나간 섬진강 주변은 처참했습니다.
1층짜리 궁도장 건물 3동이 급류에 못 이겨 구석에 처박혔고 운동기구도 못쓰게 됐습니다.
강변에 심어놓은 농작물 피해도 잇따랐습니다.
물 빠진 녹차밭을 비롯해 감나무와 배나무까지 온통 흙탕물로 뒤덮였습니다.
제가 서 있는 이곳 녹차밭 4헥타르가 이번 비 피해로 모두 침수돼 수확을 앞둔 녹차는 못 쓰게 됐습니다.
[이덕주/녹차 피해 농가]
"가공시설 자체는 지금 전혀 못쓰게 됐거든요. 그래서 내년 생산까지 지장이 있는 거죠."
하루 동안 4백 밀리미터의 물 폭탄이 쏟아진 경남 하동에선 건물 300여 동이 침수되고 40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하는 한편, 농경지 70여 ha가 침수 피해를 입은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MBC뉴스 정영민입니다.
(영상취재: 김장훈(경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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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정영민
물 빠진 화개장터 '곳곳이 초토화'…"건질 게 없다"
물 빠진 화개장터 '곳곳이 초토화'…"건질 게 없다"
입력
2020-08-09 20:14
|
수정 2020-08-10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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