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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을 위한 은행은 없다'…창구 가면 '영업 대상'

'노인을 위한 은행은 없다'…창구 가면 '영업 대상'
입력 2020-08-10 20:35 | 수정 2020-08-10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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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업무가 생활 전반에 자리를 잡으면서 은행들도 점포를 빠르게 줄이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힘들어지는 건, 인터넷이나 모바일 금융이 익숙하지 않은 노인 고객들인데요.

    아무래도 은행에 직접 가는 일이 많다 보니까 은행의 주된 영업 대상이 되기도 하고, 불완전판매 피해를 보는 경우도 많습니다.

    강나림 기자가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올해 칠순인 김희덕 할아버지가 인터넷 강의를 보면서 모바일뱅킹 사용법을 공부합니다.

    [김희덕(70)/서울 도봉구]
    "(모바일뱅킹이) 모든 게 우대가 되더라고요. 그것 때문에 하는 것도 좀 있어요, 우대 좀 받으려고. 수수료가 상당히 차이가 나더라고…"

    열심히 배워도 막상 하려면 영 어렵다 보니 여전히 중요한 업무는 은행에 가서 보게 됩니다.

    [김희덕(70)/서울 도봉구]
    "거의 대면이 아무래도 지금도 한 60% 되는 것 같아요. 가서 서명하고 대출하고… 손해 보는 게 많은 것 같아 젊은 사람들하고 경쟁이 안 돼…"

    하지만 최근 은행 점포가 빠르게 줄다 보니 은행 가는 것도 전만큼 쉽지 않습니다.

    서울 상도동의 빈 상가.

    한 시중은행이 있던 자리인데 작년에 없어지고 900m 떨어진 지점으로 통합됐습니다.

    [김순복(74)/서울 동작구]
    "불편하죠. 우리 같은 사람들은 불편해요. 인터넷을 이용 안 하니까, 이런 은행이 우리는 필요한데…"

    [서울 동작구 주민]
    "멀지 상당히. 엄청나게 멀지. 늙은이들이 뭘 그런 걸(모바일뱅킹) 할 줄 알아. 그거 하면 편리한데 할 줄 모른다고 노인들은. 그러니까 은행 멀어도 거기 찾아가는 거야."

    요즘 고객들 대부분이 스마트폰으로 간편하게 은행업무를 보는 데다, 코로나19로 은행 방문객이 더 줄면서, 가뜩이나 비용 절감을 위해 점포를 줄여오던 은행들은 더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4대 시중은행이 올해 상반기에만 총 126개 점포를 폐쇄했는데, 작년 한 해의 1.5배에 달합니다.

    우대금리, 수수료 감면 등 각종 혜택이 비대면 금융에 집중되고 있지만 고령층에겐 남의 얘기.

    오히려 은행 직원과 자주 얼굴을 맞대다 보니 금융상품의 1순위 영업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김희덕(70)/서울 도봉구]
    "우리 같은 사람들한테는 여러 가지 부탁을 많이 하니까… 은행에서 젊은 사람들은 적금 잘 안 들잖아요. 나이 먹은 사람들이 되려 적금 안 들 나이인데도 적금 든다고. 다섯 개 이상은 드는데 겹치는 경우가 있는지도 몰라 우린 사실…"

    복잡한 금융상품에 대한 이해가 젊은층보다 떨어지다 보니 불완전판매의 피해자가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해외금리연계파생상품 DLF나 사모펀드인 라임과 옵티머스 등 최근 대규모 원금 손실 사태 피해 고객의 절반이 60대 이상이었습니다.

    70대 김 씨 부부도 30년 넘게 거래해온 은행에서 평소 잘 챙겨주던 직원 말만 믿고 DLF에 가입했다가 노후자금 4억 원을 날렸습니다.

    [김00(73)/DLF 피해 고객]
    "자식들도 안 하는데 (은행 직원이) 일본 갔다 왔다고 돋보기 안경 이런 걸 선물 주니까 얼마나 기특해요. 싹싹하게 하고 그러니까 '아유 참 이쁘다' 하고, '우리를 생각해서 저렇게 권하겠지' 그러고서…"

    이런 일을 겪고 나서도 김씨 부부는 여전히 인터넷뱅킹은 엄두가 안 난다며 은행에 가서 업무를 보고 있습니다.

    [김00(73)/DLF 피해 고객]
    "어떻게 은행이 사기를 이렇게 노인네들을 이렇게 할 수 있냐고 노인네들한테… (먹잇감이지, 먹잇감) 땅에 (노후자금을) 파묻을 수도 없고, 노인네들 살기 어려운 세상이야 지금…"

    갈수록 편리해진다는 '손 안의 금융' 시대.

    하지만 은행은 도리어 더 멀어지고 문턱은 더 높아졌다고 노인들은 호소합니다.

    MBC 뉴스 강나림입니다.

    (영상취재: 황성희 이지호 윤병순 / 영상편집: 정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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