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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루 열어보니 숨 붙은 강아지가…불법 안락사?

자루 열어보니 숨 붙은 강아지가…불법 안락사?
입력 2020-08-11 20:30 | 수정 2020-08-11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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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지자체가 위탁 운영하는 한 동물 보호소에서, 수 십마리의 유기견을 마취도 시키지 않고, 불법으로 안락사를 시켰다는 의혹이 제기 됐습니다.

    살아있는 상태로 생매장 될 뻔한 강아지도, 현장에서 구조가 됐습니다.

    신재웅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전남 보성군의 한 야산.

    보성군이 예산을 대고 운영을 맡긴 이른바 '동물보호소'에서 유기견 97마리에 대한 무더기 안락사가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1톤 트럭에 던져진 마대 자루 속에서 무언가가 꿈틀거립니다.

    꽁꽁 묶인 자루를 열자, 개들의 사체 속에서 태어난 지 얼마 안 돼 보이는 강아지가 고개를 흔들며 주변을 두리번거립니다.

    매립지에 산 채로 생매장 될 뻔했던 이 강아지는 극적으로 구조됐습니다.

    [유영재/비글구조네트워크 대표]
    "(안락사 후) 사망했는지 확인하는 작업도 굉장히 중요한 작업이에요. 확인을 하지도 않고 마대자루에 살아있는 생명을 넣었다는 자체가 그런 절차를 무시한 거고…"

    현장에서는 안락사 약물인 근육이완제 용기와 총처럼 생긴 대형 주사기도 발견됐습니다.

    개별 주사기가 아닌 개들을 무더기로 안락사 시킨 정황입니다.

    동물보호법은 안락사를 할 경우 고통을 줄이기 위해 마취제를 먼저 주입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런 과정은 생략됐습니다.

    마취제 없는 근육이완제 투여는 극심한 고통을 준다고 합니다.

    [명보영/수의사]
    "질식사라고 생각을 하시면 되죠. 호흡근이 마비가 되면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숨을 못 쉬기 때문에 고통스러운 '고통사'가 되는 거죠."

    그런데도 현장에서 안락사를 진행한 수의사는 마취제가 준비가 안 돼서 그랬다고 말합니다.

    [홍 모 씨/안락사 담당 수의사]
    "(마취제인) 졸레틸이 구비가 안돼서…"

    문제는 또 있습니다.

    법적으로는 다른 동물이 보는 앞에서 동물을 죽이는 행위를 하면 안 되지만, 현장엔 안락사를 위한 분리된 공간조차 없었습니다.

    보성군청은 "미흡한 점이 있었다"면서도 "동물보호소 직원 입회 하에 수의사가 약물을 투여했고, 다른 동물들이 볼 수 없는 별도 장소에서 안락사가 이뤄졌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개 한 마리가 살아 있었던 것은 개체 특성상 약이 잘 안 들었던 것 같다"면서 수의사 실수로 책임을 돌렸습니다.

    [보성군청 관계자]
    "(사람도) 똑같이 약을 맞더라도 마취가 안되는 부분이 있을 수도 있지 않습니까? 안 움직이니까 (포대에) 담았겠죠. 약이 잘 안들었던 경우지 일부러 그러진 않으니까요."

    하지만 '동물보호소'로 불린 이곳에선 예전에도 시설 부족을 이유로 마취 없이 고통 속에 유기견들을 버젓이 '살처분'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홍 모 씨/안락사 담당 수의사]
    "개가 사나운 경우에는 마취를 하고… (그럼 사납지 않은 개는 상관없이?) 석시콜린(근육이완제)을 쓰면 거의 몇 초 이내에 안락사가 되니까…"

    처참한 현장에서 홀로 살아남은 생후 3개월 된 강아지는 동물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동물보호단체는 법적 검토를 거친 뒤 다음 주 보성군청과 해당 동물보호소, 수의사를 고발할 예정입니다.

    MBC뉴스 신재웅입니다.

    (영상편집: 위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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