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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와 섞이긴 싫어"…부동산 대책도 막은 '구별 짓기'

"임대와 섞이긴 싫어"…부동산 대책도 막은 '구별 짓기'
입력 2020-08-12 20:24 | 수정 2020-08-12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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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아파트 단지 하나에 공공 임대와 일반 분양을 함께 짓는 걸 두고 어울 단지, 영어식 표현으로 소셜 믹스라 합니다.

    정부가 이달 초에 발표한 아파트 공급 대책의 큰 축 중 하나가 바로 이 어울 단지인데요.

    새로 짓는 단지의 세대 수를 늘려 주는 대신 그 중 일부를 임대 주택으로 하자는 겁니다.

    이걸 두고 일부 단지에서는 오히려 둘 사이 '구별 짓기'만 키울 거라고 반발합니다.

    그들의 반감이 어느 정도인지 조윤정 기자가 들어 봤습니다.

    ◀ 리포트 ▶

    50층까지 용적률을 높여주는 대신, 늘어난 물량의 절반은 임대나 공공분양으로 내놓게 한 공공재건축.

    대책 발표 일주일이 지났지만, 아직 참여하겠다는 아파트가 없습니다.

    강남 재건축 단지 주민들은, 공공재건축이 수익성도 낮지만, 임대 아파트가 많아지는 게 싫다고 말합니다.

    [A씨/강남 재건축 단지 주민]
    "내 돈 가지고 지금 돈 없는 사람들, 주택 해서 나눠주겠다는 거잖아요. 강북이나 저기 변두리 걸로 하지, 왜 하필이면 강남에서 제일 비싼 땅을 가지고…"

    또 다른 재건축 단지 주민도 노골적인 거부감을 드러냅니다.

    [B씨/강남 재건축 단지 주민]
    "임대주택이 많이 들어온다고 그러면 퀄리티가 떨어지잖아, 질이 떨어져. 그래도 이 자리가 강남에서는 제일 좋은 자리라고 생각들을 하는데…"

    태릉이나 상암, 과천 등 8.4대책에서 대규모 공급 부지로 선정된 지역 주민들은 반대 시위에 나섰습니다.

    주택 과밀, 교통 문제 등이 반대 이유지만, 인터넷 지역 카페에 들어가 보면 왜 우리 지역에 임대 아파트를 많이 짓느냐는 거부감이 그대로 나타나 있습니다.

    상암동에선 여당 의원과 구청장까지 "임대 비율이 이미 47%인데 또 짓느냐"며, 공개 반발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거부감을 없애기 위해 서울시는 지난 2003년부터 임대와 일반 분양을 한 아파트 단지에 섞어 공급하는 이른바 '소셜 믹스' 정책을 도입했습니다.

    이 정책, 잘 시행되고 있을까요?

    지난해 재건축을 마치고 입주한 강남의 한 아파트 단지.

    최고 33층 동들 앞에 6층짜리 두 개 동이 이질적으로 서 있습니다.

    얼핏 상가처럼도 보이는 이 동들은, 소셜믹스 정책에 따라 지은 임대 세대동입니다.

    [분양 주민]
    "우리가 한 집에 30억원이야. (임대동이 싫으면) 이렇게 오지를 말아야 돼 그러면…"

    또 다른 아파트 단지도, 유독 한 동만 외부 건물을 사이에 끼고 수백 미터 떨어져 있습니다.

    역시 임대동입니다.

    아파트 출입구도 달라, 소셜믹스의 취지가 무색합니다.

    [임대 주민]
    "(임대만 떨어뜨려놓은) 그런 느낌은 드는데, 어떻게 보면 편한 것도 있고 어차피 분리가 되어 있으니까…"

    하지만 다 이런 건 아닙니다.

    강서구의 이 아파트 단지는 임대 세대와 분양 세대를 같은 동에 마구 섞어놔, 구분이 불가능합니다.

    아파트 운동시설이나 도서관 등도, 분양세대-임대세대 구분 없이 이용합니다.

    [박선영/임대 주민]
    "낙인 찍혀 본다든가 그런 거 전혀 없거든요. 아이들도 같이 어울려 지내면서 동아리 활동 같은 것도 해서 전혀 그런 갈등 없어요."

    [백선희/분양 주민]
    "오히려 임대가 부러울 때도 있는 것 같아요. 조금 더 저렴하게 살 수 있는 건 큰 장점이라고, (임대나 분양이나) 다를 게 없는 것 같아요. 재벌이 아닌 이상 똑같지 않나…"

    임대세대가 어느 집인지 알 수 없게 해놓은데다, 임대세대의 비율이 다른 곳보다 높은 것도 한 요인입니다.

    [강신우/임차인 대표 회장]
    "결국 분양 쪽하고 임대 쪽하고 서로 협조잖아요. (협의) 결과가 안 나면 주민 투표를 붙여요. 주민들 의견에 따르니까 별로 부딪힐 일이 없어요."

    전문가들은, 재건축이나 재개발 이익은 공공재적 성격이 강하다며, 이에 대한 의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최은영/한국도시연구소장]
    "(용적률 상향은) 도로를 닦고 지하철을 놓고 해서 예전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이 그 땅에서 살 수 있기 때문인 것이거든요. 용적률이 내 거라는 이런 생각, 내 재산권이라는 그런 생각을 다 바꿔야 되는 거죠."

    서울 임대 주택 21만 4천 세대 가운데 소셜믹스는 6만 8천여 세대, 32%에 이를 정도로 늘었습니다.

    이제는 단순히 소셜믹스의 양적 확대에만 신경 쓸 게 아니라, 분양과 임대세대가 한 공동체로 어울릴 수 있도록 세심한 설계가 필요해 보입니다.

    MBC뉴스 조윤정입니다.

    (영상취재: 이향진 정용식 윤병순 영상편집: 유다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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