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속에서 살아 온 강아지들…"같이 살자" 사람 품으로

◀ 앵커 ▶

폭우로 무너진 건물 잔해 속에 묻혀있던 강아지들이 일주일 만에 기적처럼 구조됐다는 사연을 어제 전해드렸죠.

주인 없이 떠돌던 강아지들이었는데,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게 됐습니다.

김건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경기도 이천시 율면의 한 마을.

집중호우로 붕괴된 건물 밑단을 조심스레 파헤치자 하얀색 생명체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주민]
"어머 어떡해. 어머. 어머나. 알았어 알았어. 별로 다치지도 않았네. 하나 살았어. 이놈은 운좋게 살았다."

어미개가 새끼들이 있는 땅속을 향해 계속 울부짖었는데, 이틀동안 이렇게 네 마리의 강아지가 구조됐습니다.

길게는 여드레 동안 파묻혀 있었지만, 새끼들 모두 크게 다치진 않았습니다.

[이천시청 동물보호팀 관계자]
"한 녀석은 편안하게 자고 있고, 뭉쳐서 꼬물꼬물 거리고… 밥도 오늘 아침에 다 잘 먹고 다 건강하고…"

들과 산을 떠돌던 어미개와 새끼들은 구조 직후 동물보호센터로 옮겨졌는데, 입양 문의가 쏟아졌습니다.

첫 입양자는 32년째 경찰관으로 근무하고 있는 김영교 씨였습니다.

암 투병 중인 김 씨는 방송을 보고 새로운 희망을 얻어 입양을 결심했다고 합니다.

[김영교/첫 입양자, 경찰관]
"아 진짜 생명이 대단하다. 얘네들 진짜 누구보다도 대단한 애들이다. 쟤네를 보면서 내가 기운을 차리고… 내가 이 정도 못 버티겠냐. 네 그런 마음으로 오늘 분양하게 됐어요."

김 씨는 이런 의지를 담아 강아지들에게 이름을 붙여줬습니다.

[김영교/첫 입양자, 경찰관]
"하나는 '무병'이고 하나는 '장수'고. 그래서 '무병장수'. 그게 내 희망이기도 하고 재네들도 나하고 오래 살아야죠."

33년간 공직에 있다 2014년 퇴직한 조종철 씨 부부는 한 마리를 가족으로 맞이했습니다.

[조종철/전직 공무원]
"어미의 훌륭한 모성애를 그대로 닮았으면 좋겠습니다. 새로운 식구죠. 식구고. 같이 운동도 같이 하고 그러고 싶고…"

동물보호센터 측은 "남은 새끼 한 마리와 어미 개는 함께 입양되도록 할 계획"이라면서 “새 생명을 얻은 강아지들이 건강하게 잘 자라는지 끝까지 관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MBC뉴스 김건휘입니다.

(영상취재 : 이준하 영상편집 : 정소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