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광복절을 이틀 앞둔 오늘, 일제강점기 어린이들이 착취를 당했던 기록이 공개됐습니다.
정부와 공공기관에 보존돼 있던 이 기록에는 초등학생은 논밭으로, 중학생은 전쟁터로 내몰았던 당시 상황이 생생하게 남아있습니다.
장인수 기자가 보도합니다.
◀ 리포트 ▶
어린 아이들이 무거운 나무 물통을 나르고, 작업 현장에서 삽질을 합니다.
일본 제국주의가 대륙 침략을 본격화한 직후인 1938년부터 조선총독부는 학생들에게 공부 대신 노역을 강요했습니다.
충남 공주 장기초등학교에 다니던 6학년 학생의 '노동 조서'입니다.
5월에 여물지 못한 보리를 뽑는 작업에 4번 나가 1만5천뿌리를 뽑았다는 내용이 일본어로 상세히 적혀 있습니다.
10월에는 추수 15번, 보리 파종 5번 등 스무번이나 일을 나갔습니다.
말도 없이 일했다, 다른 사람보다 배 이상의 수량을 올렸다, '낫질의 달인'이란 교사의 평가가 눈에 띕니다.
일제의 지침에 따라 작성된 이런 기록은 전시에 어린이들의 노동력까지 동원하기 위한 기초 자료로 쓰인 것으로 보입니다.
[이영도/국가기록원 연구관]
"낫질의 달인이구나. 남들보다 2배로 잘하네. 순종적이네. 이렇게 평을 했다는 거 자체가 이 (어린) 학생을 가지고 할 수 있는 평인가 참 마음이 아픈…"
당시 어용 신문들도 노역에 동원된 어린이들을 소년공, 산업 전사 등으로 치켜세우며 적극 홍보했습니다.
강제 노역만이 아니었습니다.
군산공립중학교 학생의 학적부엔 2학년부터 5학년까지 매년 활동란에 '한계고 개근' 이라고 적혀있습니다.
군인들이나 하는 '혹한기 훈련'에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는 의미입니다.
이렇게 군사 훈련을 받은 이 학생은, 중학교를 졸업한 1944년에 곧바로 징집돼 중국으로 보내졌습니다.
[이소연/국가기록원장]
"당시의 강제동원이라고 하는 것이 초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광범위하게 이루어졌고 그것이 학교활동의 일환으로 (이뤄졌다는…) 이 자료들은 다음달 4일까지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전시됩니다."
정부는 조선인 180만명의 노역과 군 복무 관련 명부를 2022년까지 모두 분석해 일제 강점기에 자행된 만행의 역사 자료로 활용할 계획입니다.
MBC뉴스 장인수입니다.
(영상취재: 이지호 영상편집: 위동원)
뉴스데스크
장인수
공부 대신 매일 '낫질' 어린이도 강제 노역 시킨 일제
공부 대신 매일 '낫질' 어린이도 강제 노역 시킨 일제
입력
2020-08-13 20:53
|
수정 2020-08-13 20:54
당신의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