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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이미지 정동훈, 이덕영

장애인 시급 '250원'…고용장려금은 어디로?

장애인 시급 '250원'…고용장려금은 어디로?
입력 2020-08-18 20:51 | 수정 2020-09-16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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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2020년 법으로 정해진 최저 임금은 한 시간에 8천590원입니다.

    그런데 재활 시설에서 엄연히 노동을 제공하는 장애인 노동자는 심한 경우 한 시간에 250원을 받고 있습니다.

    ◀ 앵커 ▶

    보호를 받아야할 존재가 오히려 대놓고 차별을 받고 있는 건데요.

    그 실태와 대안을 정동훈, 이덕영 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서울의 한 장애인 직업 재활 시설.

    여기저기 상자들이 잔뜩 쌓여 있습니다.

    발달장애인들이 종이상자를 접어 납품하는 일을 합니다.

    이곳 장애인 한 명에게 지급되는 돈은 한 시간에 250원.

    월급으로 7만원 정돕니다.

    왜 이렇게 임금이 적을까?

    [00장애인직업재활시설 관계자]
    "(장애인들이) 일을 못해요. 거의 못해요. 밥만 먹고 가는 친구들이 반이 넘어요. 임금이 낮을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발달장애인이라 생산성이 너무 낮아 정상적인 임금을 줄 수 없다는 설명입니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장애인 재활시설들 중 월급으로 10만 원 미만을 주는 곳이 4.1%였습니다.

    재활시설들의 절반 이상은 50만원 미만을 월급으로 줬습니다.

    그런데, 이런 쥐꼬리 월급을 줘도 법적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정신장애나 신체 장애로 근로능력이 현저히 낮은 자'에게는 최저임금을 안 줘도 된다고 규정해 놓은 '최저임금법 7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장애인들의 근로능력은 누가 평가할까요?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매년 2차례 이 평가표로, 시설 장애인들의 생산 능력을 평가하는데요.

    근로능력이 일정 기준 이상이면 최저 임금을 지급하도록 하고 기준 미달이면 임금을 아무리 낮게 책정해도 문제가 없습니다.

    이러다보니 일부 시설들은 평가받을 때, 장애인들에게 평소 안 하던 생소한 일을 맡겨서 일부러 최저 임금 대상에 들지 못하게 한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장애인차별철폐연대]
    "훈련을 시켜요. 어떤 훈련이냐하면 못하는 훈련을 시켜요. 굉장히 본인이 하기 어려운 직무에 배치를 한다거나…"

    그런데 정부는 장애인을 고용한 사업장에 '고용장려금'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장애인 고용에 따른 수익 감소로, 임금 부담이 발생할테니, 그걸 일부라도 보전해 주겠다는 취지입니다.

    해마다 전국 직업재활시설에 지원되는 고용장려금은 300억원 규모.

    그런데, 정작 시설 장애인들은 이 장려금 혜택을 제대로 못 받고 있습니다.

    [A 직업재활시설 관계자]
    "그게 시설로 오는 게 아니고 법인으로 가요. (법인에서) 시설에 안 주면 그걸로 끝이야."

    정부는 장려금을 직업재활시설을 운영하는 사회복지법인들에게 지급하고 있는데, 법인들이 이 돈을 시설로 넘겨주지 않고 있는 겁니다.

    [B 직업재활시설 관계자]
    "누구든 어느 (재활시설) 원장이든 그것을 건들게되면 법인은 그 원장을 자르죠."

    이런 문제 때문에 정부도 수년 전부터 고용장려금을 시설 장애인들의 처우 개선에만 쓰도록 강제하는 규정을 만들려고 했지만, 복지법인들의 반발로 번번이 무산됐습니다.

    [B 직업재활시설 관계자]
    "법인들이 변호사 사 가지고 맞대응 한다고 난리들 났었어요. 왜 우리가 쓸 수 있는 돈을 왜 (시설에) 주라고 하는거냐며…"

    재활사업장이 수익을 많이 내는 적게 내든, 시설 직원들의 인건비는 전액 지자체가 지원해 주고 있는 구조도 문젭니다.

    시설 직원들 입장에선 어차피 월급은 정부에서 나오니까 일반 회사들처럼, 수익 창출에 사활을 걸 이유가 없다는 겁니다.

    [A 직업재활시설 관계자]
    "그런(경쟁력 있는) 품목들을 발굴해서 계속 늘려나가면 충분히 (최저임금) 줄 수 있어요. 그런데 그런 고민을 안 하는거예요."

    =============================

    양질의 장애인 일자리들을 만들어 고용하는 것.

    민간기업뿐 아니라 공공기관이 먼저 앞장서야 합니다.

    하지만 이런 저런 이유를 대며 장애인 채용에 소극적인 공공기관들이 많습니다.

    지적장애인인 함진호 씨.

    함 씨는 서울대병원에서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에게 휠체어를 빌려주는 일을 합니다.

    "잠깐만요, 앉으세요."

    함 씨가 이런 단순 업무만 하는 건 아닙니다.

    능숙한 손길로 휠체어를 분해해 기름칠을 하고 다시 조립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10분 남짓.

    이 병원에서 쓰는 휠체어를 수리하고 관리하는 일까지 도맡고 있습니다.

    [함진호]
    "쉬워요, 이제. 환자들이 힘든 분들 도와주면 가끔씩 요구르트나 그런 걸 (주세요.)"

    서울대병원은 지난 3년간 평균 장애인 고용률이 1.42%에 불과해 의무고용 위반 부담금으로만 68억원이 넘는 돈을 냈습니다.

    결국 부족한 장애인 채용을 위해 장애인고용공단과 손잡고 휠체어 관리라는 직무를 개발했습니다.

    '장애인에게 맡길 일이 없다'는 말이 핑계에 불과한 이유입니다.

    장애인에게 할당해야 하는 고용비율은 3.4%.

    하지만 겨우 이 비율을 맞춘 공공기관은 절반 정도에 불과합니다.

    10곳은 아예 대놓고 한 명도 뽑지 않았습니다.

    이유를 물어봤습니다.

    [한국문학번역원 관계자]
    "저희가 채용해 본 경험이 아직 없다 보니까 어떤 직무를 할지에 대해서 좀…"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관계자]
    "정규직 인원 자체가 크지 않아 가지고 저희도 이걸 못 챙기고 있었는데 올해부터는 챙기려고 해서…"

    "인력 및 예산 감축 중이라 향후 경영환경이 개선되면…" /APEC 기후센터 서면답변

    "내부 사정상 답변이 어려워…" /예술경영지원센터

    경영 사정을 탓하거나 끝까지 입장을 밝히지 않은 곳도 있습니다.

    가장 많은 답변은 직무에 적합한 장애인을 찾기가 어렵다는 것이었습니다.

    [국제원산지정보원 관계자]
    "자격증들이 필요한 업무들이 대부분이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지원을 하지 않으시는 경우가 많고…"

    장애인에게 일자리를 주고 합당한 대우를 해주는 건 헌법에 나와있는 노동의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우리 사회에 절실합니다.

    [전구훈/숭실대 사회복지대학원 교수]
    "저는 의지의 문제라는 생각이 들어요. 능률이 있냐, 효율이 있냐 자꾸 이런 거 따질 게 아니라 이걸 통해서 사회적인 가치를 얼마나 많이 공유할 수 있도록 해주는지…"

    뇌병변장애가 있는 최초의 장애인노조 위원장, 정명호 씨는 장애인이기보다 노동자로 불리고 싶다고 말합니다.

    [정명호/장애인노조 위원장]

    대부분 장애인들을 볼 때 시혜와 동정으로 바라봅니다.

    장애인이 어떻게 노동을 해? 정부가 (주는) 쥐꼬리만한 지원도 감사해야지.

    헌법에서 노동은 국민의 4대 의무와 권리입니다

    사회적인 시스템만 받쳐준다면 장애인들도 주 52시간 지키며 일할 겁니다.

    왜 저 같은 중증장애인은 노동자라고 부르지 않을까.

    MBC뉴스 이덕영입니다.

    (영상취재: 김경락, 방종혁, 이세훈, 이준하 영상편집: 김재환, 조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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