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왜 반말하냐"…또 경비원 머리채 폭행

◀ 앵커 ▶

아파트 경비원이 또 폭행을 당했습니다.

이번에는 입주자 대표회 임원한테 "왜 반말을 하냐"면서 폭언과 함께 머리채를 잡혔는데요.

이 경비원은 행여 일자리를 잃을까봐 전전 긍긍하다 몇 달 만에 경찰에 신고를 했는데 결국 아파트 일은 그만 두었습니다.

홍의표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지난 2월, 경기도 평택의 한 아파트 경비실.

한 남성이 의자에 앉아 있는 경비원에게 손짓을 하더니, 갑자기 달려들어 멱살을 잡습니다.

책상 쪽으로 마구 밀어붙이더니 급기야 경비원의 머리채까지 붙잡습니다.

[박 모 씨/아파트 경비원]
"'너 왜 반말해?' 하고 딱 때리면서 잡았는데 머리카락이 다 빠졌어요. 그러고서는 멱살을 잡고 내리치려고 했고."

경비원 박 씨를 폭행한 남성은 당시 아파트 입주자 대표회 임원이었던 A 씨.

그런데 폭행을 당한 박 씨에게 돌아온 건 고소하겠다는 '협박성' 발언이었다고 합니다.

[박 씨/아파트 경비원]
"(임원 A 씨가) '내가 너한테 맞았다고 고발할 거야'하면서 협박하고…"

폭행 당일의 경비 일지에는 '머리를 잡아당겼다', '멱살을 잡고 한바탕했다'는 상황이 구체적으로 적혀 있습니다.

경비원 박 씨는 이후에도 A 씨가 수시로 찾아와 괴롭혔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박 씨/아파트 경비원]
"쓸데없이 경비실 들락날락하고. 새벽에 잠 잘 때, (새벽) 4시에 와서 깨워서, 잠자는 걸 깨워서 앉혀놓고 얘기를 해요."

[아파트 주민]
"열심히 일하시는데, 그렇게까지 한다는 건 너무 가혹한 거 같아요."

결국 박 씨는 폭행을 당한지 다섯 달이 지난 7월 말, 주민들의 도움을 받아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A 씨는 "폭행한 것은 맞지만 박 씨가 먼저 욕설을 했다"면서 "새벽에 박 씨를 깨우는 등 괴롭혔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습니다.

검찰은 지난 12일, A 씨에 대해 폭행 혐의로 벌금 3백만 원의 약식 기소를 했습니다.

하지만 박 씨는 마음의 상처를 지울 수가 없다며 이틀 뒤 끝내 일터를 떠났습니다.

[박 씨/아파트 경비원]
"이유 없이 당했지만 '그냥 넘어가지' 이러다 보니까, 이만큼 세월이 흐른 거예요."

MBC뉴스 홍의표입니다.

(영상취재: 이상용/영상편집: 김재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