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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이미지 김명순

이상한 날씨가 일상이 됐다…기후위기의 경고

이상한 날씨가 일상이 됐다…기후위기의 경고
입력 2020-08-20 20:54 | 수정 2020-08-20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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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오늘도 폭염에 시달린 하루였습니다.

    하지만 불과 지난주까지만 해도 사상 최장의 장마 속에 전국 곳곳이 물폭탄 피해를 입었던 거 기억하시나요.

    이처럼 시시각각 얼굴을 바꾸는 변화무쌍한 날씨.

    최근 매년 반복되는 현상입니다.

    지난 2018년엔 역대급 폭염, 2019년엔 최다 태풍이 몰려오는 등 '이상 기후'가 이어지면서 최근 우리 생활에까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기후 위기'라는 경고가 더욱 생생히 다가오고 현실, 짚어봤습니다.

    ◀ 리포트 ▶

    역대급 폭염이 덮친 2018년 여름.

    (2018년 8월 1일 뉴스데스크)
    서울은 39.6도로 기상관측 사상 최고를 경신했습니다.

    [박재분/(2018년 8월 1일 뉴스데스크)
    "이렇게 살인적인 더위는 나 이 머리털 나고 처음이라니까."

    (2018년 7월 24일 뉴스데스크)
    열사병 증세로 사망… 전국 곳곳에서 단전 사태도 속출하고 있습니다.

    # 7개의 태풍이 몰아친 2019년.

    [김은섭/전남 신안군 장도 어촌계장(2019년 9월 7일/뉴스데스크)]
    "파도 높이가 10미터 돼가지고… 아이고, 엄청났죠. 엄청났어요."

    (2019년 10월 2일 / 뉴스데스크)
    순간 최대풍속 20미터가 넘는 강풍으로 초등학교 지붕이 날아가고, 900여 가구가 정전되기도…

    그리고 최장 장마 기록을 세운 올 여름.

    "한강이 그렇게 넘치는 건 처음 본 것 같아요"

    (2020년 8월 9일/뉴스데스크)
    마을이 순식간에 물바다로 변했습니다.

    "뭔가 재앙이다."

    전국에 엄청난 피해를 입힌 ‘역대급 장마’, 일상 생활에도 큰 영향을 줬습니다.

    쏟아지는 폭우에 한 치 앞도 분간하기 어렵습니다.

    도로는 마치 강처럼 물에 잠겼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을 해야 하는 사람들.

    [김용훈/배달노동 8년·배달대행업체 운영]
    "비가 오는 날이면 주문량이 폭주… 악천후가 되면 될수록 날이 궂으면 궂을수록 더우면 더울수록 배달량은 더 늘어난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평소 하루 30건 정도 배달한다는 김용훈 씨.

    폭우가 쏟아진 날은 2배 많은 60건까지 배달을 한 적도 있습니다.

    10시간 이상 빗길을 달려야 소화할 수 있는 양.

    늘어나는 배달량과 함께 위험도도 높아집니다.

    [김용훈/배달노동 8년]
    "우리는 모든 걸 몸으로 다 받아야 되는 입장이기 때문에 폭우가 내리게 되면 일단 시야 확보가 안 돼요. 사고 위험이 정말 크거든요."

    빗길에서 사고가 난 적도 여러 번.

    [김용훈/배달노동 8년]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방수코팅이 돼있는데 비가 오는 날 물기가 있다 보니까 한 세 번 정도 넘어졌고요. 맨홀 뚜껑 위에서 브레이크를 잡다가 (크게 넘어졌어요.) 근데 넘어져서 제가 다친 것보다는 배송할 음식이 안전한가…"

    오토바이가 휘청일 정도로 폭우가 쏟아질 때는 두렵기도 합니다.

    [김용훈/배달노동 8년]
    "생계를 위해서 하는 일이기 때문에 쉬고 싶다고 쉬고 일을 하고 싶다고 하고 그럴 수 있는 상태가 아니거든요."

    물에 잠긴 논과 밭, 짓무르고 썩은 농작물 앞에 농심이 타들어 갑니다.

    도시의 시장 상인들에게도 남의 일이 아닙니다.

    [김순례/채소 가게 22년]
    "원래 여기가 물건이 많이 있어야 되는데 갑자기 비가 오는 관계로 (가격이) 폭등을 하면서 물건을 바닥에 깔아놓지를 못하는 거예요. 저희도 비싸면 물건을 많이 못 사지요."

    긴 장마로 산지에서 올라오는 물량이 줄었는데 그나마도 품질이 좋지 않습니다.

    [김순례/채소 가게 22년]
    "청양고추가 이렇게 돼버렸어요. 다 물러버리고 비를 맞아서 물건값이 지금 한 며칠 전에 대비해서 거의 절반 이상이 올랐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갑자기 폭등한 채솟값에 소비자들은 가격을 물어보기도 겁이 납니다.

    [조유숙]
    "물어보면 안 살 수가 없으니까 안 물어봐야지."

    [이행수]
    "빈가방 갖고 가는 거야. 나물거리를 사려고 왔는데 나물거리도 없어요. 시금치만 저쪽 집에 있길래 샀더니 그것도 한 근에 5천 원이야 보통 2~3천 원 (했는데.)"

    [조유숙]
    "사람도 다 떠내려갔는데 그게 안 떠내려 갈 수 없지."

    식당 주인들의 부담은 더 큽니다.

    [홍경남/곱창 식당 30년]
    "10배도 (넘게) 올랐는데 지금 장사도 안 되는데다가 물가가 그만큼 오르니까 감당을 못해."

    긴 장마와 폭우로 직간접적 피해를 입고 생존에까지 위협을 받는 사람들.

    이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것은,

    [이행수]
    "처음이에요."

    [조유숙]
    "전에는 이 정도는 아니었거든."

    매년 장마철을 겪었지만, 이번 장마는 다르다는 겁니다.

    [김순례/채소 가게 22년]
    "올해 많이 길죠. 너무 너무 비도 많이 오고…"

    [김용훈/배달노동 8년]
    "기상청 일기예보를 확인하다보면 1주일, 10일 정도 (연속으로) 비가 온다는 이런 내용은 실질적으로 처음이었어요. 비가 오기 시작하는데 왔다 안 왔다를 반복하고…"

    예측 불가능한 물폭탄 장마가 유례없이 길게 이어진 원인,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기후변화를 지목합니다.

    [이승호/건국대학교 기후연구소 소장]
    "전 지구적으로 지난 100여 년 동안 1도 정도 기온이 상승했는데 북극 지방에서는 그 두 배 정도 상승했어요. 그 영향으로 북극의 해빙(바다 얼음)이 계속 녹고 있습니다 북극의 찬 공기하고 중위도 지방의 공기가 팽팽하게 유지되어야 하는데 그 전선이 무너졌다고 할 수 있죠."

    우리나라보다 더 큰 충격으로 중국을 덮친 홍수, 미국을 강타한 허리케인.

    반면 시베리아 대륙과 유럽은 폭염으로 뜨거운데요.

    최근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상 기후들도 모두 기후변화로 촉발됐습니다.

    그동안 기후변화는 당장 나의 일이 아닌 남의 일, 먼 미래의 일인 줄만 알았습니다.

    그런데, 일상과 일터에서 직접적인 변화를 체감하면서 심각성을 느끼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민경태/대전]
    "여름이니까 장마가 오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해서 큰 생각이 없었는데 대전에 비가 많이 와서 보트를 타고 다니시더라고요."

    [정다현/서울]
    "홍제천 갔을 때 완전 다 범람해서 다 통제되어 있더라고요 맨날 다니던 길인데 20년 동안 처음 봐요."

    [곽태인/서울]
    "진짜 먼 나라 이야기인 줄 알았죠 겪고 보니까 심각하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기온이 세계 평균보다 2배 이상 빠르게 올라가고 있다는 겁니다.

    집중호우나 폭염, 한파 등 극단적 이상 기후가 발생할 가능성도 그만큼 커진다는 것.

    [이승호/건국대학교 기후연구소 소장]
    "폭염 일수가 늘고 온열 질환자가 늘게 되고 우리가 경험하지 못했던 감염병이 나타날 우려가 있고요. 굉장히 예측하기 어려운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

    기후 위기, 이제 내일의 일이 아니라 당장 '내 일'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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