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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로그] 떠난 소방관, 남은 소방관

[앵커로그] 떠난 소방관, 남은 소방관
입력 2020-08-22 20:26 | 수정 2020-08-22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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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마가 앗아간 삶의 터전들 길었던 장마가 끝나고>

    [앵커]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이제는 물결이 잠잠해진 이곳에서 3주 전 스물여덟 살의 젊은 소방관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오늘 앵커로그에서 전할 이야기는 그렇게 떠난 사람과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깁니다.

    <지난달 31일, 폭우가 덮친 전남 구례>

    [이창우/故 김국환 소방관 동료 소방관]
    (여긴가요?)
    "네. 사고 장소는 여기. 이 다리 밑에 물을 통과시킬 수 있는 큰 관이 있는데, 이 관 안에 구조 요청자가 끼어있다는 상황에서 김국환 소방관이 1차 출동을 먼저 하게 된 상황이죠. (저희가)도착했을 때는 물살에 쓸려 내려가서 저 밑에서."


    <가까스로 구조돼 병원에 이송됐지만 끝내 일어서지 못한 김국환 소방관>

    [앵커]
    여기가 고 김국환 소방관님이 마지막으로 근무했던 곳입니다. 그런데 여기도 보면 완전히 침수가 돼서 이렇게 위까지 지금도 물자국이 남아있습니다.

    [고성규/故 김국환 소방관 동료 소방관]
    "오전에도 웃으면서 봤기 때문에, 복귀를 해서도 그냥 부르면 대답할 것 같아요."

    <3녀1남의 막둥이이자 항상 웃는 밝은 동료였던, 3년간 540명을 구조한 스물여덟 살의 소방관>

    [고성규/故 김국환 소방관 동료 소방관]
    "유난히 길었던 장마에 하늘이 너무나도 원망스럽습니다. 국환아. 너무 보고 싶다. 평생 잊지 않을게."

    <그리고 남겨진 동료들 수해 이후에도 하루 평균 5건이 넘는 출동 신고>

    [정찬우/순천소방서 산악구조대 소방관]
    (어떤 일로 출동을 하고 있는 거죠?)
    "돼지 동물 구조하러 가고 있습니다. 저번에 구례에 물난리로 특히 가축들이 많이 마을 쪽으로 다 떠내려와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20여 분 걸려 도착한 현장>

    [서임순/신고 주민]
    "저 목장에서 키운 게 나와서 죽으려고 하다가 요것이 살아나서 온 천지를 막 다 파고 다녀요."

    <30여 분에 걸친 돼지 구조 작전 결국 무사히 구조>

    [이창우/순천소방서 산악구조대 소방관]
    "돼지 막사가 완전히 망가진 상태래요. 잡았어도 (주인이)못 가져가시겠다고."

    [고성규/순천소방서 산악구조대 소방관]
    (거의 쉬는 날이 없이 계속 일하고 계신 거 같아요.)
    "당일 호우 특보 내려진 경우에는 거의 집에도 못 가고 계속 구조 활동에 임했고요."
    (힘들어서 어떡해요?)
    "힘든 건 수해 당한 국민들이 더 힘들겠죠."

    <출동 신고가 없을 때는?>

    [앵커]
    지금 이곳은 폭염 경보가 내려져 있는데요. 출동하지 않을 땐 이렇게 수해 현장에 나와서 복구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최동균·김춘기/소방관]
    "치우고 다 담아서 다시 버리는 겁니다."
    (오늘 언제부터 와서 일하고 계시는 거예요?)
    "오전 9시부터."

    [이도화/소방관]
    (오늘 비번이시라고 들었어요.)
    "삶의 터전을 갑자기 이렇게 잃으셨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정철우/수해 피해 농장주]
    "망연자실해서 넋 놓고 있었는데 치우지도 못하고. 나와서 도와주시니까 아주 큰 도움이 되죠."

    [앵커]
    동료를 잃은 아픔을 달랠 잠시의 여유도 없이, 수해에 이어 다시 복구 현장에 투입되고 있습니다.

    [이창우/故 김국환 소방관 동료 소방관]
    (큰일 한 번 겪으시면 좀 쉬고 그래야 할 것 같은데요?)
    "계속 슬픔에 잠겨 있을 수도 없는 상황이고. 아직은 (숨진 동료가)자주 생각이 나요. 그쪽(사고 현장)에 출동 나갈 때도 떠오르고. 아직까지는 자주 등장합니다, 제 마음속에."

    <이들은 어떻게 아픔을 달랠까? 4년째 전남 지역을 순회하는 '상담사 소방관'들>

    [박선화·장인화/전남소방본부 119이동상담센터]
    "이번에 우리 동료직원 순직 때문에 많이 힘들어한다는 말을 들었어요. 그래서 혹시 저희가 도와드릴 부분은 없는지."

    <공원에서 진행된 20여분의 상담>

    [송준범/故 김국환 소방관 동료 소방관]
    "(사고 후)출동 할 때마다 솔직히 가슴이 좀 떨리고요."
    (그런 부분에 대해서 어떤 조언을 받으셨어요?)
    "극심한 스트레스가 자연적으로 오는 것도 정상적이라고 하셨어요. 소방관이라면 이겨내리라고 믿습니다."

    <'자살 위험군'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일반인의 10배(54.7%)인 직업>

    [박선화·장인화/전남소방본부 119이동상담센터]
    "소방관들이 다치면 '내가 잘못해서 다쳤다'는, 그런 비슷한 죄책감이나 그런 게 있어요. (순직한)김국환 소방관님 같은 경우에 되게 활동적이셔서 교류하는 직원들이 상당히 많았어요."

    [앵커]
    그 얘기는 한 분의 순직으로 그런 트라우마를 갖게 되신 분들이 상당히 많다는 얘기네요.

    <지난 5년간 순직하거나 다친 소방관 2,509명 동료 잃은 아픔을 달랠 새도 없이 이번 수해에도 가장 먼저 위험을 무릅쓰고 가장 먼저 몸을 던져야 했던 사람들>

    [고성규/故 김국환 소방관 동료 소방관]
    "특별한 이유는 없는 것 같아요. 국환이도 그 당시에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저희가 아니면 누가 구조해 줄 수 없다는 생각 때문에."

    [고성규/故 김국환 소방관 동료 소방관]
    "국환아. 좋은 곳에서 잘 살고 있는지 모르겠다. 앞으로 네가 우리를 지켜줄 거라고 믿고 우리도 최선을 다해서 안전하게 근무하도록 할게. 보고 싶다."

    앵커로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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