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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간다] 탈북예술단 대표의 수상한 '기부금 재테크'

[바로간다] 탈북예술단 대표의 수상한 '기부금 재테크'
입력 2020-08-31 20:40 | 수정 2020-08-31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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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로간다 나세웅 기자입니다.

    20년 전 탈북해 탈북예술인의 대부라 불리는 정 모씨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가 운영하는 예술단에서 수천만의 기부금이 뭉텅이로 사라지는 의심스러운 정황이 포착됐습니다.

    대포통장으로 자금을 관리했다는 폭로까지 나왔는데요.

    MBC가 입수한 해당 단체의 기부금 사용 내역, 어디까지 사실인지 바로 확인해보겠습니다.

    [양평 고로쇠 축제(2018년)]
    "KBS와 SBS, 열린음악회를 통해 국민들의 많은 사랑을 받아 왔던 신비한 마술쇼를 공개합니다."

    빨간 색 옷을 입은 여성 10여 명이 무대 위에 오릅니다.

    둥글게 원을 그리며 움직이는 사이 옷이 노란색으로 바뀌고 다시 파란색으로 바뀝니다.

    북한 출신 여성들로 구성된 평양민속예술단은 여러 차례 방송에 소개되면서 외부 기부금도 받고 있습니다.

    국책은행인 수출입은행은 7년 동안 매년 4천만 원에서 6천만 원을 기부했습니다.

    MBC가 예술단의 최근 5년간 기부금 사용 내역을 입수했습니다.

    해마다 2천만원 가량이 공연 인건비로 나갔습니다.

    단원 한 사람당 1회 출연료는 36만원에서 40만원.

    그런데 전현직 단원들은 말도 안된다며 황당해합니다.

    [전직 단원]
    "40만 원 받은 사람이 없어요. 다 18만 원씩 계산을 해서, 금방 들어와서 아무것도 모르는 애들은 5만 원도 주고 10만 원도 주고."

    알고보니 기부금을 쓴 공연에만 40만원을 줬다고 해놓고 다른 공연 출연료를 깎았습니다.

    [현직 단원]
    "전번에 출연료에서 한 30(만 원) 들어갔으면 이번엔 10만 원만 더 주면 된다 이런 식으로 조절을 하죠."

    해마다 1천만원씩 쓴다는 의상·소품비는 어떨까.

    이 공연의 의상 한 벌 가격은 50만원입니다.

    의상 제작자에게 30만원 선인 시중가보다 비싸지 않냐고 물었더니 안무비가 포함됐다고 합니다.

    [김00/예술단장 겸 의상제작사 대표]
    "저는 무용안무가예요. 그만큼 노력, 시간 투자하고 노력의 댓가를 받은 거거든요."

    그런데 주변 지인에게 뜻밖의 얘길 실토합니다.

    [김00/예술단장 겸 의상제작사 대표]
    이게 걸리면 진짜 다 걸릴 수 있어요. 이게 1천만 원이라는 의상 값을 나는 받은 적도 없고... 통장 이렇게 다 만들어서 저기 뭐야 예술단에 들어가 있잖아요.

    자기 명의의 통장을 예술단이 대포통장으로 사용했다는 뜻입니다.

    실제 통장 비밀번호도 예술단 대표 정 모씨가 관리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상한 지출은 또 있습니다.

    작년 김해에서 열린 가야문화축제.

    음향설비 관련 비용 등으로 기부금 7백여 만원을 쓴 것으로 돼있습니다.

    그러나 무대와 음향, 조명은 모두 주최측이 제공해 무료로 사용했습니다.

    [가야문화축제 관계자]
    "무대는 꾸며져 있고요. (공연) 시간만 빼주면 되니까. 시간만 내서 그 자리에 이렇게 올라갈 수 있도록 만들어줬던 것 같은데요."

    쓰지도 않은 비용은 평양민속예술단 간부가 운영하는 기획사로 지급됐습니다.

    이 간부는 가짜 매출은 시인하면서도 그 비용은 다른 공연에 썼다고 했습니다.

    [이00/예술단 사무처장 겸 기획사 대표]
    "김해 가야는 저희가 가진 않았습니다. (설비가) 다 있다고해서. 저희가 영수증 처리는 했습니다. '(다른 때) 봉사를 하겠다' 작은 걸로 두 차례 해줬어요"

    이렇게 빼돌린 기부금은 어디로 갔을까.

    평양민속예술단 대표 정 모씨를 찾아갔습니다.

    [정00/평양민속예술단 대표]
    "촬영기를 치워주세요. 기자님을 폭행하거나 그런 일은 없을 테니까."

    기부금 횡령 의혹을 제기하자 사실이 아니라고 펄쩍 뜁니다.

    목숨까지 걸었습니다.

    [정00/평양민속예술단 대표]
    "전혀 그런, 마른 벼락 맞아요. 내가 목을 걸고… 거기에서 내가 단돈 10전이라도 했으면 사람도 아니야 진짜."

    대포 통장도 과거 한번 문제된 적이 있었지만, 그 후론 절대 쓴 적이 없다는 겁니다.

    정 대표는 3년 전 북한 예술단 7곳을 모아 탈북예술인연합회도 만들었습니다.

    MBC는 이 연합회의 통장 입출금 내역도 입수해 살펴봤습니다.

    2017년 8월 1천만 원, 다음달 8백만 원이 정씨의 평양민속예술단으로 빠져나갑니다.

    3천만 원은 자동차 업체로 보냈는데, 역시 평양민속예술단이 쓸 대형버스를 구매한 겁니다.

    [정00/평양민속예술단 대표]
    "사단법인 만들려면 5천만원 자본금이 있어야 하잖아요. 내 돈으로 했거든요. 그 이후에 버스 도 사고, 사무실 임대비 그런 걸로 썼어요."

    이런 식으로 운영된 연합회는 설립 1년이 채 안돼 껍데기만 남게 됐습니다.

    [최호윤/회계사]
    기본 재산을 사용한다면 주무부처 승인을 받아야돼요. 그게 없다면 단체 존재 자체를 볼 수 없는 거죠. 심하면 법인 설립 취소 사유도 되고.

    불법 가능성에다 재산도 없는 연합회 간판은 대체 왜 유지하는걸까.

    대한적십자사가 개최한 이산가족 위로행사.

    3년간 탈북예술인 연합회가 7번, 평양민속예술단이 4번 공연을 맡았는데 실제 공연하고 돈을 받은건 11번 모두 정 대표의 평양민속예술단이었습니다.

    [전수미/변호사]
    "돈을 주는 단체나 재단이나 여러 곳에서 연합이라면 돈을 주기가 수월해요. 사업 승인 뿐만 아니라 지원되는 액수, 그러니까 기금의 규모도 달라지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최근 10년간 통일부에 등록된 탈북민 관련 법인은 23곳에서 75곳으로 급증했습니다.

    그러는 사이 한 탈북지원단체는 거짓 사연까지 만들어 1억 3천만 원의 정부 지원금을 챙겼고, 혼자 5개 단체를 운영하며 돈을 타낸 탈북민도 생겼습니다.

    [탈북민단체 대표]
    "관리감독이라도 1년에 한번 씩 해야하잖아요 운영을 바로하는가 이런 사업을 하는가. 이게 덮자해서 덮어지는게 아니에요."

    상황이 이런데도 통일부 사무 검사는 지난 10년 간 외부로 문제가 불거진 4개 단체에 그쳤습니다.

    바로간다 나세웅입니다.

    (영상취재: 이세훈·정인학·이상용/영상편집: 유다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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