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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숨겨야 번다"…의료계까지 퍼진 '뒷광고'

"숨겨야 번다"…의료계까지 퍼진 '뒷광고'
입력 2020-09-01 20:57 | 수정 2020-09-02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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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유튜브 방송 가운데 분명히 협찬을 받고 하는 광고인데 그렇지 아닌 척 방송하는 걸 두고 '뒷광고'라고 합니다.

    패션, 먹거리부터 병원까지.. 분야도 다양합니다

    최근 뒤늦게 뒷광고라는 게 알려지면서 자의 반, 타의 반 고백하고 사과를 하는 유튜버들이 늘고 있는데요.

    그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긴 머리의 한 유튜버가 고개를 숙입니다.

    "일단은 죄송합니다."

    죄송하다며 연신 코도 훌쩍거리는데요.

    그런데 하는 말들이 어딘가 이상합니다.

    "다시 이런 일이 '있을 거라고'는 보는데… 다만 '재수가 없었다는 점' 양해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알고 보니 '뒷광고' 논란을 촉발시킨 스타일리스트 한혜연 씨 사과 영상을 패러디한 겁니다.

    유튜브에는 '뒷광고'를 조롱하는 이런 패러디 영상들이 줄을 이어 올라오고 있습니다.

    사건·이슈 유튜버인 정배우도 이런 뒷광고를 파헤치는 영상을 제작해 올리는 중입니다.

    [정배우/사건이슈 유튜버]
    "대충 한번 볼까요? 열하나, 열둘, 열셋, 열넷… 20개 정도…"

    조회수는 보통 백만 건을 넘습니다.

    [정배우/사건이슈 유튜버]
    "첫 영상이 129만, 8월 4일이네요. 관심이 높긴 하죠."

    정배우가 이번 논란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자신이 자주 보던 영화 유튜버가 뒷광고를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였습니다.

    [정배우/사건이슈 유튜버]
    "뒤통수를 맞았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제가 이렇게 느끼니까 시청자 분들도 그렇게 느낄 수 있겠구나…"

    일부 유튜버들의 대응에도 크게 실망했다고 밝혔습니다.

    [정배우/사건이슈 유튜버]
    "추가 증언 나오니까 그제서야 인정하고 '죄송하다' 하고… 먼저 자백하고 사과하는 사람, 단 한 명도 없었어요."

    뒷광고 사태' 발생 후 사과한 유튜버는 70명이 넘습니다.

    이 중엔 수백만 명의 구독자를 가진 유명 유튜버들도 즐비합니다.

    '뒷광고'는 다양한 분야에 광범위하게 퍼져있었습니다.

    [유튜버 A씨/뒷광고 제보자]
    "(뒷광고 제안) 최소 하루에 하나는 받는 것 같은데요. 하루에도 몇 개씩 받을 때도 있고요. 크리스마스 같은 이벤트가 있는 시기에는 더 많이 들어와요."

    사람의 건강과 생명에 직결된 의료 분야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의료 뒷광고 제안은 대부분 조건대로 영상을 제작해 업로드하면 무료 수술과 함께 광고비를 지불하겠다는 내용입니다.

    이 중엔 전신마취가 필요한 수술도 있었습니다.

    [유튜버 A씨/뒷광고 제보자]
    "눈 수술, 안면윤곽, 가슴수술… 윤곽수술을 뼈를 깎는 수술이고, 가슴수술도 위험한 수술이고 눈 수술도 마찬가지고요."

    심지어 일부 병원은 특정한 멘트도 요구했는데요.

    [유튜버 A씨/뒷광고 제보자]
    "'라식하고 나니까 정말 편해졌어요.' 아니면 '걱정했던 눈 시림이 없고 생각보다 괜찮아요.' 이런 걸 언급해달라는 거예요."

    하지만 병원 측이 제공한 이런 유도성 멘트가 담긴 광고영상은 모두 의료법 위반입니다.

    병원 측은 과연 이 사실을 몰랐을까요?

    [유튜버 A씨/뒷광고 제보자]
    "100%! 100% 알아요. 광고 표기하면 안 되냐고 물었더니 안 된대요. 의료법에 걸린대요. 정 마음에 걸리시면 '촬영에 협조해주신 어디 어디 병원 관계자분들 감사합니다.' 이렇게 올리래요."

    병원 측 입장을 들어봤는데요.

    [뒷광고 제안 B병원 관계자]
    "그 부분은 저희가 법률 검토 중이라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을 것 같아요."

    유튜버들이 뒷광고의 유혹에 빠지는 이유가 궁금했습니다.

    유튜버들이 광고 영상을 만들어 올려주고 광고주로부터 받는 광고비용은 구독자 1인당 35원 정도로 추정됩니다.

    100만 구독자를 가진 유튜버라면, 광고 콘텐츠 하나로 최소 3,500만 원 이상의 수익을 올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광고를 자주 할수록 유튜버와 채널 이미지는 하락할 수밖에 없습니다.

    [정배우/사건이슈 유튜버]
    "일주일도 안 돼서 34만 명 빠졌네요."

    [유튜버 A씨/뒷광고 제보자]
    "'이거 광고예요' 하면 '요즘 광고밖에 안 나오네' 이런 소리 들으니까… '친구가 추천해줘서 사봤는데 진짜 괜찮거든요.' 이런 식으로 얘기하면 칭찬받아요. '좋은 정보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하거든요."

    이런 상황에서 자신과 채널의 이미지는 해치지 않으면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뒷광고' 유혹은 클 수밖에 없습니다.

    [뒷광고 제작 유튜버]
    "(뒷광고) X이득 이었다."
    [일행]
    "다음은 구X로?"

    [정배우/사건 이슈 유튜버]
    "광고 3번 4번만 받아도 1억 2억 넘어가고 5억 10억 넘어갑니다. 한번 시작하면 끊을 수 없게 되는 거죠."

    믿었던 유튜버들에 대한 배신감은 큽니다.

    [시민]
    "자기가 오래 써보고 말씀드리는 거다 이래서… 말하는 것도 믿음이 가게 말을 해줘서 혹한 마음까지 들었는데."

    [시민]
    "유명하지 않을 때는 시청자가 전부인 것처럼 말하더니, 유명해지고 나니까 시청자들을 개돼지처럼 보는 그런…"

    하지만 이번 사태의 모든 책임을 유튜버들에게만 돌릴 수는 없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MCN과 광고주들, 그리고 플랫폼인 유튜브 측도 뒷광고를 묵인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겁니다.

    * MCN: 일종의 유튜버 소속사

    [MCN 관계자]
    "논란됐던 분들은 20대에서 30대 초반까지. 법에 대해서 무지한 게 사실이라서…"

    [전 MCN 관계자]
    "개인 개인이 방송법, 통신법, 지적재산권, 판권, 저작권 다 공부하고 하지 않으니까."

    [MCN 관계자]
    "(MCN이) 계약서 공개를 하지 않고 '그냥 이런 광고 들어왔다, 이번에 해보겠느냐' 하는 경우도 상당히 많고요."

    [전 MCN 관계자]
    "'누구 죄야'라고 물으면 인플루언서 크리에이터(유튜버)가 가장 크겠죠. MCN은 동조자 내지는 방관자."
    [제작팀]
    "광고주는 어떻게 생각해요?"
    [전 MCN 관계자]
    "또 다른 방관자인데 책임이 많은 방관자나 조력자…"

    급성장한 대한민국 유튜브 산업.

    그리고 그만큼 커진 유튜버와 관련자들의 영향력.

    하지만 사회적 책임감은 아직 거기에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째현/초등학생 유튜버]
    "도대체 왜 그러셨어요? 뭐가 아쉽다고!"

    [유튜버 A씨/의료 뒷광고 제보자]
    "(뒷광고 제안 들어와도) 안 하면 되거든요. 요구해도… '속일 수 없다'라는 그런 양심이 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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