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보통 댐 주변 지역의 주민들은 여러가지 규제 때문에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당하다 보니 해마다 정부 등으로부터지원금을 받는데요.
마을 인구와 면적에 따라 지원금이 나오는데, 정작 주민들이 이런 사실조차 모르는 곳도 있습니다.
조미애 기자가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주민 17명이 전부인 충북 보은군의 한 농촌 마을.
대청댐이 주변에 있어, 상수원 보호나 개발 제한 같은 각종 규제가 많습니다.
이 때문에 수자원공사와 금강유역환경청은 해마다 이 마을에 지원금을 주는데, 매년 1천 4백만 원이 넘는 액수입니다.
그런데 마을 주민 대부분은 지난 20년동안 이 돈의 존재를 아예 몰랐습니다.
[김동진/주민]
"다른 동네는 마을 공동 농기계가 있는데 저희 마을에는 없어서, 다른 동네 이장한테 물어보니까 (지원금) 사업비가 나온다고…"
지금까지 지급된 지원금 가운데 사용 내역이 남아있는 건 최근 6년치 8천 5백여만 원.
서류상으론 마을 주민들이 공동으로 사용하기 위해 각종 농기계 등을 구입한 것으로 돼있습니다.
온데 간데 없는 이 농기계들은 대체 어디 있는 건지 주민들이 찾아봤더니,
70대인 이장을 포함해 이 마을에서 가장 오래 살아온 주민 3명의 집에서 모두 발견됐습니다.
지원금을 받기 위해선 마을 회의를 열고 주민들의 의견을 모아야 하는데, 회의가 열린 적은 한번도 없습니다.
[김 모 씨/주민]
"전혀 상의라는 게 없고, 이 동네에 주민들을 모아놓고 올해 어떻게 돼서, 뭐를 이렇게 할 생각이라고 얘기도 안 해요."
대신 주민들은 영문도 모른 채 인감도장을 맡기라는 이장의 요구만 그대로 따랐습니다.
[마을 주민]
"(인감도장을) 갖다 놓으라니까 갖다 놔야지, 어떡해. 이장 빽(입김)이 엄청나요. 이장 권력이 세요. 여태까지 그렇게 됐던 거예요."
최근 마을에 이사온 한 주민의 문제 제기가 없었다면, 매년 1천만 원이 넘는 지원금은 앞으로도 계속 누군가의 쌈짓돈이 됐을 상황.
일단 책정된 예산을 집행만 할 뿐 그 돈이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 지 사후 관리는 사실상 이뤄지지 않는 겁니다.
해마다 이렇게 주인없는 돈 1천억 원이 전국의 댐 주변 마을에 지원되고 있습니다.
MBC뉴스 조미애입니다.
(영상취재 이병학 (충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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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조미애
이장님 집에만 가득한 농기계…알고 보니 마을 지원금
이장님 집에만 가득한 농기계…알고 보니 마을 지원금
입력
2020-09-10 20:57
|
수정 2020-09-10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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