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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김용균 숨진 그곳에서…또 한 명의 노동자가

故 김용균 숨진 그곳에서…또 한 명의 노동자가
입력 2020-09-11 20:04 | 수정 2020-09-11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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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스크루'라는 장비입니다.

    배에 실린 석탄 속에 집어 넣고 돌려서 옮기는 장비인데 무게가 무려 2톤입니다.

    한 60대 노동 자가 혼자서 이 장비 여러 개를 트럭에 이단으로 싣다가 스크루가 굴러 떨어 지면서 깔림 사고로 숨졌습니다.

    사고 현장은 바로 재작년, 20대 하청 노동자 김용균 씨가 석탄용 컨베이어 벨트에 끼어 숨진 태안 화력 발전소, 그 곳입니다.

    이번에 숨진 노동자 역시 하청 이었습니다.

    그리고 발전소 측은 사고 당일 곧바로 이 죽음의 책임은 '본인' 이라고 결론 냈습니다.

    과연 그런지, 먼저 김태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 리포트 ▶

    어제 오전 9시 반쯤, 65살의 화물차 기사 이모 씨는 충남 태안화력발전소 안에서 작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빙글빙글 돌아가며 석탄을 운반하는 스크루 5대를 자신의 화물차에 싣고, 정비업체로 옮길 준비를 하던 중이었습니다.

    거대한 쇳덩이를 2단으로 쌓아 화물칸에 고정하려던 순간, 무게 2톤짜리 스크루가 떨어지면서 이 씨를 덮쳤습니다.

    구급차에 실려 태안의료원으로, 또 닥터헬기를 타고 천안 단국대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이 씨는 결국 숨졌습니다.

    사고 발생 2시간 50분 만이었습니다.

    [충남 태안소방서 관계자]
    "중증 외상으로는 파악이 됐고…닥터헬기에 인계해 줄 때까지는 심정지 사항이 아닌 걸로 상황 파악을 했어요."

    과다 출혈로 이 병원 저 병원을 옮겨가며 사경을 헤매던 그 시각, 태안화력발전소 내부에선 보고서 1부가 작성되고 있었습니다.

    이 씨가 사망한 지 불과 몇 시간 뒤에 완성된 것으로 보이는 이 보고서에는 사고의 과실 책임이 본인, 즉 숨진 이 씨에게 있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아직 경찰에서 사고 원인 조사에 착수하지도 않은 시점, 이미 결론은 나있었습니다.

    [임선빈/한국 서부발전 태안화력 기술지원처장]
    "조금 미비한 점이 있었으니까 사고가 난 걸로 생각이 되고 그(사고 원인) 부분에 대해서는 경찰에서 조사를 하고 있으니까 제가 좀 언급하기가…"

    사고 당시 현장에는 태안화력 소속 안전감독관 1명, 정비업체 2명, 그리고 차량 운전자 3명이 더 있었습니다.

    하지만 대형 스크루를 화물차에 묶는 일은 운전을 맡은 이 씨 혼자 담당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경찰은 전담수사팀을 꾸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이 씨의 부검을 의뢰하는 한편, 현장에 있던 태안화력 직원 등 6명을 불러 조사할 계획입니다.

    [조상규/충남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장]
    "현장에는 정비업체 직원 포함 총 6명이 있었는데, 과실 여부에 대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사고 원인에 대해 엄정하게 수사할 예정입니다."

    고 김용균씨가 이곳 태안화력에서 숨진 뒤 위험의 외주화를 막자며 산업안전보건법까지 개정됐습니다.

    하지만 위험의 외주화가 부른 참극은 결국 같은곳에서 되풀이되고 말았습니다.

    MBC뉴스 김태욱입니다.

    (영상취재 : 양철규 (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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