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2년 전 24살의 하청업체 노동자 김용균 씨가 컨베이어 벨트에 끼어 숨진 태안 화력발전소, 기억하시죠.
이곳에서 또다시, 60대 화물차 기사가 무게 2톤의 스크루에 깔려 숨졌다는 소식, 어제 전해드렸는데요.
이번에도 사고 직후, 회사는 노동자 본인 과실이라고 밝혔지만 취재결과, 현장에선 서류상에 명시돼있던 안전조치를 지키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김윤미 기자가 보도합니다.
◀ 리포트 ▶
화물차 기사 이 모 씨를 덮친 건 무게 2톤의 대형 철제 스크루.
나선형으로 돌아가며 석탄을 옮기는 이 장비를 정비하려고 외부 업체로 옮기려던 중이었습니다.
지난달 18일 한국서부발전이 이 작업을 맡길 업체를 정한다며 올린 입찰 공고를 확인해 봤습니다.
어떻게 포장하고 옮겨야 하는지 구체적인 작업 방법까지 명시했는데, 우선 방수포로 스크루를 하나씩 포장하고, 틀을 이용해 단단히 고정하라고 돼 있습니다.
화물차에 실은 뒤에는 고임목 등을 이용해 충격이나 흔들림이 없도록 조치해야 합니다.
작년 11월, 사고 현장에서 촬영된 사진을 보면 스크루를 어떻게 포장하고 운반해야 하는지 한눈에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전혀 달랐습니다.
고정 틀도 없는 상태에서 지게차로 스크루를 그대로 들어 화물칸에 하나씩 실었습니다.
3개를 먼저 적재한 뒤 그 위에 다시 2개를 쌓아 올렸는데, 고임목 같은 고정 장치도 없었습니다.
결국 이중으로 쌓았던 둥근 쇳덩이가 화물칸 밖으로 떨어졌고, 날카로운 쇳덩이가 이 씨를 덮쳤습니다.
[한국서부발전 관계자]
"(스크루가) 굳이 이미 다 파손되어 있는 상태인데 포장할 필요가 없어서 (정비 후) 들어올 때만 해당하는 사항으로… 나갈 때는 그렇게 고정을 특별히 안 하고…"
당시 사고 현장에는 포장과 운반 지침이 적힌 서류를 작성한 한국서부발전 직원 최 모 씨가 작업을 감독하고 있었습니다.
[박준선/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노동안전보건국장]
"둥근 것을 안전하게 실을 수 있게끔 하는 주체에 대해서는 애초에 고려 대상이 없었던 거죠. 기계 부품이 상하냐 안 상하냐, 이것만…"
규정대로 안전 조치만 됐더라면 살아있을 이 모 씨는 오늘 새벽 모든 장례 절차를 마치고 65년 생을 마감했습니다.
2달 동안 장례식이 미뤄졌던 고 김용균 씨와 달리, 사고가 발생한 지 45시간 만입니다.
MBC 뉴스 김윤미입니다.
(영상취재: 신규호(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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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김윤미
"단단히 고정"은 새 부품만…서류에만 '안전 조치'
"단단히 고정"은 새 부품만…서류에만 '안전 조치'
입력
2020-09-12 20:08
|
수정 2020-09-12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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