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겉은 '화기애애' 속은 '비핵화 공방'…27통의 친서

◀ 앵커 ▶

다음주 출간되는 미국 언론인 밥 우드워드의 책 '격노'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주고 받은 친서 27통이 공개될 예정인데요.

MBC가 한국 언론으로서는 처음으로 이 서신들의 내용을 단독 입수했습니다.

두 정상이 주고받은 편지의 미사여구 속에는 치열한 협상 전략이 숨어 있었습니다.

먼저, 나세웅 기잡니다.

◀ 리포트 ▶

지난 2018년 7월, 싱가포르 정상회담 후속 협의를 미국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평양을 방문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편에 들려 보낸 친서에서, 김정은 위원장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미사일 시험장 검증과 함께, 비핵화 초기 조치를 요구합니다.

"폼페이오 장관은 내 지시에 따라 당신과 한반도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를 위한 첫번째 주요 조치를 합의하려고 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전 약속대로 '종전선언'부터 하자는 북한의 제안을 미국이 거부하면서, 폼페이오 장관은 김 위원장을 만나지도 못한 채 돌아와야 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곧바로 보낸 서신에서, "각하처럼 걸출한 정치가와 좋은 관계를 맺게 돼 기쁘지만 고대했던 '종전선언'이 빠진 것엔 유감"이라고 불만을 표현했습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답장에서 못들은 척 다시 '완전한 비핵화'를 강조합니다.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이 무산되는 등 비핵화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자, 김정은 위원장은 그해 9월 처음으로 비핵화의 조건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며 미국의 입장을 타진합니다.

김 위원장은 "우리는 단계적 방식으로, 한번에 하나씩 의미있는 절차를 밟아가고 싶다"고 한 뒤, "위성발사구역, 즉 ICBM과 관련된 시설이나 핵무기시설의 완전한 폐쇄, 핵물질 생산시설의 돌이킬 수 없는 폐쇄"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실제 얼마나 구체적으로 제안됐는지 불분명하지만, 적극적으로 성과를 내기 위한 거래를 진행한 것으로 보입니다.

[홍민/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하노이 이전에도 상당 부분 정상급과 실무급 모두에서 아주 구체적인 단계에 대한 얘기들이 오고갔다… 우리가 지금까지 알고 있는 북부(풍계리) 핵실험장이나 동창리 이상으로…"

두 정상은 친서를 통해 하노이와 판문점에서 열린 두 차례 정상회담 일정을 조율하는 등 마지막까지 톱다운 비핵화 협상을 시도했지만, 협상은 모두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이후 편지들은 "화기애애하지만 빈번하지 않고 비핵화 협상보다는 '관계'에 집중했다"고 친서를 분석한 미국 언론인 밥 우드워드는 평가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특히 지난해 8월엔 축소 시행된 한미 연합훈련에 항의하며 "남한 군대는 우리 군대에 맞상대가 되지 못한다"고 비꼬는 친서를 보내는 등 정상간의 관계도 냉각기로 접어들었습니다.

두 정상 간의 마지막 서신 교환은 올해 3, 4월에 이뤄졌는데,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관련 지원 제안에 김 위원장이 답변을 보내온 것이었다고 우드워드는 전했습니다.

MBC뉴스 나세웅입니다.

(영상편집 : 이정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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