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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 끊긴 '공채'…'수시채용'은 "안 뽑는다"는 말?

뚝 끊긴 '공채'…'수시채용'은 "안 뽑는다"는 말?
입력 2020-09-21 20:50 | 수정 2020-11-17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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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코로나19는 신입사원 채용 방식도 바꾸고 있습니다.

    대규모 지원자를 모아놓고 시험을 보는 공개채용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적은 인원을 상대로 한 수시채용이 늘고 있는 건데요.

    그런데 수시채용의 기준이 워낙 불투명하다 보니까 지원자들 입장에서는 대비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또 말은 수시로 채용을 한다고 하지만 결국 채용 인원을 줄이거나 아예 뽑지 않는 기업도 많습니다.

    수시채용의 이면을 조윤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서울의 한 대학 건물 로비.

    청년들이 책을 펴고 공부하고 있습니다.

    코로나로 도서관에서나 카페에서나 공부할 장소 찾기가 쉽지 않아, 건물 로비에 자리잡은 겁니다.

    취업준비생인 25살 박 모 씨는 최근 정식 채용도 아닌 인턴만 7번을 떨어졌습니다.

    [박 모 씨/취업준비생]
    "코로나 때문에 이제 공채도 (자리가) 안 나오거나 적게 뽑는데 인턴이라도 해보자. (이력에) '빈 공간'이 생기면 안 되니까. 인턴도 진짜 너무 안 되고 있어요."

    인턴마저 좁은 문이 된 건, 올들어 기업들이 대거 공채 대신 수시채용을 늘린 영향이 큽니다.

    기업들이 공채로 신입사원을 뽑아 가르치는 대신, 수시채용을 통해 곧바로 업무에 투입할 인력을 뽑다 보니, 인턴 같은 실무 경험이 더욱 중요해진 겁니다.

    [송용현/취업준비생]
    ""인턴 경험이 어디 없네요?" 이런 질문들을 좀 많이 최종 면접에서 받았었고…오히려 인턴이 좀 더 (구하기) 힘들다고 할 정도로, '금턴', '금턴' 이렇게 부르는데…"

    주요 그룹 가운데 하반기 공채를 진행하는 곳은 삼성과 포스코, CJ 정도.

    현대차는 작년에 수시채용으로 전환했고, LG와 KT도 올해 공채를 없애고 수시채용을 시작했습니다.

    SK 역시 아직 공채를 하고는 있지만, 수시 전환을 검토 중입니다.

    한 취업포털 사이트가 상장사 530곳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지난해 하반기 50%에 가까웠던 공채 기업은 올 하반기엔 40%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수시채용을 하는(41.4%) 기업이 사상 처음으로 공채 기업보다 많아진 겁니다.

    취업 준비생들은 수시채용이 반갑지 않습니다.

    원하는 기업이 어느 시기에 몇 명을 뽑는지 알고 대비할 수 있는 공채 시스템과 달리, 수시 채용은 어느 기업이 언제, 몇 명을, 어떻게 뽑는지, 알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취업준비생들은 불안을 호소합니다.

    [이다연/취업준비생]
    "원하는 직무가 애초에 채용이 안 뜨거나 이럴 때 제일 상실감이 큰 것 같고요. 자격증도 딴다고 다 따긴 했는데, 이제 앞으로 내가 뭘 더 준비해야 될지도 모르겠고…"

    무엇보다 수시 채용이 늘면, 사실상 뽑는 인원 자체가 줄어들 거라는 게 지배적인 분석입니다.

    실제 한 조사 결과, 올 하반기 기업들의 40%가 대졸 신입 채용을 줄이겠다고 밝혔습니다.

    예상 채용 규모도 3만 1천여 명으로, 1년 전에 비해 30%, 1만 3천여명이나 줄었습니다.

    [대기업 관계자]
    "수시 채용이라는 게 어떻게 보면 '방패막이' 역할이 될 수도 있는 건 사실이거든요. 타이틀 자체는 수시 채용으로 달아 놓고 채용 자체를 진행하지 않거나, 굉장히 소규모 중심으로 채용이 진행되지 않을까…"

    수시 채용이 늘면서, 채용 과정의 공정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박 모 씨/취업준비생]
    "(취업준비생 카페글 가운데) '인턴으로 합격했다는 문자를 받았는데 일주일 있다가 잘못 발송됐다라는 걸 받았다'고…댓글을 보면 '이거 낙하산 때문에 네가 떨어진 거다'…"

    [권상집/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
    "(수시 채용은) 면접의 프로세스나 선발 인원을 모두 주관적인 평가에 의해서 하기 때문에, 비공개적인 그런 어떤 청탁, 요청들이 훨씬 더 많이 빈번해질 가능성이 큽니다."

    수시 채용으로 실무 경험이 중요해지면서, 경쟁률이 더 치열해진 인턴.

    하지만 금턴이라는 인턴 자리를 구한 이들도, 불안하고 막막하긴 마찬가집니다.

    종일 긴장 속에 인턴 근무를 마치고 퇴근길 집으로 향하는 이 모 씨.

    1시간 넘게 지하철을 탄 끝에 작은 원룸에 도착한 이씨는, 휴식은 커녕 다시 새벽까지 시험 준비를 합니다.

    기업 맞춤형 자기소개서와 필기시험, 영어 성적 준비에 인턴까지 할 수 있는 건 다 하고 있지만, 체감하는 취업 문턱은 어느 때보다 높습니다.

    [이 모 씨/취업준비생]
    "(입사)서류를 14개 정도 썼는데, 코로나 때문에 필기 고사장을 못 잡고 온라인으로 하고 하면서, 서류에서 엄청 많이 걸렀어요."

    1957년 삼성물산이 최초로 도입했다는 신입사원 공채.

    경제 성장기에 기업별로 대규모 인원을 뽑던 공채 제도가 코로나를 계기로 빠르게 사라지고 있는 가운데,

    [이 모 씨/취업준비생]
    "직장 들어간 선배들이 말하시더라고요. '만약에 수시로 나 여기 넣었으면 못 왔다'고…한 2~3년 뒤에도 계속 취업준비를 하고 있지 않을까 걱정이 좀 돼요."

    이미 얼어붙은 채용 시장이 내년엔 더 나빠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다연/취업준비생]
    "어쩌다 이 시국이랑 맞물려가지고, 좀 더 일찍 제가 입학을 했더라면 좀 더 빨리 (직장에) 갈 수 있지 않았을까…"

    [박영진/인크루트 커뮤니케이션 팀장]
    "(예년 지표를 분석해 볼 때) 코로나 발발은 올해였지만 올해는 시작에 불과하고, 사실은 내년, 내후년 지표가 더 안 좋아지리라는 예상을 조심스럽게…"

    코로나 여파로, 제대로 된 대학 수업도 받지 못하고, 아르바이트 자리까지 줄어 생활비 마련도 힘들어진 청년 세대.

    이들에게 유일한 희망인 취업 문까지 좁아지면서, '코로나 세대'의 한숨은 깊어만 가고 있습니다.

    MBC뉴스 조윤정입니다.

    (영상취재:황성희, 이향진, 이세훈, 노성은/편집:신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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