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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기자이미지 김은진

당신의 위험을 짊어진 '필수노동자'

당신의 위험을 짊어진 '필수노동자'
입력 2020-09-22 20:57 | 수정 2020-09-22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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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코로나 19와 일상을 공존하는 요즘도 버스는 운행이 되고, 거리는 깨끗합니다.

    우리의 이런 일상 뒤에는 누군가의 위험한 노동이 있는데요.

    남들과 거리를 두고 싶어도 둘수가 없는, 그랬다간 우리사회가 작동을 멈추고 누군가의 생명까지 위태로 워지는, '필수 노동자'들 입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꼭 필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 리포트 ▶

    요양보호사 지상옥 씨는 방문 돌봄 일을 쉴 수가 없습니다.

    환자들의 생사가 달려있기 때문입니다.

    중증 치매와 신부전증을 앓고 있는 84세 어르신, 챙겨줘야 할 것이 많습니다.

    [지상옥/요양보호사]
    "(약을) 하루에 이렇게 다 드시는 거예요. 여기에 두 알이 또 들어가는 거지. 하루에 일곱 가지."

    (이걸 선생님께서 다 챙겨주세요?)

    [지상옥/요양보호사]
    "제가 안 하면 안 되죠. 혼자서 해결이 안 되니까 식사도 혼자 해결 못하세요. 제가 그래서 조금만 늦으면 더 막 불안한 거야."

    가슴 통증을 호소하며 수년째 음식을 거부하는 환자를 상대하는 식사시간은 마치 전쟁 같습니다.

    "나 안 먹고 싶어."

    [지상옥/요양보호사]
    "한 숟갈이라도 잡숴야지. 안 돼, 어머니. 진짜 내가 부탁드릴게요."

    "그거 안 먹어요."

    [지상옥/요양보호사]
    "아이고 감사합니다. 감사해요 어머니."

    겨우 입안에 들어간 밥을 도로 뱉어내면 사방으로 튄 침과 음식물 찌꺼기를 피할 방법이 없습니다.

    "버려, 그냥. 아 죽겠다. 아이고. 저리 가 이제."

    [지상옥/요양보호사]
    "뱉으면 어머니 또 잡숴야 돼요."

    "아니야. 못 먹어 더."

    알코올중독 치매 당뇨병을 앓으며 혼자 사는 이 환자 역시 요양보호사가 있어야 밥도 먹고 병원도 갈 수 있습니다.

    [이봉원]
    "난 그래서 살았어요. 그래서 이름을 '은인'이라고 지었어요."

    환자와 가족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존재인 겁니다.

    "만약에 우리 보호사님 안 오시면 안 돼요. 우리 딸 같아요. 이분이 딸 같이 와서 밥을 다 하고 나 목욕도 시켜주고 다 해주니까 없어선 안 되지요."

    요양보호사 말고도 코로나19와 같은 재난 상황에서 사회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대면 접촉과 노동을 중단할 수 없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서민의 발인 버스 운전기사들.

    매일 불특정 다수와 접촉하며 감염의 두려움 속에서도 운행을 멈출 수 없습니다.

    [김민석/마을버스 운전기사]
    "아무래도 저희들도 사람이다보니 (불안함이) 있죠. 그렇다고 근무를 안 할 수도 없고."

    코로나19 방역 최전선에 있는 의료진 바로 옆에는 오염물을 청소하고 환자를 이송하고 경비를 서는 병원 근로자들도 있습니다.

    이처럼 의료 돌봄, 배송과 물류, 교통 분야 종사자 등을 '필수노동자'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그런데 코로나19 확산으로 역할이 크게는 필수노동자들 상당수가 여전히 열악한 노동 조건에 처해 있습니다.

    [지상옥 /요양보호사]
    "맨날 위험에 노출돼 있어도 뭐 위험수당이라든가 월급도 시급이잖아요. 8,000원에 시작해서 이제 1만 원 좀 넘어요. 11,000원 정도. 12년 동안 이렇게 하고."

    버스 기사도 손님들의 마스크 착용 여부를 확인하느라 매순간 긴장해야하고 환기와 방역 등 일은 더 늘었지만 처우는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마을버스 운전기사]
    "그냥 위험수위만 더 높아진 거지 똑같습니다."

    오히려 근무 여건과 안전 환경이 악화된 경우도 많습니다.

    의료진들과 같은 공간 같은 위험 속에서 일을 하고 있지만 처우는 상대적으로 더 나빠진 병원 노동자들이 대표적입니다.

    [환자 이송/A 병원]
    "업무가 더 많이 가중됐죠. 음압병동은 간호사들이나 거기 근무하시는 분들은 밖으로 나오지 못하거든요. 심지어 우리가 도시락배달 그런 것까지 우리가 다 하고 없었던 업무가 9가지 정도 더 늘어났다고 보면 돼요."

    감염 위험이 높지만 그들의 안전은 방치되고 있습니다.

    [청소 노동자/B 병원]
    "(휴게실) 한 방에 30~40명씩은 들어가 있어요. 그런데 그러면 안 되는 거 아닌가요?"

    잠깐의 휴식시간마저 위험에 노출된 청소노동자들.

    안전하게 쉴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대신 이 공간마저 없앤 병원도 있습니다.

    [청소 노동자/C병원]
    "2.5단계 하고부터는 각자 쉬는 공간도 없이 각자 자기 일하는 자리에서 그냥 대충 쉬라고 해서 지금은 쉬지도 못하고 화장실이든 어디든 앉았다가 시간되면 또 일하고 있어요. 지금."

    고용불안까지 더 커졌습니다.

    [청소 노동자/B 병원]
    "무슨 위험수당을 줘요. 이 와중에 사람을 줄인다고 난리에요. 돈이 안 된다고. 코로나 때문에 환자들이 많이 안 온다고."

    [청소 노동자/D 병원]
    만약에 코로나 감염 되면 격리조치와 임금도 안 주고 인사상 불이익을 주겠다 통보를 받은 상태예요

    외국에선 코로나19를 계기로 필수노동자에 대한 재평가 작업이 이뤄지면서 각종 보호와 지원이 시작됐습니다.

    캐나다는 최대 16주간 140여 만원을 직접 지원하고 미국은 필수노동자들의 보험료를 간접 지원하는 입법을 추진 중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필수노동자에 대한 개념과 기준도 불분명하고 사회적 인식도 부족합니다.

    서울 성동구가 전국 최초로 필수노동자를 위한 지원을 논의 중인데요.

    위험수당을 지급하고 보호 장비와 심리 치료 등을 지원할 계획입니다.

    하지만 일시적인 지원인데다 구청 차원이라는 한계가 있습니다.

    [정원오/ 성동구청장]
    "광역차원의 조례가 만들어져야 되고 무엇보다 정부차원의 정책이 수립되거나 아니면 법이 만들어진다면 이것을 전국적으로 실시하고…"

    당장의 지원도 중요하지만 필수노동에 대한 존중과 가치에 대한 사회적 재평가가 필요합니다.

    [정순돌 /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하는 분들이고 이분들이 없어서는 안 된다고 하는 것들 그런 것들에 대한 인식을 공통적으로 할 필요가 있고 그렇지 않으면 사회가 돌아가지 않는다는 걸 이번에 알게 된 거잖아요."

    필수 노동이 멈추면 사회의 가장 취약한 곳부터 무너집니다.

    "이 사람 없으면 난 못 살아요. 죽어요."

    "우리가 안 오면 안 되거든요. 코로나가 아니라 아마 더 한 중병이 있어도 우리는 와야 될 거예요."

    코로나 시대, 일상을 유지하기 위해 누군가는 더 많은 노동을 하거나 더 많은 위험을 무릅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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