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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간다][단독] '종잇장'처럼 구겨지는데…"이걸 타고 배송하라고?"

[바로간다][단독] '종잇장'처럼 구겨지는데…"이걸 타고 배송하라고?"
입력 2020-09-24 20:31 | 수정 2020-09-24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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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로간다, 정치팀 조명아 기자입니다.

    1년 전, 추석 명절을 앞두고 배송을 하던 27년 차 집배원 박인규 씨가 교통사고로 숨진 소식을 전해드렸습니다.

    [조성대/고 박인규 집배원 동료(지난해 9월)]
    "정말 힘든 상황까지 배달을 하고 쳐져서 들어오니까 사고가 난 거라고 생각해요."

    과도한 업무량도 문제지만, 배기량 100cc 짜리 오토바이에 한 가득 물량을 담아 옮길 수밖에 없어 이같은 사고가 반복돼 왔는데요.

    그래서 우정사업본부는 이륜차 대신 초소형전기차를 도입하기로 하고 시범사업에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이들 전기차의 안전성에 심각한 결함이 있다는 국정감사 자료를 입수했습니다.

    뭐가 문제라는 건지, 현장부터 가보겠습니다.

    오늘 아침 7시, 경기도 안양의 배송현장에 도착했습니다.

    추석을 일주일 앞둬서인지 배송 물량이 가득 쌓여있는데요.

    문제의 초소형 전기차가 보입니다.

    현재까지 1,000대, 3종의 차량이 도입돼 시범사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안전성에 어떤 문제가 있다는 건지, 배송에 나선 집배원과 직접 타봤습니다.

    [김오남/집배원]
    "(아이고 아이고)"
    "조금만 높으면 덜커덕덜커덕 해요."

    에어백도 없는 차량, 차체까지 가볍다 보니 큰 차 옆을 지나가면 흔들림이 심합니다.

    [김오남/집배원]
    (저런 큰 차 지나가면 어떠세요?)
    "휘청휘청하잖아요. 저희는 저런 차 옆에는 웬만하면 안 가죠."

    차 안의 유리 천장을 봤더니 금이 가 있었고, 외부 범퍼도 부서져 있습니다.

    [김오남/집배원]
    "이걸 붙인 거거든요. 유리가 깨졌다고 했잖아요. 위에는 아무것도 한 게 없는데 금이 가 있어요."

    특히 브레이크 관련 문제 제기가 많습니다.

    차가 뒤로 밀리거나, 급발진처럼 작동하는 아찔한 사고가 심심찮게 발생한다는 겁니다.

    [김오남/집배원]
    "브레이크를 떼자마자 차가 한 바퀴를 돈 것이죠. 이 차에 주눅이 들어서 다른 차를 제가 운전할 수가 없어요. 제가 운전경력이 30년인데 다른 차 지금도 불안해서…"

    집배원이 겪은 상황을 CCTV로 확인해봤습니다.

    제동을 시도하는데도 차량이 말을 안 듣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취재진은 지난해 한국교통안전공단이 이들 초소형전기차에 대해 실시한 충돌 안전성 실험 영상을 입수했습니다.

    시속 50km 속도로 벽에 부딪히자, 앞유리가 당연한 것처럼 전부 깨지고 범퍼는 마치 종잇장처럼 구겨져 버립니다.

    측면도 마찬가지.

    앞문은 힘없이 푹 찌그러졌고 실험용 더미까지도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조금씩 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시범사업에 도입된 3종 모두 외부 충격에 취약한 겁니다.

    비슷한 조건에서 경차와 비교했을 때 정면충돌 시 복합중상해 발생 확률이 평균 3.3배가량 높았습니다.

    [정애숙/집배원]
    "그냥 막말로 객사 당하지 않나 그런 생각도 들어요. 이 차로 절대 우리는 사고 나면 안된다. 그때는 우리는 우리 목숨이 우리 목숨이 아니다."

    초소형 전기차 자체가 위험한 건 아닐 텐데, 어떻게 이런 문제가 생긴 걸까요?

    우정사업본부가 전기차 도입 당시 적용한 특례조항과 관계가 있습니다.

    대표적 안전장치인 에어백, 잠김 방지용 브레이크 ABS 등을 설치하지 않아도 안전규격을 충족한 것으로 판단했던 겁니다.

    취재진이 입수한 자료를 보면 에어백은 3종 모두, 접근경고음과 잠김 방지용 브레이크는 2종에 설치가 안 돼 있었고 후진경고음과 저소음자동차 경고음 발생장치도 1종이 '미설치'였습니다.

    [전혜숙/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
    "예산에 맞춰 안전장치를 제외하고 사업을 급하게 추진하다 보니 오히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은 뒷전이 되었습니다."

    이 때문에 집배원들의 외면이 커진 탓에, 최근 우정사업본부의 수요 조사 결과 추가 신청된 규모는 67대뿐이었습니다.

    4천 대 도입을 목표로 잡아놨다가 못 쓰게 된 예산도 문제지만, 이 사업에 맞춰 생산설비를 갖췄던 업체들까지 졸지에 날벼락을 맞게 된 상황입니다.

    우정사업본부 측은 올해 하반기 종합적인 성과분석 결과를 토대로 추가 도입에 나설 계획인데, 안전 확보가 시급해 보입니다.

    바로간다, 조명아입니다.

    (영상취재: 남현택 / 영상편집: 김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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