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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백 년 만에 첫 여성 초헌관…"세상이 변하는 대로"

5백 년 만에 첫 여성 초헌관…"세상이 변하는 대로"
입력 2020-10-01 19:58 | 수정 2020-10-01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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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오늘은 추석이기도 하지만, 전통 서원에서는 가을 제사를 지내는 날이기도 한데요.

    경북 안동의 도산서원에선 우리나라 서원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이 초헌관을 맡았습니다.

    이정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도산서원의 사당 '상덕사'의 문이 열리고.

    "유세차 경자 8월 계사삭…"

    서원 제사인 '향사'를 이끄는 초헌관이, 가장 먼저 퇴계 선생 위패에 술잔을 올립니다.

    올해 초헌관은 사모관대의 관복이 아니라 족두리와 고운 당의를 차려입은 여성입니다.

    바로 우리나라 9개 서원을, 10년간의 노력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시킨 주역 이배용 한국의서원보존통합관리단 이사장입니다.

    [이배용(73살)]
    "'한국의 서원 보존 통합 관리단' 이사장 "그 쾌거를 퇴계 선생께 다시 잔을 올리면서 고한다고 하니까… 아주 가슴 벅찬 감회가 일어났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공인된 서원의 역사 근 500년 만에 여성 초헌관이 향사를 주관한 건 이번 도산서원이 처음입니다.

    전례가 없는 일이기 때문에 제례복의 모양, 색깔을 정하는데도 무려 아홉 달 동안 고증과 자문을 거쳤습니다.

    [이태원/도산서원 별유사]
    "성균관의 '작헌례'라든가 '종묘 제례'에서 여성 집사들이 현재 당의를 입고 있다고 해서 거기에 따랐고."

    도산서원의 초헌관은 매년 수많은 추천 인물 중에서 덕행과 학행, 공적 이 3가지를 따져 선정합니다.

    여성을 초헌관에 임명하도록 한 파격은 다름 아닌 서원 운영위원장이자 퇴계 종손인 이근필 옹의 추천이 결정적이었습니다.

    [이근필(89살)/퇴계 종손]
    "(유교가) 고집만 자꾸 부리면 안 됩니다. 퇴계 선생께서도 '시종(時從: 시류에 따르다)'을 따라라. 세상을 사는 대로 따라야 한다…라는 말씀을 (남기셨습니다.)"

    도산서원은 지난 2002년, 서원 최초로 사당의 위패에 절을 하는 '알묘'를 여성에게도 허용했고, 2009년부터는 새벽 1시에 하던 제사를 낮 시간대로 바꾸고, 또 3일간의 일정은 2일로 단축했습니다.

    그리고 이번 첫 여성 초헌관까지, 유교 문화의 현대화에 선구적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MBC 뉴스 이정희입니다.

    (영상취재: 최재훈(안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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