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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집단 성추행' 알렸지만…학교는 감췄고 경찰은 늦었다

[단독] '집단 성추행' 알렸지만…학교는 감췄고 경찰은 늦었다
입력 2020-10-06 20:25 | 수정 2020-10-07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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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넉 달 전 학교 기숙사에서 동급생들에게 상습적으로 성추행을 당한 뒤 보름 만에 세상을 떠난 고 김태한 군입니다.

    당시 묻힐 뻔했던 이 사건은 김 군 부모님의 국민청원으로 세상에 알려졌는데요.

    MBC 취재 결과, 학교 측은 사건을 축소하기에 급급했고, 경찰은 늑장 수사를 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사건의 진실이 밝혀지고, 김 군의 억울함이 풀리길 기대하면서 MBC가 입수한 당시 폭행 현장의 CCTV와 담당 교육청의 보고서를 공개합니다.

    고은상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 리포트 ▶

    지난 6월 19일 숨진 김태한 군이 다니던 중학교 CCTV.

    검은 옷을 입은 김 군의 얼굴을 흰 옷을 입은 학생이 가격한 뒤, 다시 복부를 때립니다.

    김 군이 맞서보지만 다시 폭행이 이어집니다.

    김 군이 기숙사 안에서 동료 남학생들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학교에 신고했던 그날 영상입니다.

    성추행은 6월 10일부터 17일 사이 여러 차례 반복됐습니다.

    [고 김태한 군 생전 녹취]
    "00이가 구석 가서 혼자서 막 그러고 그 다음에 와가지고 내 위에서 하고, 막 내 가슴 만지면서 하고 그랬어."

    MBC가 이번에 입수한 CCTV 영상은 성추행 말고도 지속적인 괴롭힘이 있었다는 태한이의 진술이 사실임을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부지석/유족 측 변호사]
    "CCTV를 통해서 태한이의 진술이 사실이구나라는 것을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CCTV 확보가 안 됐더라면 진술을 번복을 해서 결국은 진실 공방으로 갔겠죠."

    학교는 교내 성폭력을 알게 되면 경찰에 즉시 신고해야하는데, 학교측의 첫 대응은 문의에 가까웠습니다.

    [경찰 관계자(6월 30일 녹취)]
    "선생님한테 전화가 와서 이름이라든지 이런거 거론 없이 이런 게 경찰관의 조사가 필요한 사안인지 선생님께서 1차적으로 물어보셨어요."

    가해자들과 피해자 분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학교측은 가해자로 지목된 4명의 학생들에게 '임의적인 보복행위 금지'와 '학교 내부 4시간 특별교육'만 받게 했습니다.

    학교에 못 가고 숨어다닌 건 오히려 태한이었습니다.

    [김시영/고 김태한 군 어머니]
    "(마지막까지도 태한이는) '엄마 학교 가고 싶어. 엄마 선생님 보고 싶어'라는 말을 했어요."

    MBC가 입수한 전남교육청의 보고서.

    교육청 관계자는 학교의 첫 조사가 시작된 6월 22일부터 "피해자가 분리 조치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면서, 가해 학생들이 "학교 외부 위탁 교육도 받을 수 있다"고 안내했지만 학교 측은 당시 거부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가해학생 학부모들 민원이 만만치 않을 것 같다"는 게 주된 이유였습니다.

    [김철민/국회 교육위원회 위원]
    "성인들도 성폭행을 당했을 때 가해자와 마주칠까봐 늘 불안에 떠는데, 피해 학생의 생각을 단 한 번이라도 해보았으면 사안을 이렇게 처리하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결국 태한이는 가해학생 중 일부가 계속 학교에 나온다는 걸 알게 된 다음날 갑자기 배가 아파 병원에 실려갔습니다.

    그리고 스트레스와 관련된 급성 췌장염 진단을 받고 사흘 만에 숨졌습니다.

    경찰 역시 소극적이었던 걸로 드러났습니다.

    경찰이 학교 CCTV 확보에 나선 건 태한이가 숨진 뒤 두 달 가까이 지나서였습니다.

    이미 가해 학생 부모들이 학교에서 첫 조사를 받은 6월 22일과 23일의 영상이 삭제된 상태였습니다.

    학교 측은 "외주 관리 업체가 임의로 지운 거"라고 해명했지만, 석연치 않습니다.

    [김근용/고 김태한 군 아버지]
    "음성이 들리는 거에요, CCTV가 "오후에 오셔야 됩니다 어머니" 거기까지 영상은 있는데 오후 시간은 (CCTV가) 없는 거에요. 그때 증거들이 다 인멸 돼버린 거죠."

    가해 학생 중 3명은 사건 발생 100일만에 추행 치상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됐습니다.

    교육부는 해당 학교장이 지난 8월 정직 3개월의 징계를 받았다고 밝혔는데, MBC 취재결과 징계 사유에 정작 태한이의 피해 신고에 대한 대처가 미흡했다는 내용은 없었습니다.

    오히려 태한이도 가해자였다는 또다른 신고를 묵살했다 게 중징계의 이유였습니다.

    [김시영/고 김태한 군 어머니]
    "제가 태한이에게 빨리 갈 수 있게 일이 잘 마무리됐으면 좋겠어요. 누구 하나 잘못했다고 말하는 사람이 없어요."

    MBC 뉴스 고은상입니다.

    (영상취재 : 방종혁 / 영상편집 : 이화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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