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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한 기름방울이 연기처럼 '둥둥'…위험천만 주유소

미세한 기름방울이 연기처럼 '둥둥'…위험천만 주유소
입력 2020-10-06 20:28 | 수정 2020-10-06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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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주유소에서 기름 넣을 때 적외선 카메라로 찍은 영상입니다.

    주유기 옆에 뭔가 흘러나오는 거 보이시죠.

    기름방울이 증발하고 있는 건데요.

    이걸 '유증기'라고 합니다.

    이 유증기는 폭발 위험도 있고 발암물질까지 들어 있어서 주유소엔 이걸 빨아들이는 회수설비를 설치해야 되는데요.

    어찌 된 일인지, 국내 주유소는 열 곳 중 7곳이 이 회수설비가 없다고 합니다.

    이준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주유 중이던 승용차가 갑자기 불길에 휩싸입니다.

    기름에서 새어나온 유증기에 정전기 스파크가 옮겨붙어 불이 난 겁니다.

    기름을 넣던 주유소 직원은 전신 3도 화상을 입었습니다.

    [주유소 관계자]
    "바람이 부니까 유증기가 이쪽으로 와서 정전기 때문에…"

    비슷한 사고는 해외에서도 적지 않습니다.

    주유소 화재의 절반은 이 유증기 때문으로, 유증기 회수설비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벤젠과 톨루엔 등 유증기에 포함된 발암물질도 문제입니다.

    [나재원/한국환경공단 대기환경처 대리]
    "주변에 있는 이 외부 관을 통해서 유증기를 흡입을 해 가지고 다시 들어간 다음에, 탱크 쪽으로 (유증기를) 다시 넣어주는 형태로…"

    경기 하남의 고속도로 주유소.

    유증기를 확인할 수 있는 적외선 카메라로 찍어보니 아무것도 나타나지 않습니다.

    유증기 회수설비가 있기 때문입니다.

    고속도로를 20분쯤 달려 이천 휴게소에 가 봤습니다.

    주유기를 적외선 카메라로 촬영해 봤더니 아까는 보이지 않았던 검은색 연기가 뿜어져 나옵니다. 바로 유증기입니다.

    같은 고속도로 휴게소인데도 이천에 유증기 회수설비가 없는 건 규정 때문.

    현행 규정은 대기오염도가 높은 지역에만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유증기로 인한 화재 위험이나 주유소 직원들의 건강보다는, 대기 오염에만 신경을 쓴 결과입니다.

    [김광철/한국환경공단 유해대기부 과장]
    "전체적인 휘발성 유기화합물이 많이 발생되는 수도권 지역과 대도시 지역을 중심으로 선차적으로 지금 진행이 되고 있기 때문에…"

    이에 따라, 서울 등 대도시 주유소 대부분엔 유증기 회수설비가 있지만, 공기 좋은 강원도와 제주도엔 설치 등록한 주유소가 단 한 곳도 없습니다.

    또 같은 경기도라도 하남, 성남, 용인은 반드시 설치해야 하지만, 바로 옆 광주, 이천, 안성은 설치 의무가 없습니다.

    이러다 보니 국내 주유소 1만 1천여 곳 가운데 유증기 회수설비가 있는 곳은 33%.

    10곳 중 3곳에 불과합니다.

    [임종성/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
    "유증기 폭발이나 발암물질에 대한 위험이 청정지역이라고 왜 없겠습니까. 설치 기준을 재검토해야 합니다."

    환경부는 관련법을 개정해 2년 뒤부터는 의무 설치 대상이 대폭 확대된다며, 여기서도 빠져있는 강원도와 제주도도 포함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MBC뉴스 이준희입니다.

    (영상취재: 윤병순 / 영상편집: 고무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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