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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차까지 팔겠다는 현대차…독일까? 약일까?

중고차까지 팔겠다는 현대차…독일까? 약일까?
입력 2020-10-07 20:48 | 수정 2020-11-17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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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오늘 2부에서는 중고차 얘기를 깊게 다뤄보려고 합니다.

    중고차 사 본 적 있으십니까?

    저는 첫 차를 중고차로 샀는데요. 10년 넘게 잘 탔습니다.

    그런데, 차에 문제가 생길 때마다 의심이 드는 겁니다.

    '내가 혹시 속고 산 거 아닌가' 하는 거죠.

    우리 같은 보통 소비자들이 겉만 봐서는 차에 문제가 있는지 알기는 어렵죠.

    그런데, 이 중고차 시장에 현대기아차 같은 완성차 업체들이 뛰어들겠다고 해서 지금 논란이 뜨겁습니다.

    현대차 같은 대기업이 팔면 그래도 믿을 수 있지 않겠냐 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대기업이 중소업체들의 밥그릇까지 뺏어먹는 건 너무하는 거 아니냐 하는 반론도 있는데요.

    조윤정 기자가 집중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생애 첫 차를 중고차로 사기로 한 정은실 씨.

    주행거리 9만Km에 10년 된 차를 사겠다고 하자 주변에서 걱정이 쏟아졌습니다.

    [정은실/중고차 첫 구매]
    "예산도 굉장히 제한이 있었고, 오래되고 주행거리도 긴 차를 볼 수밖에 없었는데, 그래서 친구들이 좀 말리더라고요. 가서 사기당한다고…"

    고민 끝에 정 씨는, 수수료를 내면 중고차 매물을 직접 점검해 주는 전문가 서비스를 신청했고, 그 결과, 큰 문제는 아니라도, 차 바퀴 안쪽에 기름이 새고 배터리도 교환해야 한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중고차 점검업체]
    "기름 묻은 거는 새는 거고요. 정비를 지금 해야 되는 부분이에요. 배터리는 교환을 해야 될 것 같아요. (배터리는 가격이 어느 정도예요?) 12만 원 정도 해요."

    중고차 사이트를 이용하는 경우, 검색 단계에서부터 신뢰가 무너지기도 합니다.

    한 사이트엔 작년에 출시된 SUV 차량이 4천500만 원에 나와 있지만, 다른 사이트엔 차 번호까지 똑같은 차량이 400만 원에 올라와 있습니다.

    10분의 1도 안 되는 가격, 허위 매물일 가능성이 높은 겁니다.

    [조윤익/중고차 점검업체 팀장]
    "(허위매물은) 항상 있습니다. "저 차량을 왜 봐" 할 것 같은데, 정보를 모르시는 분들이 더 많기 때문에, 일반 소비자 분들은 언제든지 당할 수 있습니다."

    한 조사 결과, 우리나라 소비자의 77%는 중고차 시장이 불투명하고 낙후돼 있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부정적인 인식 속에서도 시장은 급성장해, 지난해 거래된 중고차만 254만 대.

    신차 거래 대수의 1.4배에 달했습니다.

    [오 모 씨/중고차 구매 소비자]
    "차를 많이 쓰지 않는 경우에는 사실 새 차를 사기에는 좀 부담스러운 경우들도 있거든요. (중고차) 수요층이 다르기도 하고."

    그동안 중고차 판매업은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돼 대기업 진출이 제한돼왔습니다.

    하지만 그 지정 기한인 6년이 지난해에 끝나자, 중고차 업계는 대기업 진출을 더 강하게 막는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을 요청했습니다.

    이에 대해 동반성장위원회는 '산업 경쟁력'과 '소비자 후생' 등을 고려할 때 지정이 일부 부적합하다는 의견을 냈고, 이를 본 현대·기아차 등 완성차 업계는 중고차 판매업에 뛰어들 뜻을 밝혔습니다.

    대기업이 중고차 판매업에 진출해야 산업 경쟁력이 높아지고 시장도 투명해져 신뢰도가 올라갈 거란 논립니다.

    [김주홍/자동차산업협회 기획조정본부장]
    "(완성차 업체는) 정비라든지 이런 부분이 다 인프라가 갖춰져 있거든요. 충분한 성능 테스트를 하고 난 차량을 판매하게 되면, 소비자들도 아무래도 신뢰도가 높게 될 것이고…"

    이들은 또, 현재 수입차 판매업체들의 경우 직접 자기네 브랜드 중고차를 파는 게 허용돼 있는데, 우리나라 완성차 업체들만 중고차를 못 팔게 하는 건 '역차별'이라고도 주장합니다.

    [대기업 완성차 관계자]
    "국산차 고객들도 수입차 고객하고 동일하게 객관적인 기준과 정보를 바탕으로 제값에 중고차를 사고팔 수 있는 시장환경이 마련됐으면 합니다."

    중고차 업체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6천 개 업체, 5만 명 종사자의 생계가 일시에 무너질 수 있다며, 두 달째 시위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이들은, 중고차 판매업이라는 게 양질의 차량 확보가 경쟁력인데, 완성차 업체가 들어올 경우 새 차 손님들이 내놓는 중고차 매물을 싹쓸이해 갈 거라고 우려합니다.

    [장세명/중고차 판매업자]
    "40년 동안 뼈를 깎으면서 우리 일자리를 만들어 이루어 왔습니다. 대기업이 (일자리를) 도둑질을 해 가려고 합니다."

    중고차 시장의 고질적 문제인 허위 매물 등도 일부 무등록 업자들의 일탈인 만큼 대기업 진출이 아니라, 규제 강화로 해결할 문제라며, 무엇보다 현대차가 중고차까지 팔게 되면 결국 중고차값이 올라갈 거라고 주장합니다.

    [곽태훈/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 회장]
    "현대차가 독점을 하기 때문에 금액을 마음대로 할 수가 있죠. 소비자들은 더 피해가 많을 걸로 예상이 됩니다."

    전문가들은 대기업이 진출하면 후진적인 중고차 산업 발전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해외에선 자동차 제조와 판매가 나뉘어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현대·기아차가 제조와 판매를 겸하면서 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김필수/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
    "독과점 형태로 한 개의 그룹이 큰 포션(비율)을 갖고 있는 국가는 없어요. 일자리가 없어진다든지 이런 부분에 대해선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고 있거든요."

    현대기아차의 중고차 진출 배경엔, 오너 일가의 지배구조 문제가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중고차업은 이미 경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그룹 계열사 글로비스가 맡을 것으로 보이는데, 글로비스는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주식 23.3%를 보유한 최대 주주입니다.

    정 부회장이, 그룹 핵심인 현대·기아차 지분은 얼마 없어 그룹 전체를 완전히 지배하지 못하고 있는 만큼, 글로비스의 가치를 높이는 게 필요한데, 많게는 30조 원 규모로 추정되는 중고차업은 글로비스를 키울 기회라는 겁니다.

    [박상인/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
    "글로비스의 가치를 지금 높이는 것은 물류 사업만으로 한계에 도달했던 것이죠. 그래서 새로운 수익원으로 중고차를 생각하는 게 아닌가라는…"

    완성차 업체의 중고차업 진출을 놓고 시민들의 의견도 다양합니다.

    [김동규]
    "(대기업 진출이) 소비자 입장에선 아무래도 더 좋겠죠. 허위매물도 많은 상황이었고, 소비자들이 가격이나 이런 거 잘 모르잖아요."

    [최건호/중고차 구매 준비]
    "나중에 시장이 너무 독점화되면 안 좋으니까 퍼센티지나 대수 약간 제한을 두는 게 더 좋지 않을까."

    대기업 진출 허용 여부를 가를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은 중소벤처기업부가 심의위원회를 열어 결정하지만, 현재 5개월이 지나도록 회의조차 열지 못한 상황.

    현대차가 중고차까지 파는 게 맞느냐를 놓고 관련 업계가 들썩이는 가운데, 내일 중기부 국정감사에서는 현대차 전무와 중고차매매조합 대표 등이 증인으로 채택돼 치열한 공방이 예상됩니다.

    MBC뉴스 조윤정입니다.

    (영상취재: 윤병순 김백승 / 편집: 정소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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