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보증금을 수억 원 내고 입주하는데 견본 주택은 돈이 든다고 아예 짓질 않고 다 지은 아파트를 미리 보여 주지도 않습니다.
보고 싶으면 계약부터 하고 보라는 식입니다.
바로 서울주택도시공사 SH가 지은 임대 아파트 얘깁니다.
그런데 바로 옆에 지은 분양 아파트는 견본 주택이 있습니다.
SH, 이 공적 기업의 존재 이유가 대체 뭔지, 이준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서울 강동구의 장기전세 임대아파트에 당첨된 곽 모 씨.
하지만 당첨의 기쁨도 잠시.
곽 씨는 계약을 해야 하나 망설이고 있습니다.
임대 조건 때문이 아닙니다.
전용 74㎡, 31평형 새 아파트에 보증금 2억 8천만 원.
2년에 5%씩만 올려주면 20년까지 살 수 있는 좋은 조건이지만, 정작 집이 어떻게 생겼는지 도무지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곽모씨/SH 임대아파트 당첨자]
"큰 창이 거실이고, 작은 방이고, 안방이고...그렇게만 알고 있어요. 20년 살 수 있는 집인데 쉽게 결정할 수 있는 부분도 아니고..."
견본주택은 애초부터 없다고 해 바라지도 않았지만, 입주 두 달여를 앞두고 아파트가 다 지어졌는데도 '구경하는 집'조차 열어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집 평면도만 보고 계약하라는 말에 당첨자들은 집안이 안 되면 단지라도 보고 싶다며 아파트로 가보지만, 번번이 입구에서 제지당합니다.
[아파트 경비원]
(계약하기 전에는 못 보나요?)
"못 들어가요. 날마다 (주민들이) 오는데 이렇게 답변하기도 힘들어요. 나도..."
[곽 씨/SH 임대아파트 당첨자]
"납득이 안 되죠. 내 집이 아닌 설움인가...취소를 하면 (다음 청약 때) 불이익을 좀 받을 수 있어서..."
SH의 입주자 모집공고에는 '이번 단지는 현장여건 등에 따라 견본주택을 미운영한다'고 돼 있지만, 확인해보니 해마다 SH 임대주택 공고에는 이 문구가 들어 있었습니다.
반면, SH가 지은 바로 옆 분양주택은 다릅니다.
견본주택은 물론, 구경하는 집까지 만들어 공개했습니다.
SH는 그동안 분양주택의 경우 매번 견본주택을 만들었고, 코로나 이후엔 사이버 모델하우스를 만들어 집 안을 상세히 보여줬습니다.
[SH 유튜브 계정]
"우리 자녀들의 공부방, 놀이방으로 사용하면 엄청 좋을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고..."
SH 직원들도 문제가 있음을 인정합니다.
[임대아파트 당첨자-SH 직원]
(선생님은 집 계약할 때 평면도만 보고 계약할 수 있어요?)
"좀 그렇긴 하죠. 네..."
(평면도만 보고 계약한다는 게 좀 아니지 않나요.)
"네네 좀 그렇죠."
SH공사는 "그동안 비용 문제로 견본주택을 만들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임대아파트에도 만들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취재 대상이 된 강동구 장기전세 임대아파트의 경우, 오는 16일 계약일 전까지 사이버 견본주택을 만들어 공개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MBC뉴스 이준희입니다.
(영상취재: 윤병순, 김백승 / 영상편집: 김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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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이준희
집도 보지 말고 계약해라?…"다 짓고도 안 보여줘"
집도 보지 말고 계약해라?…"다 짓고도 안 보여줘"
입력
2020-10-13 20:31
|
수정 2020-10-13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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