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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몸으로 아이 받아"…이웃 18명 구한 '울산 가족'

"맨몸으로 아이 받아"…이웃 18명 구한 '울산 가족'
입력 2020-10-13 20:37 | 수정 2020-10-13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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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울산 주상 복합 아파트 화재 당시, 불이 순식간에 꼭대기 층까지 번졌지만 사망자는 단 한 명도 없었죠.

    신속하게 구조에 나섰던 소방 대원들, 그리고 직접 몸을 던져서 이웃들을 구해낸 주민들이 있었는데요.

    긴박했던 상황에서 용기와 헌신으로 이웃들을 구한 가족을 유영재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 리포트 ▶

    건물 외벽을 타고 오른 불길은 순식간에 33층 꼭대기까지 닿았고, 화염과 연기에 갇힌 주민들은 집 안에서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

    28층에 사는 구창식 씨 가족은 다행히 안방 창문과 연결돼 있던 야외 테라스로 급히 몸을 피했습니다.

    [구모선/아들]
    "검은 연기와 열기가 들어와서 현관 문으로 못 나가게 됐습니다. 그래서 안방으로 대피를 해서... 저희가 운이 좋게 피난 대피층이어서…"

    그 순간, 위쪽에서 들려온 다급한 목소리, 바로 위층인 29층 테라스에서 갓난아기를 안은 임신부가 살려달라며 울부짖고 있었습니다.

    때마침 곁에 있던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이들을 구해내자마자, 이번엔 한층 더 위인 30층에서도 주민 4명이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사다리는 닿지 않고, 이불과 커튼을 엮어 탈출하기에도 너무 급박했던 상황.

    이번엔 바닥에 이불을 쌓은 뒤 침대보를 활짝 펴서, 뛰어내리는 주민들을 받아냈습니다.

    [구모선/아들]
    "남자아이가 뛰어내려서 아버지께서 맨몸으로 받으시고 큰 딸이 무서워서 내려오지 못해서 창틀을 붙잡으면서 5~10분 동안 (매달려 있었습니다.)"

    잠시 숨돌릴 틈도 없이 아랫층인 27층, 꼭대기인 33층에서도 구조 요청이 잇따랐지만, 도저히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습니다.

    구 씨 가족은 이들에게 지금 대피해있는 장소와 현관 비밀번호를 소리쳐 물었고, 그대로 소방관들에게 알렸습니다.

    구조를 포기하다시피 했던 이들 이웃들은 한 명도 다치지 않고 모두 구조돼 무사히 탈출했습니다.

    이렇게 구 씨 가족이 구해낸 이웃 주민들은 모두 18명.

    자신들도 건물에서 빠져 나왔을 땐 불이 난 지 3시간이나 지나 있었고, 1층에 도착하자마자 탈진해 응급실에 실려 갔습니다.

    [구창식/아버지]
    "밖을 보니깐 아비규환, 그러니깐 군데 군데에서 사람 살려달라… 저도 1분 동안 몸이 경직돼서 움직일 수 없어서… 그런데 정신을 차리고 내가 구해야겠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화재 발생 엿새가 지난 오늘까지, 정확한 화재 원인을 밝혀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담배꽁초 등으로 인한 실화부터, 고의적인 방화 가능성까지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최초 발화 지점으로 특정한 3층 야외 테라스의 목재 데크를 중심으로 CCTV 분석과 목격자를 찾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습니다.

    MBC뉴스 유영재입니다.

    (영상취재 최창원·최준환·이지훈 (울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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