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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깜짝할 사이에 쾅"…고속도로 낙하물 사고

"눈 깜짝할 사이에 쾅"…고속도로 낙하물 사고
입력 2020-10-13 20:53 | 수정 2020-10-13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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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아무리 방어 운전을 해도 어디선가 갑자기 날아온 낙하물을 피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특히, 고속도로에서 맞닥뜨리면 강타를 당해도 또 운 좋게 피한다 해도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낙하물 사고라는 게 그저 피해자가 운이 없어서 당하는 게 아니라 가해자의 안전 불감증과 차량을 불법 개조한 탓이 큰데요.

    그 실태를 살펴보고 대책을 제안하겠습니다.

    ◀ 리포트 ▶

    0.01초? 0.001초?

    중앙분리대에서 팍 하는 순간 벌써…

    사고는 순식간이었습니다.

    추석을 앞두고 세종시에 계신 아버지를 모시러 가던 길.

    고속도로를 달리던 운전자 임 모 씨의 차 앞유리를 정체를 알 수 없는 검은 쇳덩이가 뚫고 들어와 조수석에 앉아있던 임 씨 아내의 눈과 머리를 강타했습니다.

    [임 모 씨/낙하물 사고 피해자 남편]
    "볼 새도, 뭐 할 새도 없었어요. 집사람 손으로 잡고 한쪽으로 차 세우기가 바빴으니까…"

    임 씨의 아내는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현재 의식불명 상태.

    [이상민/충북지방경찰청 고속도로순찰대 팀장]
    "이 부근이 가격되면서 유리가 찢어졌고 그 찢어진 안으로 동시에 뚫고 들어간 것으로… 여기여기 여기가 혈흔이에요."

    이 끔찍한 사고를 일으킨 쇳덩이의 정체는 공사현장의 타워크레인 조립에 쓰이는 길이 20cm, 무게 3.5kg의 마스트핀이었습니다.

    조사 결과 제대로 결박되지 않은 마스트핀이 화물차에서 떨어져 나란히 달리던 SUV를 맞고 중앙분리대를 넘어 임 씨의 차를 덮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상민/충북지방경찰청 고속도로순찰대 팀장]
    "영상으로 봤을 때, 화물차 지나가는 거 보면 덜컹거리죠. 덜컹거리면서 떨어졌을 겁니다."

    화물차 운전자는 교통사고특례법상 과실치상 혐의로 입건됐습니다.

    하지만 이 사고로 부부의 평범했던 일상은 무참히 무너졌습니다.

    [임 모 씨/낙하물 사고 피해자 남편]
    "서울에 살다가 강아지나 키우고 텃밭이나 가꾸고 살자고 한 지 6~7년 만에 이렇게 된 거에요. 보고 있는 나는 어떻게 사냐고요."

    지난 5년간 고속도로에서 발생한 낙하물 사고는 217건. 매년 평균 43건 정도입니다.

    문제는 대형 사고, 인명사고로 이어지기 쉽고 사고 발생 시 보상도, 처벌도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2018년, 중부고속도로에서 일어난 낙하물 사고.

    "어떡해! 자기야! 어떡해!"

    이 사고로 운전석에 앉았던 예비 신랑이 목숨을 잃었지만, 지금까지 피해보상은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한문철/교통사고 전문변호사]
    "밤에 고속도로에서 버스가 이렇게 생긴 걸 밟았는데요. 이게 보이겠습니까? 미리 발견할 수도, 피할 수도 없었다 그래서 처벌을 못한다 그렇게 결론이 났죠. 또 도로공사는 계속 철책선 근무하듯이 뭐 떨어지면 얼른 치우고 그렇게는 안 되잖아요. 흘린 차를 찾지 못하면 처벌할 사람이 없어요. 당한 사람만 억울한 거죠."

    최근엔 특히 불법 차량 개조에 따른 낙하물 사고가 더 큰 논란입니다.

    화물차 같은 대형 차량이 노면으로부터 차가 받는 충격을 흡수하기 위해 차체 바닥에 설치하는 판스프링 개조가 대표적입니다.

    윤 모 씨도 지난 6월 판스프링 사고를 겪었습니다.

    [윤 모 씨/판스프링 사고 피해자]
    "탕, 하는 소리와 함께 뭐가 날아와서 제 차를 뚫고 들어왔어요. 뭔가 회전하면서 찢으면서 내려치듯이 들어온 거라서…"

    윤 씨의 차량 앞유리를 뚫고 들어온 건 10킬로그램이 넘는 판스프링.

    자르고 용접까지 개조한 흔적이 뚜렷했습니다.

    [윤 모 씨/낙하물 사고 피해자]
    "태어나서 처음 보는 철덩어리, 철막대기 같은 거더라고요. 그때부터는 거의 경련하듯이 덜덜덜 거릴 정도로 몸이 떨리면서…"

    화물차주들은 대부분 정해진 적재량보다 더 많은 짐을 싣고 차량을 보호하기 위해 판스프링을 개조합니다.

    [박병일/자동차정비 1호 명장]
    "'(적재중량보다) 20톤 30톤을 더 실어야겠다' 그러면 스프링을 두 장이나 세 장 더 올려주는 거예요. 그러니까 10장짜리를 13장 만들어주는 거죠."

    적재함 문이 벌어지지 않고 적재물이 떨어지는 걸 방지하기 위해 핀스프링을 외부에 꽂아 사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박병일/자동차정비 1호 명장]
    "그렇게 개조하게 되면 짐은 많이 실을 수 있지만 절단될 확률이 굉장히 높죠. 튕기면 튀어나올 수 있어요."

    거기에 정비 불량과,

    [박병일/자동차정비 1호 명장]
    "여기 보세요 녹 많이 슬었죠. 여기도 그렇고 부러지잖아 다 힘 받는 것 같지만 다 부러져가지고 이거 이게 없어지잖아 쇠가 없어져 언제든지 요철부위라든가 아니면 포트홀을 만나면 판스프링은 언제든지 부러져서 튕겨 나올 수 있다…"

    안전 불감증은 사고 가능성을 더 높여왔습니다.

    [화물차 운전자]
    "문짝 없이 그걸 그냥 평판 위에 판스프링을 얹어서 다니신다니까요. 커브를 틀고 하면 떨어질 수도 있는 건데…"

    취재 도중 만난 상당수 화물차가 개조 판스프링을 용접조차 하지 않은 채 사용 중이었습니다.

    특히 이렇게 외부에 꽂는 개조 판스프링은 단속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규정이 모호했기 때문입니다.

    [박병일/자동차정비 1호 명장]
    "불법 개조에 대한 규정이 있거든요. 렌즈를 바꾼다든가, 전조등을 바꾼다든가… 이런 것들은 다 법에 저촉이 되지만 "적재함을 보호하기 위해서 보호대를 만들었다"라고 하는 것은 아직까지 불법개조다 이렇게 규정돼 있지 않아요. 그렇기 때문에 법적으로 다 통과하는 거죠."

    [한국교통안전공단 관계자]
    "(단속 매뉴얼에) 기준이 잘 구비되지 않은 부분이 있고 구체적으로 언급되지 않은 부분이 있었습니다."

    결국 불안한 일부 시민들이 움직였습니다.

    명확한 규정과 강한 처벌을 요구하는 국민 청원과 함께 판스프링 불법개조 차량 신고 인증샷을 인터넷에 올린 겁니다.

    [권남훈/국민청원 청원자]
    "되게 안타깝다고 생각했어요. 이거는 누가 해도 해야 되는 일인데, 왜 아무도 관심을 안 가질까…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나…"

    이런 시민들의 움직임에 정부는 지난 5일 승인 없이 판스프링을 불법개조 한 화물차 단속을 강화하라는 지침을 일선 경찰과 지자체, 검사소 등에 내렸습니다.

    적발됐을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원상복귀 명령을 내리겠다는 처벌 조항도 명확히 했습니다.

    하지만 화물차 차주나 운전자들의 안전에 대한 인식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 한 규정 강화나 단속만으로는 사고방지에 한계가 있어 보입니다.

    지금 이 시각에도 누군가의 생명과 재산을 위협하고 있는 고속도로 낙하물.

    다음 피해자는 바로 내가 될 수도 있습니다.

    [임 모 씨/낙하물사고 피해자 남편]
    "집이 풍비박산 나는 건 하루아침이에요. 내년에 아들네 돌 겸 백일 겸 스몰 웨딩홀 알아보고 가을에 딸 애 시집갈 거고… 다 이게 뭐가 되는 거냐고… 나는 어떻게 사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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