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아파트 단지나 상가를 지을 수 있는 노른자 땅, 공공 택지를 분양할 때 추첨을 해서 선정합니다.
대형 건설사가 독점하는 걸 금지하고 여러 건설사에 기회를 주기 위해서인데요.
어찌된 게, 결국은 이 땅들이 특정 건설사로 넘어간다고 합니다.
그 이유를 최경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경기도 김포한강신도시에 호반건설이 세운 아파트 단지입니다.
축구장 9개를 합친 규모.
1,500세대가 들어섰습니다.
그런데 애초에 LH로부터 이 택지를 낙찰받은 업체는 호반건설이 아닌 다른 중소건설업체.
무려 134:1의 경쟁률을 뚫었습니다.
이 업체는 낙찰받은지 일주일 만에 호반건설에 택지 전체를 팔았습니다.
금액도 420억원 그대로였습니다.
근처의 또다른 아파트 단지.
약 6백 세대가 조성됐는데, 이 택지도 같은 중소건설업체가 낙찰을 받았습니다.
이곳 역시 일주일 만에, 똑같은 금액만 받고 호반건설에 넘겼습니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공공택지를 분양받은 중소 건설사가, 별다른 이득도 없이 대형 건설사의 배를 불려준 셈입니다.
그 이유가 뭘까?
이 중소건설업체의 대표 임 모씨, 호반건설과 각별한 인연을 맺고 있습니다.
호반건설 엔지니어 출신으로, 퇴직해 별도의 업체를 차린 뒤에도 호반그룹이 운영하는 문화재단에서 6년동안 이사로 활동했습니다.
또 광주상공회의소의 회장과 감사로 호반건설 회장과 호흡을 맞춘 적도 있습니다.
호반건설과의 연결고리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사실상 배임을 저지른 셈인데, 이유를 물으려 했지만 연결이 닿지 않았습니다.
[해당 업체 임원]
(호반건설쪽에 다 넘겨주시더라고요?)
"그 부분은 기억이 잘 안나서… 직접 회장님하고 연결할 사안은 아닌 것 같아서…"
지난 10년간 호반건설이나 그 계열사에 공공택지를 팔아넘긴 외부 법인은 모두 11곳.
분양가 기준 5,422억원 상당입니다.
그런데 이들 외부 법인 상당수가 비슷한 방식으로 호반건설과 연결돼 있었습니다
11곳 중 7곳의 법인 대표가 호반그룹이 운영하는 문화재단의 이사를 역임한 사실이 확인됐고, 1곳은 호반건설의 택지사업에 참여한 시행사였습니다.
[문정복 의원/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사적 관계를 동원해서 아파트 택지를 전매하는 이런 것은 최초로 드러난 거고요. 국토부와 공정위는 빠른 조사를 해야 할 것이고…"
계열사나 관계회사는 물론 유령업체까지 동원해 벌떼처럼 공공택지 입찰에 참여하는 건 건설업계의 고질적인 관행입니다.
경기도가 지난해 6개월간 특별단속을 벌인 결과 유령회사를 설립한 건설사만 39곳을 적발하기도 했습니다.
국가와 공공기관의 공정한 택지분양 업무가 심각히 방해받고 있는 건데, 공교롭게도 공정위가 적발한 사례는 지금까지 한 건도 없습니다.
MBC뉴스 최경재입니다.
(영상취재 : 김재현 / 영상편집 : 장동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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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최경재
[단독] 가만히 앉아 땅 넘겨받은 호반건설…회장 측근 동원?
[단독] 가만히 앉아 땅 넘겨받은 호반건설…회장 측근 동원?
입력
2020-10-15 20:21
|
수정 2020-10-16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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