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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이미지 김은진

[집중취재M] "아이들이 위험하다"…코로나19로 빼앗긴 아동권리

[집중취재M] "아이들이 위험하다"…코로나19로 빼앗긴 아동권리
입력 2020-10-20 20:52 | 수정 2020-10-20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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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인천의 라면 형제 화재 사건이 증명해줬지만 코로나 19 때문에 학교에 갈 수 없다는 건 어떤 아이들한테는 위험한 일상에 강제로 노출시키는 겁니다.

    끼니를 거르고 그러다 직접 음식을 해 먹고 같이 놀아주거나 대화할 상대가 없다 보니 아이들의 몸과 마음은 지금도 병들고 있을지 모릅니다.

    그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초등학교 4학년 하늘이는 7살과 5살 여동생, 그리고 할머니와 살고 있습니다.

    [바다(가명)]
    "장난감 한 개만."
    [노을(가명)]
    "안 돼 내 거야! 내 거라고!"

    동생들이 귀찮게 해도 꿋꿋하게 온라인 수업을 들을 정도로 의젓합니다.

    손주 3명을 홀로 키우고 있는 할머니는 생계를 위해 일을 할 수밖에 없는데요.

    코로나19 이후 학교와 시설이 문을 닫는 날이 많아지면서 아이들만 집에 두고 일하러 나가야 하는 날도 생기곤 합니다.

    [하늘(가명)]
    "얘들아, 이것 좀 치워봐."

    하늘이는 학교에 가지 않는 날이면 가끔 점심을 스스로 챙겨 먹습니다.

    [바다(가명)]
    "오빠 라면 끓어줘."
    [하늘(가명)]
    "싫어."
    [바다(가명)]
    "빨리 라면 주라고."
    [노을(가명)]
    "나도 라면 끓여줘."
    [바다(가명)]
    "나도 라면 끓여줘."

    "컵라면 먹으러 간다."

    동생들의 성화에 점심 메뉴는 컵라면으로 정하고 근처 편의점을 찾았는데요.

    [노을(가명)]
    "오빠 나 이거 살래."
    [하늘(가명)]
    "얼만데 잠깐만."

    가격부터 먼저 확인하는 오빠.

    [하늘(가명)]
    "잠깐만, 야 3000원이나 하는데? 3000원에다 내 거를 하나 고르면… 3850원."

    [바다(가명)]
    "오빠 나 이거 사줘!"
    [하늘(가명)]
    "안돼 장난감 안 돼."
    [바다(가명)]
    "이거는?"
    [하늘(가명)]
    "안 돼 안 돼, 1500원이나 하잖아. 비싸잖아."

    일주일 용돈이 1만 원인 하늘이는 동생들이 사달라는 대로 다 사줄 수가 없습니다.

    과자는 못 사줘도 동생들 끼니는 꼭 챙기는 하늘이.

    "가스레인지는 절대 만지지 말라"는 할머니의 신신당부에 전기주전자를 이용해 컵라면을 끓입니다.

    [하늘(가명)]
    "아직 안 됐어. 만지지 마."
    [바다(가명)]
    "아 뜨거워."

    아이들이 아무리 조심을 해도 위험은 도처에 있습니다.

    [하늘(가명)]
    "빨리 먹어 불어."

    세심하게 동생을 챙기는 하늘이.

    먹고 나선 뒷정리까지 말끔하게 합니다.

    조손 가정으로 기초생활수급 대상인 하늘이네는 정부 지원 돌봄 서비스를 한 시간에 4500원 정도로 이용할 수 있지만 시급 9천 원을 받는 할머니 입장에서는 그 비용마저 부담이 됩니다.

    <유치원 안 갈 때는 뭐해요?>
    [바다(가명)]
    "그냥 가만히 누워서 쉬죠. TV 보고 놀아요. 밤에도 봐요."
    [하늘(가명)]
    "TV에 중독됐어."

    코로나19로 11살 하늘이의 하루는 더욱 고단해졌습니다.

    [하늘(가명)]
    "코로나19가 있어서 학교 안 가니까 동생들이랑 있는 시간이 더 많아져서 힘들어요."

    정부는 인천 라면 형제 화재 사건을 계기로 돌봄시설 이용 현황을 전수 조사하고, 돌봄에서 소외될 가능성이 있는 아동을 위한 맞춤형 통합 서비스 지원 대책을 내놨지만 사각지대는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평범한 가정도 코로나19 이후 돌봄 공백으로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는 6학년 소은이는 비대면 수업을 하는 날이면 점심은 혼자 차려 먹습니다.

    반찬을 꺼내서 데워먹는 정도인데요.

    [박소은/초등학교 6학년]
    "혼자 지내면서 국 끓일 때처럼 불 쓰는 것도 그때부터 연습했는데, 처음 할 때 되게 무서웠어요. 실수로 쏟거나 데일까 봐 무섭기도 했고 혼자 있으니까 누가 들어오진 않을까 그런 걱정도 있었고…"

    누나는 등교수업을 하고 11살 남동생 승문이 혼자서 온라인 수업을 하는 날.

    [박승문/초등학교 4학년]
    <이 컵 표면에 생긴 물망울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요?>
    "그러게요 나도 그거 알려고 지금 보고 있는데 어떻게 알아."
    "아 귀찮아. 좀만 쉬다가 하자."
    "학교에서도 쉬는 시간은 있는 법."
    "라면 되게 맛있게 생겼다. 엄마한테 라면 먹고 싶다고 해볼까…"

    엄마는 차로 30여 분 걸리는 직장에서 일하다가도 점심을 차려주러 와야 합니다.

    [임상희/소은·승문 엄마]
    "저 같은 경우에는 시간을 뺄 수 있어서 하긴 하는데 두 가지를 한꺼번에 해야 되는 그런 게 생겨서 일에도 조금 지장이 있고 좀 힘든 거 같아요."

    회사에 있어도 온 신경은 집에 있는 아이들에게로 가 있습니다.

    [임상희/소은·승문 엄마]
    "혹시라도 가스불 쓰고 할까 봐. 또 모르는 분들 오시면 아이들이 그냥 문을 열어주는 경우가 있거든요. 그러면 그런 것들이 좀 걱정이 되죠."

    이처럼 코로나19로 밥 먹는 것조차 쉽지 않아진 아이들.

    [장희선/굿네이버스 아동권리연구소 연구원]
    "2018년도에 결식아동을 조사했을 때, 거의 50%가 하루에 세 끼를 챙겨 먹지 못했다라고 응답했는데요. 이번 조사에서는 약 64%의 아이들이 결식을 경험했다고 얘기했는데 2018년 조사에서는 식사를 챙겨주지 않아서 결식을 했다라고 응답한 아이들이 1.3%였는데요. 이번 결과에서는 7.6%로 약 6배 이상 증가한 것들이 두드러진 특징으로 보여지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정신 건강에도 비상이 걸렸습니다.

    청소년 10명 중 6명이 코로나19 확산 이후 불안·걱정·두려움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박윤아/초등학교 6학년]
    "애들하고 못 노니까 약간 우울감도 생기고 많이 기분이 다운되고 언제 이게 끝날지 모르는 두려움이…"

    무력감과 우울감을 호소하는 아동이 늘면서 이전에 없던 증상까지 나타나고 있습니다.

    [노규식/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우울감을 넘어서 분노를 표현하는 일들이 서서히 자주 관찰되고 있습니다. 어린 아이들 경우에는 심하게 울거나 화를 내고 발을 동동 구르면서 의사 표현을 하는 모습들도 관찰이 되거든요. 그래서 아이들이 코로나 블루를 넘어 (코로나) 레드로 이어지는 모습도 보이는…"

    아이들의 일상이 무너지면서 안전과 건강도 위협받고 있는데요, 자칫 성인이 돼서까지 부정적 영향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보육지원 체계를 보다 촘촘하게 강화하고, 아이들의 건강 상태까지 모니터링 할 수 있는 지원이 절실합니다.

    [이봉주/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심리 상담 서비스를 가정방문을 통해서 지원하는 방법, 특히 아동 건강과 관련해서는 간호사가 가정을 방문해서 실제 건강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지원도 할 수 있는 조금 더 밀착되고 찾아가는 서비스를 강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코로나 19시대, 당장 모두가 힘들다고 미래 세대인 우리 아이들에 대한 관심을 소홀히 할 순 없습니다.

    [박소은/초등학교 6학년]
    "원래는 학교 가는 거 되게 싫어했거든요. 그런데 막상 안 가니까 학교 갈 때 엄청 신나고…"

    [나다흰/초등학교 2학년]
    "가족들이랑 여행 가고 싶어요."

    [정서우/초등학교 1학년]
    "학교 가서 친구들을 많이 사귀고 싶어요. 그래서 같이 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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