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뉴스데스크
기자이미지 조명아, 김재경

[집중취재M] '죽음의 승강기' 올해만 또 3명 사망…계속되는 잔혹사

[집중취재M] '죽음의 승강기' 올해만 또 3명 사망…계속되는 잔혹사
입력 2020-10-21 20:52 | 수정 2020-10-25 16:14
재생목록
    ◀ 앵커 ▶

    국정감사에서 감사 대상은 주로 의원들의 거센 질타에 뭔가를 시정하겠다고 약속합니다.

    하지만 결국 그때뿐이라는 걸 의원도, 감사 대상도 잘 알고 있습니다.

    승강기를 유지, 보수하는 노동자의 안전망을 강화해주겠다는 작년 국감 때 의원들의 질타와 업체들의 빛깔 좋은 약속도 그랬습니다.

    1년 뒤 지금, 어느 하나 바뀐 게 없는 노동 현장의 현실과 국정감사의 한계를 조명아, 김재경 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지난해 가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

    승강기 노동자들의 잇따른 죽음, 5년간 무려 37명이 숨졌고, 대부분 협력업체 직원들로 알려지면서, '위험의 외주화'에 대한 비판이 거셌습니다.

    [임이자/당시 자유한국당 의원(지난해 10월)]
    "참 죽은 사람만 불쌍하지요. 근로자들이 이렇게 산재사고로 인해서 사망한 것을 가지고…"

    [한정애/더불어민주당 의원(지난해 11월)]
    "다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런데 죽음으로까지는 안 가는 거죠. 죽음으로까지는 안 가고 살아서 퇴근할 수 있습니다."

    여야 한목소리로 질타했고, 국감에 출석한 승강기 대기업 대표들은 고개를 숙였습니다.

    [서득현/티센크루프엘리베이터 대표]
    "이런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각고의 노력을 다하고 있고요."

    [송승봉/현대엘리베이터 대표]
    "상당히 송구스럽게 생각을 하고…"

    행정안전부도 뒤늦게 조사에 착수했고, 승강기 대기업들의 불법 하도급 실태를 적발해 검찰에 고발했습니다.

    승강기안전관리법상 승강기 유지 보수 업무의 하도급은 금지돼 있기 때문입니다.

    서울시를 비롯한 21개 지자체는 대기업 4곳의 승강기 유지관리업에 대해 등록 취소를 결정했습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났습니다.

    현장은 얼마나 바뀌었을까.

    좁고 어두운 엘리베이터 통로를 오르내리며 위태로운 작업을 해야 하는 노동자들.

    승강기를 멈춰 놓고 그 아래서 작업을 해야 하는데 늘 불안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영환/A 협력업체 직원]
    "밑에 있을 때 혹시라도 문이 닫히고 자동상태가 돼버리면 잘못되면 사망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있다 보니까… 뭐든지 어떤 작업이든지 다 위험해요."

    올해도 모두 56명의 노동자가 승강기 수리 도중 다쳤습니다.

    지난 6월 경기도 의왕, 지난 7월 경기도 이천, 지난달 16일엔 서울의 한 주상복합 공사장에서 하청업체 노동자 3명이 작업 도중 숨졌습니다.

    '죽음의 승강기'는 변한 게 없었습니다.

    승강기 유지보수를 하는 협력업체 직원들의 SNS 대화방입니다.

    팔의 인대가 끊어져 입원한 사진에, 통로를 청소하다 스위치가 작동해 난 사고 등 사고 경험담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사고 방지를 위해 2인 1조의 승강기 점검이 의무화됐지만, 여전히 지켜지지 않는다고 노동자들은 말합니다.

    [B 협력업체 직원]
    "(다른 곳에) 고장이 나잖아요. 그러면 나머지 한 명이 빠지고 혼자 점검을 하게 되는 거죠."

    [C 협력업체 직원]
    "고장(수리)은 100% 혼자 하는 거였거든요. 점검은 2인 1조로 하는데 고장이 솔직히 좀 더 위험하잖아요."

    열악한 처우도 마찬가지입니다.

    한 승강기 대기업 협력업체 노동자의 지난 8월 급여 명세서입니다.

    기본금 180만 원에 식대 10만 원. 최저임금을 겨우 넘겼는데, 세금 떼면 남는 건 172만 원에 불과합니다.

    밤샘 근무를 해도 시간 외 수당이란 건 받아본 적이 없다고 합니다.

    장시간 근무는 사고로 이어지기도 쉽습니다.

    [C 협력업체 직원]
    "당직하고 보통 다음날 못 쉬고 34시간씩 연속 근무를 하다 보면 사람이 잠을 못 자다 보면 정신이 없어져요. 한순간의 실수로 크게 다치거나 그럴 수 있으니까."

    '위험의 외주화'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국정감사장에서 시작돼 정부의 실태조사와 고발조치로 이어졌는데도, 보신 것처럼 현장의 상황은 크게 달라진 게 없습니다.

    왜 이렇게 된 걸까요.

    1년 사이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인지 김재경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앞서 보셨듯 정부가 취한 조치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등록 취소와 검찰 고발.

    현대엘리베이터와 오티스, 티센, 미쓰비시 등 국내 4대 승강기 업체가 모두 포함됐습니다.

    "죄송하다" 사죄했던 대기업들은 막상 등록이 취소되자 일제히 반발했습니다.

    김앤장 등 거대 로펌을 내세워 소송전을 벌였고, 지난 4월 법원은 등록 취소를 1주일 정도 앞두고 대기업들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습니다.

    행정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영업을 그대로 할 수 있게 해준 겁니다.

    검찰 수사는 어떻게 됐을까?

    취재 결과 지난 8월 검찰이 승강기 대기업 4곳에 대해 모두 불기소 처분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불법 하도급에 대해 증거가 불충분해 혐의 없다고 결정한 겁니다.

    앞서 행안부는 승강기 보수 업무를 실제로는 협력업체들이 대부분 진행하고, 대기업들이 발주자로부터 직접 돈을 받아 협력업체에 나눠주는 형식이 전형적인 불법 하도급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지난 2017년엔 감사원 역시 같은 판단을 내린 바 있습니다.

    유독 검찰만 계약이 공동수급 형태로 돼 있어 하도급으로 볼 수 없다고, 업체들의 주장을 그대로 인정한 겁니다.

    [박다혜/변호사]
    "공동수급체만 만들기만 한다면 승강기안전관리법상 하도급 제한을 정말 아무렇게나 넘어갈 수 있는, 아주 손쉬운 방법을 열어준 것이죠."

    승강기 대기업들은 결국 아무런 처벌 없이 면죄부를 받게 됐습니다.

    [백혜련/더불어민주당 의원(지난 19일, 법사위 국정감사)]
    "검찰에서 이 사건을 최근 7월에 혐의없음 결정을 했습니다. 그래서 그동안의 모든 관계가 뒤집혀지는 것이죠. 이것이 무혐의 되면 행정적으로 등록취소된 게 소송을 제기하며 살아나게 되는 거죠."

    취재진이 만난 협력업체 관계자는 검찰 수사 과정에서 일부 대기업의 회유와 압박도 있었다고 털어놨습니다.

    [승강기 협력업체 관계자]
    "대기업하고 대적을 해서 싸우기에는 저희들한테 엄청난 부담이었습니다. 자의적으로 탄원서를 쓴 게 아니고 기본적으로 초안을 만들어서 회원사한테 요구를 했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문제가 불거진 이후 5% 정도 지급금을 늘린 대기업도 있었습니다.

    대기업들은 불법 하도급은 여전히 인정하지 않았지만, 안전 관리나 수익배분을 일부 개선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사실상 변한 게 없다는 현장의 목소리에 정치권은 다시 대책 마련에 들어갔습니다.

    [박재호/더불어민주당 의원]
    "승강기 노동자들의 열악한 작업환경은 승강기를 타시는 분들을 위험에 노출시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 문제에 대해서는 생명의 위협이 있기 때문에 특단의 대책을 더 강구해보려고 합니다."

    근본적으로는 안전사고에 대해 원청인 대기업 경영진에게도 책임을 묻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정의당은 이미 관련법을 발의했고, 여당인 민주당도 별도의 법안 발의를 앞두고 있습니다.

    지금도 국회에선 국정감사가 한창이고, 의원들의 호된 질책에 피감기관의 개선 약속이 매일 이어집니다.

    승강기 사건도 1년 전엔 그랬습니다.

    이제는 입법을 통한 실질적인 변화가 필요해 보입니다.

    MBC 뉴스 김재경입니다.

    (영상취재 : 이성재 독고명 최인규 / 편집 : 장동준)

    MBC 뉴스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전화 02-784-4000
    ▷ 이메일 mbcjebo@mbc.co.kr
    ▷ 카카오톡 @mbc제보

    당신의 의견을 남겨주세요

      인기 키워드

        취재플러스

              14F

                엠빅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