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최근 강남의 브로커들이 미국의 수능인 SAT시험지를 빼돌리거나, 중 고등학교 관련 서류까지 조작해서 미국 유명 대학에 입학시킨 사건들이 적발이 됐었죠.
경찰이 관련해서 수사를 확대 하고 있는데요.
이번엔 강남의 유명 강사가 미국 명문대학원에 다니는 부유층 학생의 숙제를 일일이 챙겨주고 졸업까지 도와줬다면서 관련 기록을 MBC에 공개했습니다.
신수아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미국 뉴욕에 있는 소더비 예술대학원입니다.
세계적인 미술품 경매회사 '소더비'가 운영하는 50년 넘은 명문 학교입니다.
2015년 9월, 국내 한 중견 건설사 회장의 딸 A씨가 이 대학원 석사과정에 입학합니다.
입학 직후 A씨는 강남의 한 유명 영어강사에게 첫 과제라며, 이메일을 보냅니다.
[A씨 (이메일 2015년 9월 20일)]
"선생님께서 과제를 검토해 주실 수 있다고 엄마께 말씀 듣고 메일을 보냅니다. 자연스럽게 첨삭해 주세요."
그러자 강사는 어떤 내용이 들어가면 좋을지 구체적으로 알려줍니다.
[강사 (이메일 2015년 9월 22일)]
"특정 사진을 파일로 업로드 하시고 5줄 이내로 맞춰서 제출을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차별성 및 중요한 점을 기술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대학원 3학기, 1년 3개월 내내 50번이나 도와줬다는 게 강사의 주장입니다.
강사가 공개한 자료를 보면 두 사람 사이에 오간 이메일과 각종 SNS 메시지가 백 건이 훨씬 넘습니다.
과제와 시험, 에세이는 물론 학교가 보낸 공지사항 해석까지…
[A씨 (이메일 2016년 6월 20일)]
"학교에서 이메일이 왔는데 논문계획서 관련 메일이 안 왔다면 다시 내야 하는 걸까요?"
[강사 (이메일 2016년 6월 20일)]
"다시 제출할 필요 없는 것처럼 보여집니다."
부탁을 하면 즉각즉각 처리됐습니다.
[A씨 (SNS메시지 2015년 11월 9일)]
"제출 시간은 오전 10시인데 그 전까지면 좋아요!"
[강사 (SNS메시지 2015년 11월 9일)]
"네, 주무세요. 10시 마감 전까지 보내드릴게요."
[강남 영어강사]
"실라버스(수업계획서)를 저한테 아예 보여줬고요. 자고 있거나 제가 여행을 다니거나 뭐 할 때 그냥 무조건 연락 와서 혹시나 연락을 안 받으면 XXX(어머니)가 연락 와서 뭐 해달라고 하고…"
이에 대해 A씨의 변호인은 "지인에게 조언을 구하고 표현이나 문법적인 교열을 부탁한 일반적인 첨삭"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규성 변호사/A씨 변호인]
"성과물의 학점을 좌우할 정도의 내용, 이런 것을 위해서 자문을 얻었다 그러면 (문제가 있죠.) 하지만 이것은 그런 경우가 아니라…"
정말 그랬을까.
지난 2016년 12월 A씨가 부탁한 수업 대체 과제물입니다.
9개 문단 중 고쳐지지 않은 문단이 단 하나도 없고 수정 사항이 347곳이나 됩니다.
수업 내용을 요약하는 또 다른 과제 역시 수업을 듣지도 않은 강사가 113곳을 고쳐줬습니다.
[강남 영어강사]
"첨삭인데 '강한 첨삭'이어서 졸업을 하게 된, 인과관계가 있는 첨삭이죠."
업계의 다른 관계자에게 판단을 구해보니 사실상 새로운 글로 봐야한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강남 SAT 학원 관계자]
"(바뀐 내용이) 처음보다는 진짜 하늘과 땅 차이죠. 그 정도(문법 교열) 수준 아니에요. 문장력이 안 되면 그 아이디어를 못 집어 넣잖아요. 그런 것들을 연결을 해주고…"
그 대학원에 직접 연락을 해봤습니다.
[소더비 예술대학원 관계자]
"특정 학생의 학칙 위반 여부에 대해서는 말해줄 수 없습니다. 홈페이지에 학칙은 다 공개돼 있어요."
학칙에는 보고서나 에세이 문건을 구입하거나 타인을 고용하는 것이 금지돼 있습니다.
또 과제마다 안내문에 "자신의 힘으로 해야 한다"고 적혀있습니다.
이런 특별한 서비스엔 당연히 대가가 있었다고 합니다.
[강남 영어강사]
"일단 2천만 원을 준 상태였는데… 일단 그걸로 하는데, 졸업까지 다 끝내주면 뭐 1억 원 주겠다…"
돈 거래가 있었다면 명백한 학칙 위반입니다.
이에 대해 A씨 측은 해당 강사가 A씨 가족을 협박해 거액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이규성 변호사/A씨 변호인]
"금전 관련된 약정은 전혀 한 바가 없고요. (강사에게) 오피스텔을 장기간 이용하는 그런 배려를 좀 해줬고, '내가 한 번 좀 봐주겠다' 그런 취지로 이제 얘기가 오고간 거지…"
"미국인 친구들도 시험 점수를 못 받아 교수와 상담을 해야 했다", "덕분에 학기를 잘 마쳐 고맙다"…
A씨와 A씨 어머니가 그렇게 고맙게 생각했던 해당 강사.
하지만 A씨의 석사 학위 취득 이후 약속했던 돈이 들어오지 않자 A씨의 어머니를 상대로 소송을 냈습니다.
지난해 11월 1심 법원은 "석사 과정 전체에 걸쳐 과제나 에세이 등을 수시로 첨삭했고, 졸업에 기여했다"면서 약속한 컨설팅비 1억 원을 강사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양측의 항소로 현재 2심 재판이 진행 중입니다.
2017년 이 대학원을 졸업한 뒤 어머니가 이사장으로 있는 국내의 한 문화재단의 매니저로 일하고 있다는 A씨를 찾아가봤습니다.
[00 문화재단]
(A씨 뵙고 싶어서 왔거든요.)
"휴가인데…"
(휴가에요?)
"약속 잡으신 건 아니시죠?"
강남 학원가에선 돈 많은 유학생들을 위한 종합적인 학사 관리가 공공연한 비밀로 통하는 현실입니다.
[강남 SAT 학원 관계자]
"(중고등학생의 경우) 숙제를 대부분 다 해줘요. '컨설팅(업체)'에서 들어가거나 학원 쪽에서 들어가는 'GPA 관리(내신 관리)'라는 건데, 저희한테도 그런 요청 되게 많이 오거든요. (비용이) 얼마든 상관없다…"
이런 특별 관리가 대학원생에게도 예외가 아니었다는 점이 특이할 뿐.
A씨 측은 불법은커녕 윤리적인 문제도 전혀 없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이규성 변호사/A씨 변호인]
"다양한 노력 중에 하나가 될 수 있을 뿐이지 그것을 부정행위라고 저는 생각 안 했거든요."
(이 경우도 다양한 노력 중에 하나라고요?)
"이것도 그렇게 보셔야 되는 게 맞는 게 아닌가…"
MBC뉴스 신수아입니다.
(영상취재 현기택 김희건 최인규 / 영상편집 유다혜)
MBC뉴스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전화 02-784-4000
▷ 이메일 mbcjebo@mbc.co.kr
▷ 카카오톡 @mbc제보
뉴스데스크
신수아
[단독] "엄마가 연락하래요"…대학원생 숙제도 관리했다
[단독] "엄마가 연락하래요"…대학원생 숙제도 관리했다
입력
2020-10-22 20:23
|
수정 2020-10-22 20:40
당신의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