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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취재M] 글씨체 문제 삼고 증인들은 안 나오고…재판만 '100회'

[집중취재M] 글씨체 문제 삼고 증인들은 안 나오고…재판만 '100회'
입력 2020-10-22 20:54 | 수정 2020-10-22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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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71년 법원 역사상 처음으로 전직 대법 원장이 형사 재판을 받고 있죠.

    양승태 원장의 재판이 내일 백 회를 맞습니다.

    1심 재판인데 공판이 백 차례나 열렸고 이제 절반 정도 진행 됐다면 굉장히 신중하거나 지지 부진 하거나 둘 중 하나일 겁니다.

    재판의 대상이 전직, 법원의 수장이라서 그런 걸까요?

    이 재판, 왜 이렇게 더디게 진행되고 있는지 김정인 기자가 보도합니다.

    ◀ 리포트 ▶

    -2019년 2월 시작….1년 8개월째 재판
    -혐의 47개, 공소장만 296쪽

    (*2020.10.19 기준)
    -증인 최대 2백명 예상…지금까지 54명 출석
    -증인 대다수 전현직 판사
    -출석 예정 증인은 19명
    재판부가 출석 여부 결정해야 하는 증인 81명

    ['사법농단' 재판, 왜 더딜까?]

    방대한 혐의와 복잡한 법리 다툼, 사법부 최고위 법관들을 상대로 한 재판은 곳곳이 암초였습니다.

    공판 초기, 최고의 법률 전문가인 피고인들은 검찰이 낸 서류증거의 형식부터 따지고 들었습니다.

    증거 문건의 "글자체가 원본과 다르다"거나 "인쇄본 페이지 수도 실제와 맞지 않다"는 식이었습니다.

    [고영한/전 대법관 (지난해 6월)]
    (대법관님 안녕하십니까. 페이지 수나 글씨체 이런 거 가지고 지금 재판을 한 달 정도 지연하고 계시지 않습니까)
    "…"
    (그 글씨체가 함초롬바탕체와 다른 게 그렇게 중요하다고 보십니까?)
    "…"

    기소된 지 무려 다섯 달만에야 시작된 증인신문, 그마저도 증인으로 채택된 현직 판사들은 출석을 피하기 급급했습니다.

    "당직"이라서 못 나간다, "체육대회에 참가해야 한다"는 불출석 사유들이 등장해 빈축을 샀습니다.

    하염 없이 늦어진 재판은 1년 8개월째 접어들었지만 이제 겨우 절반, 1심 선고는 내년에야 이뤄질 거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사법농단' 실체는 어느 정도 밝혀졌나?]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일제 강제동원 배상과 전교조 '법외노조' 사건 등의 재판에 개입한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사법부에 쓴소리 하는 판사들을 사찰해 인사상 불이익을 줬다는 혐의도 있습니다.

    특히 법관 해외파견이나 상고법원 설치 등을 얻어내기 위해 청와대와 외교부의 환심을 사려고 강제동원 재판에서 일본 전범기업 편에 섰다는 의혹은 국민적 공분마저 불러 왔습니다.

    재판에서 공개된 김앤장 내부 문건.

    법원행정처가 '대법관 설득의 무기로 외교부 등의 의견서가 필요하다'면서 '강제동원 판결 뒤집기'를 주도한 정황이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윤병세 당시 외교부 장관이 담당 국장에게 '특명'을 내려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재판에 지도록 전폭 협조할 것을 지시했다는 문건도 나왔습니다.

    하지만 윤 전 장관은 '문건이 과장됐다'면서도, 해외 법관 파견 등을 매개로 한 재판거래의 핵심 의혹에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을 피했습니다.

    문건을 만든 김앤장 측도 '업무상 비밀 누설'을 이유로 입을 닫는 등 진실의 문은 좀처럼 열리지 않고 있습니다.

    [조영관/변호사]
    "당사자들이 그 부분들에 대해서 인정하고 반성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생겨나지 않도록 해야 할텐데 재판에 굉장히 비협조적이거나, 재판에 나온 내용들에 대해서 조그마한 부분들을 트집을 잡거나, 실체를 가리려고 하거나…"

    [잇따른 '사법농단' 연루 판사 무죄?]

    법정에 피고인으로 섰던 일부 판사들에 대해선 이미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습니다.

    법원 내부 비위가 확산되는 걸 막기 위해 검찰 수사 정보를 입수해 법원행정처에 전달한 의혹으로 기소된 이태종 전 서울 서부지법원장.

    정보 유출의 실무자가 한 일을 이 전 원장이 알았다고 볼 증거가 없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실무자는 기소조차 되지 않아 수사기밀을 유출한 책임은 아무도 지지 않았습니다.

    임성근 전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행적'을 보도한 일본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에 대한 판결문을 뜯어고친 일도 1심에서 무죄.

    '재판개입이 맞다'면서도 법리적으로는 재판에 개입할 권리 자체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직권남용을 유죄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겁니다.

    판결문에 '위헌'이라 쓰고도 무죄를 선고한 법원.

    [김성훈/변호사]
    "결과적으로는 일부 무죄 판결이 난 부분이 있지만, (앞으로) 이 내용에 대한 총체적인 책임을 지는 책임자에 대한 형사적인 판단은 이와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법농단' 파문으로 재판 업무에서 배제됐던 판사들은 속속 법정으로 돌아오고 있습니다.

    '판사에 대한 재판을 판사에게 맡길 수 없다'는 비판과 함께, 국회가 법관 탄핵 절차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MBC뉴스 김정인입니다.

    (영상편집 : 조기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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