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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45억' 들여 개발했는데…"먼지 쌓이고 습기만 찼다"

[단독] '45억' 들여 개발했는데…"먼지 쌓이고 습기만 찼다"
입력 2020-10-22 20:56 | 수정 2020-10-22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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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화재나 구조 현장에서 위험한 임무를 수행하는 소방 헬리콥터, 소방청이 헬기 사고를 줄이기 위해서, 모의로 비행 훈련 장치를 수십억 원을 들여서 개발했습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2년 동안 먼지만 쌓여 가고 있다는데요.

    이유가 뭔지 김건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헬리콥터 한 대가 곤두박질치고, 곧이어 화염과 검은 연기가 피어오릅니다.

    2014년 7월, 세월호 수색을 마친 소방 헬기가 추락해 탑승자 5명이 모두 숨졌습니다.

    기장은 4천 시간 넘게 비행한 능숙한 조종사였지만 사고를 피하지 못했습니다.

    악천후 상황에서 조종석 계기판에 의존하는 '계기비행' 훈련이 부족했다는 게 국토부 사고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였습니다.

    재발을 막기 위해 소방청은 이듬해 '소방헬기 비행훈련장치' 개발에 착수했습니다.

    2018년까지 세금 45억원을 들여, 개발을 마치고 교육센터까지 지었습니다.

    그런데 2년이 넘도록 한 번도 사용하지 못했습니다.

    [윤석준/전 세종대 교수(비행훈련장치 개발총괄책임자)]
    "정밀한 장비는 계속 써줘야 합니다. 계속 쓰지 않고 있다 보니까 먼지 쌓이고 습기 생기고…"

    국토부의 사전 검사가 아예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유럽 에어버스사의 기종을 모델로 만든 이 장치에 대해 국토부 산하 부산항공청이 에어버스에서 의견서를 받아오라고 하면서 사업이 덫에 걸렸습니다.

    제작사의 실제 비행 데이터와 훈련 장치가 얼마나 비슷한지 알아야 하고, 지적재산권 관련 소송을 제기하지 않겠다는 증명이 필요하다는 게 부산항공청의 주장입니다.

    한마디로 국내 개발진의 비행시험 데이터를 믿기 어렵다는 속내가 담겨 있습니다.

    반면 소방청은 국내에서 개발한 제품에 대해 다른 회사의 의견서를 받으라는 건 발목잡기라는 입장입니다.

    [이창섭/국립소방연구원장]
    "부산지방항공청에서 지정검사의 요건을 우리가 들어주기 가능하지 않은 요건을 내세우는 게 문제지요."

    결국 소방헬기 조종사들은 6개월마다 6시간씩 이수해야 하는 계기비행 훈련을 받기 위해 전전하고 있습니다.

    [한병도/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
    "(소방청 조종사들이) 산림청에 가서 훈련을 받아야 됩니다. 빨리 이것(비행훈련장치)을 활용할 수 있도록 소방청과 지방항공청이 조속히 논의를 시작해야 됩니다."

    개발 단계에서는 나몰라라 했던 양대 책임기관이 뒤늦게 줄다리기를 하면서 거액의 혈세가 들어간 장비가 무용지물이 되고 있습니다.

    MBC뉴스 김건휘입니다.

    (영상취재:김경배·방종혁/영상편집:김가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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