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뉴스데스크
기자이미지 염규현,남형석

[로드맨] '수도권에 빼앗긴 일자리' 구미의 눈물

[로드맨] '수도권에 빼앗긴 일자리' 구미의 눈물
입력 2020-10-24 20:27 | 수정 2020-10-24 21:19
재생목록
    저는 지금 구미 일대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경운산 정상에 올라와 있습니다. 저희가 지난주에는 목포에서 지방의 이동권 문제를 다뤘었는데요. 지방 균형 발전의 핵심 이슈. 지역의 일자리의 현실을 돌아보려고 합니다. 대한민국의 대표 공단으로 꼽혔던 이곳 구미에서 며칠 머물면서 길 위에서 답을 찾아보겠습니다.

    -----

    [로드맨]
    구미공단이 너무 넓어서 저희가 다 볼 수가 없어서 높은 곳에 올라왔거든요. 일단 저 멀리 LG디스플레이도 보이고요. LG 또 저 끝에 삼성도 있습니다.

    (1970년대 섬유·전자 산업의 중심 / 2005년 단일 산업단지 최초 300억$ 수출 / '대한민국 대표 공단' 구미의 현재는?)

    지금 구미 공단을 돌아보고 있는데요, 지금 여기 문 닫은 공장이 하나 보여서.

    실례합니다. 조업을 안 하고 있나요? 여기는? (안 한 지 한 몇 년 됐어요.)

    (인근에 있는 또 다른 공장으로… / 혹시 공장 사장님?)

    [은행 관리인]
    "은행에서 나왔어요, 은행에서. (은행에서 왜 오셨어요?) 은행에 이 건물이 담보가 다 돼 있으니까. 담보로 잡아 놨잖아요. (여기는 영업을 안 해요?) 안 하죠. (언제부터요?)7월 25일?"

    (곳곳에 붙은 경고문)

    작업장에 R&D 센터, 식당까지 있는 꽤 큰 복합단지거든요.

    -----

    (한창 철거 공사 중인 공장도…)

    [김동호/철거 업체 대표]
    "(원래는 무슨 공장이었어요?) 휴대전화 도장. 페인트칠하는 거 있지 않습니까. (이런 철거 같은 일을 전문적으로 하십니까?) 제가 한 2년 동안 6군데 했죠. 이 휴대전화 공장만. 삼성이 가는 바람에 휴대전화(공장이) 거의 없죠, 지금은."

    삼성과 LG가 지난 10여 년간 차례로 사업장을 이전하면서, 구미에 있던 하청업체들이 줄줄이 문을 닫기 시작한 겁니다.

    [김동호/철거 업체 직원]
    "구미가 LG, 삼성이 없어져 버리니까 지금 엉망이에요. 솔직하게. 여기 용역 아저씨인데 저런 아저씨 어디 직장생활 하다가 한마디로 쫓겨나서 하는 거죠. 방법 없잖아요. (공장에서 일하시던 노동자분들이 공장 철거를 하고 계시네요.) 네. 그렇죠."

    -----

    (그나마 아직 가동 중인 공장은?)

    이곳은 국내 한 대기업에 1차 협력업체거든요. 컨테이너가 원래 14대가 있던 곳이라는데 1대 밖에 없습니다, 지금.

    [신주식 / 1차 협력업체 대표]
    "LG전자가 이번에 떠나면 여기 있는 것도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2~3년 되면 날아가거든. (삼흥전자에 납품하는 업체는 어떻게 됩니까?) 100개 정도는 됩니다. (삼흥이 없으면?) 그 업체들도 없는 거지. 시간문제지."

    -----

    [팩트맨]
    구미산업단지, 얼마나 위기일까요? 10년 전과 비교해보면 공장가동률이 20% 가까이 떨어졌습니다. 그런데 50인 미만 공장으로 기준을 좁혀볼까요? 무려 절반 가까이 떨어져서 공장 5곳 중 3곳은 가동이 맘췄습니다. 한 마디로 대기업이 떠나니 소규모 하청업체들이 더 많이 무너져내렸다는 거죠. 결국 일자리의 도시였던 구미는 올해 상반기 전국 최고 실업률을 기록했습니다.

    다른 지방들도 사정은 거의 비슷한데요. 지방에서는 2008년 수도권 규제 완화 정책 탓이라고 하소연하는 곳이 많습니다. 가뜩이나 공장들이 인건비가 낮은 해외로 옮겨가면서 힘들었는데, 그나마 남은 공장마저 수도권으로 옮겨가도록 규제가 풀렸다는 겁니다.

    구미에 있는 LG디스플레이 공장 역시 지난 10년간 6곳 중 3곳의 가동을 멈췄고요. 대신 수도권인 파주에는 공장을 늘렸습니다. 다른 대기업의 첨단산업 공장들도 대부분 수도권에 들어서고 있습니다.

    이렇게 지역의 일자리가 줄면, 당장 취업을 앞둔 지방 청년들부터 피해를 보겠죠?

    -----

    [로드맨]

    (취직을 앞둔 학생들 얘기 들어보러 시내로)

    [정은지/학생]
    "(여기 학생 맞으시죠? 몇 학년이에요?) 3학년이요. (어때요, 고3 교실 분위기가?) 예전 같았으면 면접 보고 난리 났을 텐데 지금은 애들이 취업도 많이 못하고. (왜요?) 대기업이 안 들어오니까요."

    [원지혜/학생]
    "(이제 취업이든 진학이든 결정할 시기가 왔잖아요?) 이번에 삼성 공채가 안 뜬다고 해서요. 중소기업 생각하고 있어요. (진학으로 방향을 트는 경우도 있고?) 대학 원서 접수 기간이 다 끝나고 나서 삼성 공채 안 뜬다는 얘기를 들어서 딱히 대학 진학도 못했어요. (제가 다 화가 나네요, 그 말 들으니까.) 속상해요. (그럼 앞으로 어떻게?) 구미 뜨고 싶어요. (어디로 가고 싶어요?) 수원이요. (삼성을 가고 싶어서?) 네. (옆 친구도 같은 고3이에요?) 저희는 근데 취업 원서 넣었어요. (어디?) 경기도 이천."

    -----

    (씁쓸함을 안고 시내로…)

    저는 지금 구미의 젊음의 거리 문화로에 나와있습니다.

    (평일에도 꽤 붐비는 젊음의 거리)

    [최유화/구미 시민]
    "(여기서 오래 사셨습니까? 예전이랑 비교도 좀 되시겠네요?) 돈 쓰는 거나 시장 경제가 조금 활발했으면 지금은 그런 게 잘 없죠. 병원이나 이런 데 가 봐도 많이 환자가 줄고."

    [유지철/안경점 운영]
    "(여기 LG 입점 업체는 무슨 뜻이에요?) 저희가 LG 내에 안경점이 있거든요. 협력해서. (이것도 곧 지워야 되나요? LG가 다 떠나고 나면?) 지금도 많이 떠난 상태기 때문에. 구미는 아직 돌봐주는 사람이 없으니까."

    -----

    (시내를 벗어나 가는 곳은?)

    대부분 인구가 줄고 있지만 유일하게 인구가 늘었다는 면 지역이 있어서 지금 가보고 있습니다. 저 건너로 보이거든요.

    이 지역 오자마자 눈에 띄는 현수막이 보입니다. 산동면 읍 승격!

    [김동진 면장/구미시 산동면]
    "인구 3천여 명이 있었는데 5년 만에 7배로 증가해서 지금 2만6500명이 넘습니다. (주로 어떤 분들이 많이 오신 거예요?) 젊은 분들이 많습니다. 평균 연령이 30.6세고, 신생아가 월 60명 정도. (같은 구미인데 원도심과 왜 이렇게 사정이 다른 겁니까?) 도농산학, 도시 농촌 그리고 산업단지 학원도시. (아무래도 정주여건이 좋다고 볼 수도 있겠군요?) 그렇습니다."

    첨단산업단지가 조성되면서 LG화학 등 대기업 유치에 성공해, 내년에는 인구가 더 늘어날 예정입니다.

    [조근래/경실련 사무국장]
    "(구미에 남은 희망이라는 건 뭐가 남아 있을까요?) 연구 개발 혁신 역량 없이는 더 이상 지방이 존재할 수 없거든요. 혁신 역량이 구미에 모이도록 해야 하는데, 젊은 연구 개발 인력들은 정주 여건을 우선시합니다."

    결국 미래형 일자리 유치와 정주 여건 개선이 핵심인데, 점점 수도권으로만 쏠리고 있다는 겁니다.

    -----

    '대전 위쪽에서 살아라.'

    일자리가 사라져가는 구미의 시민들이 제게 해준 말입니다. 서울과 가까운 지방을 부러워하는 말이기도 한데요. 그렇다면 서울과 가까워서 혜택을 많이 받고 있다는 충청권 시민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요? 다음 편에는 이곳 청주에 며칠 머물면서 살펴보겠습니다.

    로드맨이었습니다.

    MBC 뉴스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전화 02-784-4000
    ▷ 이메일 mbcjebo@mbc.co.kr
    ▷ 카카오톡 @mbc제보

    당신의 의견을 남겨주세요

      인기 키워드

        취재플러스

              14F

                엠빅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