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지난 2월 포항의 현대 제철 공장에서는 30대 노동자가 펄펄 끓는 쇳물에 빠져 숨진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습니다.
지난 2010년과 2015년에도 비슷한 사고가 있었죠.
이렇게 산재 사고가 날 때마다 '안전'을 외치지만, 정작 위험을 마주한 현장의 모습, 여전히 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어서 박성아 기자가 전해 드리겠습니다.
◀ 리포트 ▶
지난 2월, 현대제철 포항공장에서 31살 공 모 씨가 펄펄 끓는 1,500도의 쇳물 위로 떨어졌습니다.
추락 직후 공씨는 가까스로 탈출했지만 하반신과 등에 심한 화상을 입었고, 2주 넘게 치료를 받다 결국 숨을 거뒀습니다.
공 씨는 고장난 방열 덮개를 수리하기 위해, 뜨거운 쇳물이 주입되고 있던 쇳물 분배기의 뚜껑 위에 올라갔다가 밟고 있던 뚜껑이 부서지면서 추락했습니다.
이곳의 노동자들은 이미 지난해부터 쇳물분배기 뚜껑이 낡아서 너무 위험하다며 교체를 요구했습니다.
특히 사고 한 달 전인 올해 초에도 사측에 안전대책을 재차 호소했었지만, 사측은 이를 받아들이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방성준/금속노조 포항지부 수석부지부장]
"노후화된 설비나 지금 당장 바로 개선해야 할 안전상의 문제도 회사 측에 요구하거나 문제 제기하면 실제적으로 예산 문제로 이뤄지지 않고 계속 미뤄져 오고 있는 게..."
5년전, 현대제철 인천공장에서도 40대 노동자가 역시 쇳물 분배기 안으로 추락해 숨지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현대제철측은 5년이 지나 또다시 노동자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자, 그때서야 '쇳물 주입 중에는 쇳물분배기 위에서 이동하거나 작업하는 것을 금한다'라는 지침을 작업표준에 포함시켰습니다.
[이수진/국회의원]
"사용주가 안전 불감증이 매우 심각하구나... 회사가 정말 각성해야 하는 거고, 현대제철이 고용노동부의 철저한 지도와 감독이 필요하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지난 2010년부터 올해 6월까지 제철소 등 금속제련업종에서 일하다 사망한 노동자는 모두 69명.
이 가운데 추락사로 숨진 사람만 9명이나 돼 이에 대한 분명한 안전대책이 필요해 보입니다.
MBC뉴스 박성아입니다.
(영상취재: 박주원(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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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박성아
1,500도 쇳물에 추락사…"노후설비 바꿔달라 호소했지만"
1,500도 쇳물에 추락사…"노후설비 바꿔달라 호소했지만"
입력
2020-10-26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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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20-10-26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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