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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어도 괜찮아요"…목숨 건 '빠른 배송'은 그만

"늦어도 괜찮아요"…목숨 건 '빠른 배송'은 그만
입력 2020-10-27 20:21 | 수정 2020-10-27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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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구부정한 어깨로 국회 의원들 앞에 무릎을 꿇었습니다.

    뭔가 큰 잘못을 했나 싶지만 "아들의 참담한 죽음을 밝혀 달라"는 한 아버지의 절규입니다.

    쿠팡 물류 센터에서 밤샘 근무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숨진 27살의 일용직, 장덕준 씨가 그의 아들입니다.

    대체 이 아버지가 왜 무릎을 꿇어야 할까요?

    회사가 만들어 낸 채찍 같은 노동 환경이 건강했던 20대 아들을 죽음으로 내 몰았다는 절규가 죄는 아닐 겁니다.

    하지만 "과로사가 아니다, 노동을 강요하지 않았다 면서 쿠팡 측은 법적 책임에서 자유롭겠다는 체온 없는 대응으로 일관 하다 보니 아버지는 '아들을 편히 보내 주지 못하는" 죄인 같은 심정이 들었을지 모릅니다.

    택배 노동자의 안타까운 죽음에 따뜻한 손을 먼저 내밀어 준 건 오히려 소비자입니다.

    "늦어도 괜찮아요" 이 짧은 한 마디가 들불 처럼 번지면서 택배 현장, 분주한 손길에 짧은 쉼표 하나를 찍어준 겁니다.

    조 영익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연재라는 이름의 어린이가 택배 기사에게 서툰 글씨로 감사 편지를 썼습니다.

    택배 기사는 현관에 붙은 이 편지를 촬영해 휴대폰에 보관했습니다.

    하루도 안돼 배달되는 택배가, 기사들의 고된 노동 덕이었다는 사실을 시민들은 이제 알고 있습니다.

    [김예지/서울 마포구]
    "되게 힘드실 거 같아요. 왜냐하면 잠도 못자고 일하시니까. 굉장히 안타깝게 생각하고, 힘내시고…"

    과로에 따른 택배 노동자들의 죽음이 잇따라 전해지면서, 인터넷에는 '택배기사 응원 캠페인'이 다시 시작됐습니다.

    "조금 천천히 오셔도 괜찮으니 건강을 꼭 챙겨달라"는 글이 걸린 현관.

    빠른 배송을 위해 택배노동자들이 목숨을 건 과로를 해선 안된다는 것입니다.

    현관 문에 붙여둔 고맙다는 메시지, 힘내라며 놓아둔 비타민 음료.

    [윤다례/경기도 남양주]
    "(택배기사님) 돌아가신 기사도 나오는 걸 봤어요, 뉴스로. 우리가 작게나마 도움을 줄 수 있는게 뭐가 있을까 하다가 아이가 직접 (편지를) 한 번 써 보겠다고 해서…"

    허기를 달래라며 놓아둔 작은 간식이나 음료들은, 남의 고된 노동으로 편리함을 누리는 것에 대한 미안함의 표현이기도 합니다.

    [이창영/인천]
    "저희 딸이랑 '좋은 일 한 번 해보자' 해서 베지밀이랑 내어 놨는데 또 맛있게 드셨다고 연락도 주셨더라고요. 기분 진짜 좋았어요. 기대도 안했는데…"

    택배 노동자들은 이런 시민들의 마음을 사진으로 기록해 보관하고 있습니다.

    [전주안 택배기사/광주]
    "일단은 기분이 좋고요. 많이 위로가 돼요, 요즘은. 간식이나 음료수 같은 거 하나씩 받으면 그날 하루는 좀 덜 힘들게 일하는 거 같아요. 심리적으로…"

    택배 노동자들의 노동 조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택배사들이 잇따른 대책을 내놓는 가운데, 롯데택배 노동자들은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습니다.

    노조 측은 "택배 물량이 늘어 사 측 영업이익은 폭증했지만, 노동자의 처우는 악화되고 있다며 삭감된 배송 수수료의 원상회복과 노조 인정 등 6대 요구안을 제시했습니다.

    MBC뉴스 조영익입니다.

    (영상취재 : 이상용 영상편집 : 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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