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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회사 설비 야금야금 고물상에…직원들의 간 큰 '뒷거래'

[단독] 회사 설비 야금야금 고물상에…직원들의 간 큰 '뒷거래'
입력 2020-10-27 20:38 | 수정 2020-10-27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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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디자인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국가가 설립한 한국 디자인 진흥원 일부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가 적발 됐습니다.

    세금으로 설치한 내부 시설을 몰래 빼돌려서 고물상에 팔아넘기는가 하면, 근무 시간에 같은 건물에 입주한 다른 회사 일을 하면서 용돈까지 벌었다는데요.

    이런 비리가 몇년 동안 지속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재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지하 주차장으로 화물차 한 대가 들어갑니다.

    30분 뒤, 이 화물차가 나가는데, 비어있던 짐 칸에 뭔가가 가득 실렸습니다.

    [한국디자인진흥원 직원 A]
    "고철 차가 와서 실어간 것은요, 상당히 많은 게 돈이 되는 것은 다 모아 가지고 고철 업체를 불러 가지고 싣고 나가…"

    경기도 성남 한국디자인진흥원 사옥에서 있었던 일, 알고보니 폐기물 업체의 흔한 고철 수집이 아니었습니다.

    디자인진흥원 지하 4층에는 정수 처리 장치가 있었습니다.

    근처 탄천 물을 정화해서 쓰겠다며 2001년 1억 5천만원을 들여 설치한 장비였습니다.

    일부 직원들이 몰래 배관과 펌프 등을 떼다 파는 바람에 지금은 아예 사용할 수 없게 됐습니다.

    고물상과 은밀한 거래를 하다 적발된 직원은 관리소장을 포함해 6명.

    정수 시설의 펌프 2개, 화학 물질 공급기 1개는 물론 장치를 연결하는 배관이 모두 사라졌습니다.

    정수 약품이 비싸다는 이유로 국민 세금으로 설치한 시설을 방치한 사이에 벌어진 일입니다.

    [한국디자인진흥원 관계자]
    "사각지대에요 거기가. 보안 시설이기 때문에 시설 안에는 CCTV가 없고…10년 이상 사용이 안 되고 계속 방치가 돼 있던 장비들이에요."

    화물차가 재작년부터 수시로 대낮에 아무렇지 않게 들락거렸는데, 준정부기관인 진흥원은 올해 3월에야 뒤늦게 부품이 없어진 사실을 알았습니다.

    정수장치 외에 구리선과 배관 같은 돈이 되는 다른 자산을 빼돌렸다는 의혹도 제기됐습니다.

    [한국디자인진흥원 직원 B]
    "회사 내에서는 다들 좀 황당하고, 기가 차다는 식의 표현들을 하시죠. 건물 자산 안에 들어가 있는 부분에 대해서 고철로 팔아먹은…"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내부 감사 결과, 이들은 업무 시간에 같은 건물에 입주해있는 외국계 회사의 짐을 옮겨 주고 한 번에 8, 9만원씩을 챙겼습니다.

    짐을 나르는 건 밑의 직원들이 맡았고 돈은 간부들이 챙겼습니다.

    근무 시간에 한 이런 아르바이트비는 배우자의 계좌를 통해 입금 받기도 했습니다.

    [한국디자인진흥원 직원 A]
    "양이 많을 때도 있고 적을 때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한 달에 100만원은 무조건 넘었을 것이라고 보는데요."

    디자인진흥원 측은 문제의 간부 3명은 감봉, 관리소장은 견책 징계 처리했습니다.

    이들은 지난 3월에 정규직이 됐는데, 그 이전 비정규직일 때 한 일은 감사 대상이 아니라는 설명입니다.

    [신정훈 위원/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
    "공공기관인 디자인진흥원이 지금까지 굉장히 관리·감독이 취약했습니다. 근무 수칙에 대한, 그리고 물품 관리에 대한 수칙도 제대로 마련돼야 되겠고…"

    디자인진흥원 측은 시설 관리 직원들의 알려지지 않은 비리가 더 있다고 보고 뒤늦게 검찰에 정식 수사를 요청했습니다.

    MBC뉴스 이재민입니다.

    (영상취재: 이지호 / 영상편집: 이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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