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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취재M] "절박한 마음에 계약했는데"…온라인 광고 피해 속출

[집중취재M] "절박한 마음에 계약했는데"…온라인 광고 피해 속출
입력 2020-10-27 20:53 | 수정 2020-10-27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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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코로나 19의 여파로 매출 절벽의 벼랑 끝에 내몰린 자영업자들,

    그 절박함을 겨냥해서 온라인 광고 대행업체들이 솔깃한 약속으로 치장하고 접근해 옵니다.

    자영 업자들은 지푸라기라도 잡아 보겠다는 심정으로 덜컥 계약을 하지만 "당했구나"라는 것을 깨닫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습니다.

    그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자영업자 노리는 온라인 광고 대행 업체

    "(코로나19 때문에) 매출이 급격하게 하락해서…"

    절박한 마음에 계약했는데…

    "(말이) 너무 다른 거죠"

    "저는 진짜 안 당할 줄 알았는데 망연자실했죠"

    일식 주점을 하다 일본 제품 불매 운동에 타격을 받고 지난해 실내 포장마차로 업종을 변경한 오모 씨.

    이번엔 코로나19라는 대형 악재가 터지면서 매출이 곤두박질쳤습니다.

    그때 걸려온 광고 대행 업체의 전화.

    [오 모 씨/A업체 피해자]
    "이벤트 당첨자처럼 1년 뒤에 매출이 오른 것을 인터뷰하기 위해서 혜택을 준다는 식으로 (메시지로) 영향력 있는 블로거들이라고 하면서 명단을 여러 명을 보내주더라고요 이 분들이 가게에 와서 식사를 하고 블로그를 작성을 하면 매출이 1년에 6천만 원 이상이 오른다(고 했어요)"

    체험단의 후기로 가게를 홍보하는 바이럴 마케팅을 받기로 하고 130여만 원을 결제했습니다.

    [오 모 씨/A업체 피해자]
    "어떻게 보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인터넷에서 이 광고 업체에 대해 검색하자, 뜻밖에도 평판이 좋지 않아 이를 확인하기 위해 업체에 전화를 했습니다.

    [오 모 씨]
    "XXX가 조금 뒷말이 너무 많아서요"
    [업체]
    "OO도 OO도 안 좋은 글 올라와요 근데 다 판매되고 이용하잖아요"
    [업체]
    "3개월 안에 매출 올려드린다고"

    업체가 보내준 블로거들도 당초 들었던 것과 달라도 너무 달랐습니다.

    [오 모 씨/A업체 피해자]
    "(블로그 이웃이) 백여 명 정도밖에 안 돼요 한 번도 블로그 보고 찾아왔습니다 라는 말을 들은 적도 없고 매출상 당연히 단 1원도 오르지 않았는데…"

    하지만 업체 측은 계약서상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오 모 씨/A업체 피해자]
    "'어느 정도 영향력이 있는' 이런 조항이 계약서에 없다 보니까… 한 명이라도 블로거 소개를 지속적으로 시켜주기만 하면 반환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거예요"

    지난 7월 온라인 쇼핑몰을 시작한 26살 안 모 씨는, 쇼핑몰을 검색창 상위에 노출시켜주겠다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B업체]
    "(쇼핑몰이) 좀 더 쉽게 노출이 잘 되실 수 있도록 대표님께서 판매하시는 상품이나 관련 카테고리만 검색을 하셔도 사이트가 바로 나올 수 있게끔 배정을 도와드린다는 말씀이세요"

    신규업체에 한해 검색 광고와 80만 원 상당의 홈페이지형 블로그를 무료로 제공한다는 솔깃한 제안.

    월 3만 원의 관리 비용만 내면 된다는 말에 3년 계약을 했는데요.

    업체에 의심을 품기 시작한 건 완성된 블로그를 확인한 후부터였습니다.

    [안 모 씨/B업체 피해자]
    "저는 OO은행을 쓰는데 다른 은행이 들어와 있고 예금주도 안 적혀 있고 전문가가 했다고 보기 너무 믿기 어려웠어요 이게 79만 원짜리라고 믿겨 지세요?"

    키워드도 문제였습니다.

    [안 모 씨/B업체 피해자]
    "제가 20대 쇼핑몰이라고 명시도 했었고 (그런데) 40대 가을옷은…"
    (여기서 쓰일 만한 게 뭐 있어요?)
    "없어요"

    환불 요청에 날아온 환불 내역서에는 말도 안 되는 금액이 적혀 있었습니다.

    [안 모 씨/B업체 피해자]
    "(서울에 처음 왔을 때) 반지하에서 월세 30만 원짜리에서 살았었고 5만 원, 10만 원 아껴가면서 진짜 겨우겨우 모았던 돈이거든요 약 500만 원 정도 돼서 (쇼핑몰을) 시작을 한 거거든요"

    꿈과 미래를 위해 모은 돈이 전화 한 통에 사라져버렸는데요.

    지난해 검색 광고 피해를 본 후, 비슷한 일을 당한 사람들을 돕고 있는 황의민 씨.

    [황의민]
    "이건 (피해자들) 전체 카톡방인데요"

    지금까지 800여 명 정도의 피해자를 상담했는데 분통을 터트리는 지점은 거의 같았습니다.

    처음에 말한 조건과 다르다, 광고 효과가 없는 방법으로 무성의하게 계약을 이행한다는 것이었는데요.

    [황의민]
    "전화상에서는 10가지의 서비스 준다고 해놓고 계약서상에서는 10가지가 다 들어가 있지 않고 다 들어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 중에 1개나 2개 정도만 이행하고 그 이후에는 아예 이행을 하지 않아요"

    환불이나 계약 해지를 요구하면, 과도한 위약금을 요구하거나

    [피해자]
    "불만족 시 환불을 즉시 해주겠다고 저한테 그렇게 얘기해주셨어요"

    [업체]
    "환불 안 된다고 말씀 드렸습니다"

    계약 해지를 거부하는 것도 비슷했습니다.

    [박 모 씨/C업체·D업체 피해자]
    "해지해달라고 그랬더니 제가 전화를 했을 때 안 받고 나중에 메신저 보이스톡으로 연락이 오더라고요. 보이스톡은 녹음이 안 되니까"

    이런 피해를 입는 자영업자들이 늘면서 분쟁 건수도 급증했는데요.

    왜 이런 피해를 당하는 걸까요?

    업체들이 대형 포털 사이트나 정부 기관의 이름을 거론하는 방식으로 접근하기 때문입니다.

    [업체]
    "전화 드린 곳은 XXX의 네이버 지도 담당자입니다"

    [황의민]
    "일반 사업자가 그런 광고를 한다고 그러면 절대 안 넘어가겠지만 네이버 지도 담당자구나 나만 이런 혜택을 주는구나"

    믿을 만한 회사인 것처럼 규모와 실적을 자랑하기도 합니다.

    특히 코로나19로 더 절박해진 자영업자들의 심리를 파고들었는데요.

    [최 모 씨/D업체 피해자]
    "시기적으로 코로나였잖아요 인터넷으로 홍보해야 되는 시대가 왔는데 나이 든 사람 저희 같은 경우는 사용하는 것도 더디고 시간 투자하기도 힘들고 하니까 의심 안 하고 믿고 맡겼는데…"

    하지만 피해 자영업자가 보호를 받기는 쉽지 않습니다.

    자영업자는 법률상 소비자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14일 내 청약 철회를 할 수 있는 방문판매법 보호를 받지 못합니다.

    온라인광고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할 수 있지만, 강제력이 없어 업체가 응하지 않으면 끝.

    소송을 하자니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격이라 포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 모 씨/A업체 피해자]
    "1300만 원이었으면 쫓아갔죠 (그런데) 130만 원 때문에 생업을 포기하고 (지방에서 서울) 법원을 왔다갔다 하면서 변호사를 선임하고 그렇게 하긴 힘들잖아요 내 생업도, 돌 지난 아기도 키우기 버거운데…"

    이런 현실에서 광고 영업 방식은 점점 더 교묘해지고 있습니다.

    [김성훈 변호사]
    "(이런 업체들의 영업 방식이) 합법과 불법의 경계를 교묘하게 오가는 것들이 많습니다 문제는 소액 다수의 피해자를 양산하고 있는 상황이고요 처벌을 받는다 하더라도 또 다시 다른 업체의 이름으로 동종의 피해를 유발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심각한 (상황입니다)"

    계약 시, 믿을 만한 업체인지, 계약서상에 문제는 없는지 따져보는 등 자영업자들이 조심하는 방법밖에 없는 걸까요?

    [정진명 단국대 법학과 교수·온라인광고분쟁조정위원회 조정위원]
    "기만적인 영업행위로 소상공인에 피해를 주는 소수의 특정 광고 사업자에 대한 적절한 규제 이것이 필요하다고 생각되고요 소비자로서의 법적 지위를 향상해서 이를 보호하는 방법 또 온라인광고분쟁조정위원회의 법적 실효성을 담보할 필요가 있다"

    [오 모 씨/A업체 피해자]
    "힘든 시기에 먹고 살려고 하시는 일이겠지만 힘든 영세 상인들 등쳐먹는 짓은 그만 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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