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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취재M] 1단계 '희망' 걸었지만…식당들은 여전히 '텅텅'

[집중취재M] 1단계 '희망' 걸었지만…식당들은 여전히 '텅텅'
입력 2020-10-28 20:49 | 수정 2020-10-28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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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사회적 거리두기를 1단계로 낮추면서 일상의 활동 범위가 넓어졌고 그만큼 자영 업자들도 그동안 위축돼온 매출이 다소 회복될 거라는 기대감이 컸을 겁니다.

    그런데, 2주가 지났지만 유독 음식점하시는 분들은 1단계로완화 됐다는 걸 좀처럼 체감하기 어렵다고 하는데요,

    그 실태와 이유를 김민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코로나가 막 확산되기 시작한 지난 3월 서울 마포구에서 고깃집 문을 연 김승헌 씨.

    엊그제 한전에서 받은 문자 한 통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습니다.

    전기요금 3달 치가 밀렸으니 당장 전기를 끊겠다는 통보였습니다.

    가스 수도요금까지 밀려있어 도움을 구하러 구청을 찾아가봤지만, 전기가 끊겨야 도와줄 수 있다는 답뿐이었습니다.

    [식당 관계자]
    "문 닫으라는 얘기예요. (지원)그거 받으려면 단수가, 단전이 돼야 된다는 거예요. 현실이 그렇더라고요."

    하루 평균 매출 20만 원.

    재료비에 인건비를 빼면 남는 게 한푼도 없습니다.

    추석 때 나온 2차 지원금 150만 원은 월세 한 달 치 내니 끝이었습니다.

    거리두기 1단계로 완화되면 매출이 회복될까 기대했지만 달라진 건 없었습니다.

    지난 일요일에도 손님은 고작 두 테이블.

    4만 5천 원이 하루 매출 전부였습니다.

    [김승헌/식당 운영]
    "접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아요. 열심히 하는 만큼 대가가 돌아와야 되는데 자꾸 점점 어려워지니까 손을 놓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

    3층 건물이 통째로 비는 등 곳곳이 문을 닫은 이태원 골목.

    8년째 식당을 하고 있는 노도섭 씨도 거리두기 완화에 희망을 걸었지만 실망만 커졌습니다.

    [노도섭/식당 운영]
    "거의 손을 놓고 싶다, 포기하고 싶다는 표현이 오히려 맞겠습니다."

    손님은 거의 그대로인데, 비용은 오히려 늘었다고 합니다.

    [노도섭/식당 운영]
    "여러 사람이 오더라도 공통으로 먹는 접시 한두 개면 됐는데 지금은 모든 게 1인 1개, 한 사람 앞에 하나씩 다 해줘야 하니까."

    거리두기가 1단계로 완화된 지 2주가 흘렀지만 지난 주 음식점 매출은 지난해 84% 수준에 그쳤습니다.

    2단계이던 한 달 전과 큰 변동이 없습니다.

    코로나 확산이 시작된 3월부터 음식점들은 한번도 지난해 매출을 넘어선 적이 없습니다.

    체육시설이나 학원, 마트 등 다른 업종에 비하면 유독 음식업 매출 하락이 두드러진 겁니다.

    음식점 손님이 좀처럼 다시 늘지 않는 이유는 무엇보다 거리두기 1단계라고 해도 계속 꺼림직하게 느끼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또, 외식 대신 집에서 먹는 습관에 익숙해졌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강신정]
    "(외식을) 잘 안 하게 되는 거 같아요. 식당에 사람들이 그래도 모이면 감염될 수 있으니까."

    [이정희/중앙대 교수]
    "대면으로 갈 수 있는 상황이 됐다하더라도 소비자들이 예전처럼 그대로 대면 가는 게 아니라 익숙해진 비대면에 그대로 머무를 가능성이 많다는 거죠."

    이러다보니 상당수 자영업자들이 빚을 내서 버티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마저도 쉽지 않습니다.

    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려면 밀린 세금이 없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세금부터 내기위해 대부업체나 사채업자에게 돈을 빌리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자율이 낮은 대출을 받기위해 이자율이 높은 대출을 먼저 받는 겁니다.

    [노도섭/식당 운영]
    "흔히 말하는 일수 그쪽에서 돈을 당겨서 세금을 메꾸고 세금을 메꿔서 완납보증서를 떼서 은행에 들어가야 대출이 나오는 거죠. 그래서 돌려막기를 하는 거죠."

    힘들게 대출을 받았지만, 장사는 계속 안되다보니 빚을 감당할 수 없게 된 자영업자들도 상당수입니다.

    서울에 있는 한 신용회복위원회.

    대출금을 갚을 여력이 안되는 사람들이 개인 회생이나 파산 절차를 알아보고 있습니다.

    [A 씨/채무조정 상담자]
    "채무조정을 지금 하러 온 거죠. 앞서 신청을 했는데 매월 내던 금액이 있는데 그걸 낼 수가 없어서..."

    [B 씨/채무조정 상담자]
    "(코로나로) 그동안 해 온 게 없으니까 빠듯하고 원금이자만 갚아나가는 것도 많이 힘드니까..."

    이같은 개인 파산 신청 건수는 올 8월까지 3만 3천여 건.

    지난해보다 7% 넘게 늘었습니다.

    시중은행에서 돈을 빌려 가게를 차리고, 장사가 안되면 2금융권에서 다시 빌리고, 그러다가 또 카드론이나 사채까지 장사로는 빚 갚기가 어려우니 결국, 파산이나 회생 신청을 하는 겁니다.

    [김승헌/식당 운영]
    "원금 이자를 내야 되는데 가게를 해가지고는 지금 답이 안 나오니까. 이렇게 힘들어지니까 이제는 안 되겠더라고요. 그래서 개인 회생을 신청한 거죠."

    문을 닫는 가게도 계속 늘고 있습니다.

    올 3월부터 9월까지 서울 시내에서 폐업을 신청한 일반음식점은 모두 6천3백여 곳.

    지난해 같은 기간 4천 9백여 곳에 비하면 27% 넘게 증가했습니다.

    특히 2차 확산이 시작된 지난 8월달에는 작년보다 폐업이 2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김기림/식당 운영]
    "(가게를 다른 사람이) 사가야 되는데 이제 안 사고 (권리금) 포기해야지. 그런 거 다 포기하고 나가야지 어떻게 하겠어."

    당장에라도 가게를 접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는 음식점 업주들도 적지 않습니다.

    임대 계약 기간이 남아있어 문을 닫더라도 월세를 계속 내야하는데다, 개인 회생이라도 신청하려면 무언가 영업을 하고 있어야 자격이 주어지기 때문입니다.

    [김승헌/식당 운영]
    "많이 힘들어요 사실. 누구한테 얘기할 얘기는 아니고 혼자 아는 거죠. 누가 알아주겠습니까. 내가 나 이렇게 힘들어 하면..."

    외식업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은 약 1백만 명.

    1년 사이 13만 명 넘게 줄었습니다.

    MBC뉴스 김민찬입니다.

    (영상취재: 윤병순 /영상편집: 조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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