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 커 ▶
이어서 오늘 이 뉴스 전해드리겠습니다.
자신에게 강제로 키스하는 남성의 혀를 깨물어 다치게 했다면 이건 정당방위일까요? 아니면 과잉방위일까요?
성폭력 피해자의 방어 행위에 대해 경찰이 의미 있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 리포트 ▶
지난 7월, 친구들과 부산으로 여행을 떠난 A씨는, 여행 마지막 날 졸지에 '상해 가해자'가 돼버렸습니다.
이 여성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A씨는 친구들과 함께 술을 마시다 숙소로 돌아가기 위해 나왔습니다.
그때, 한 남성이 만취상태인 A씨를 차에 태워 인적이 드문 산길로 데려가 강제로 키스했고, A씨는 남성의 혀를 깨물어 버렸습니다.
혀가 잘린 남성은 바로 경찰서로 가서 A씨를 고소한 건데요.
A씨는 남성이 강제추행하려 해서 혀를 깨물었다고 했지만, 남성은 동의하에 한 행동이라고 주장했습니다.
A씨가 술에 취해 기억을 제대로 못한데다 증거도 없어 남성의 말이 더 힘을 받는 듯했습니다.
그런데!
남성의 차 안에 있던 블랙박스는 다른 얘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우희창/A씨 변호인]
"(그전까지) 드러난 사실은 '피해자가 자기 입속으로 들어온 혀를 깨물었다'… (경찰서에) 가니까 담당 형사분께서 녹음파일을 들려주시더라고요. 그 자리에서 강제추행으로 썼던 고소장을 변경했어요 강간상해로."
경찰은 남성을 강간치상 및 감금 혐의로 기소.
반면 A씨는 "죄가 되지 않는다"는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습니다.
[A씨/피해자]
"그때 왜 그랬을까 그런 자책도 많이 하고… 제가 정당했다는 걸 증명하려고 당당해지려고 했었는데…"
이번 판단은 성폭력 사건 피해자가 상대방의 혀를 다치게 한 행위가 형사처벌 대상이 아님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데요.
[우희창/A씨 변호인]
"강제 키스만 하는 경우가 사실 별로 없어요. 강간으로 가는 중간 단계에서 이루어지는 강제 추행이거든요. 여성들이 혀를 잘라도 죄가 되지 않는다, 무죄다, 라는 인식이 국민들에게 심어지게 되면 강간을 예방하는 효과가 클 거라고 생각해요."
정당방위가 아닌 과잉방위로 본 건 아쉽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1964년 성폭력에 저항하다 가해자의 혀를 깨물어 옥살이까지 했던 최말자 씨가, 억울함을 풀어 덜라며 56년 만에 재심 청구를 한 상태.
어떤 결과가 나올지 주목됩니다.
오늘 이 뉴스였습니다.
뉴스데스크
김명순
[오늘 이 뉴스] 강제 키스 남성 '혀 절단'…"죄 안 된다"
[오늘 이 뉴스] 강제 키스 남성 '혀 절단'…"죄 안 된다"
입력
2020-11-03 20:43
|
수정 2020-11-06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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