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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취재M] 늘어나는 청소년 강력범죄…처벌받지 않는 '촉법소년'

[집중취재M] 늘어나는 청소년 강력범죄…처벌받지 않는 '촉법소년'
입력 2020-11-03 20:53 | 수정 2020-11-03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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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죄는 지었지만 형사 처벌은 받지 않는, 만 열 살은 넘었고 만 열 네살은 되지 않은 아이들을 '촉법 소년'이라 합니다.

    이 연령대의 범죄가 늘고 차마 아이들 범죄로 보기 힘든 수법이 등장하다 보니 촉법 소년의 연령을 낮춰서 형사 처벌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반면, 결국 범죄를 예방하는 게 목적이라면 나이를 낮춰서 처벌한다고 나아질 일이 아니라는 반론도 있습니다.

    촉법 소년 기준 논란, 해법은 없는지 짚어 보았습니다.

    ◀ 리포트 ▶

    [고 김태한군 어머니]
    "꽃을 좋아했어요. 꽃을 좋아하고 용돈을 받으면 엄마 아빠 선물을 사주는 게 즐거웠던 아이에요. 외할머니한테 나무 사서 어버이날 심어주고, 꽃밭 가꿔주는 게 취미였던…"

    처음엔 아이들 장난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고 김태한군 아버지]
    "믿기지 않았죠. 성인들도 생각할 수 없을 정도의 그런 *행위를 하고 있었다는 게…"

    태한이는 기숙사가 있는 중학교에 입학한 후 동성 동급생 4명으로부터 지속적인 성추행을 당했습니다.

    [고 김태한군 생전 녹취]
    "**이가 구석 가서 혼자서 막 그러고 그 다음에 와가지고 내 위에서 하고, 막 내 가슴 만지면서 하고…"

    가해자들은 집요했습니다.

    [고 김태한군 어머니]
    "잠을 안 재웠대요. 책을 보면요. 책에 이렇게 샤프 들고 조는 거 있잖아요. 그게 막 있어요. 책에. 그 정도로 잠을…"

    폭행도 있었습니다.

    태한이 부모님들은 즉각 학교에 성추행 사실을 알렸습니다.

    하지만 가해자들과의 분리는 없었습니다.

    [고 김태한군 어머니]
    "가해자 중 한명이 학교 나오고 있다는 말에 저희 아들이 더 불안해 하고 소변 실수를 하고 그랬어요. 무섭다고 방에서 나가지도 못하고"

    [고 김태한군 아버지]
    "태한이의 심리상태를 검사한 결과지입니다."

    [고 김태한군 어머니]
    "성폭력 피해 급성 스트레스성 장애를 앓고 있다라고 했고요. 심장박동수 증가, 어지럼증, 과 각성 상태가 지속적으로 수면장애를 경험하고 있다라고 "

    강한 불안감을 호소하던 태한이는 갑작스러운 통증으로 응급실에 실려 갔습니다.

    스트레스와 관련된 급성췌장염.

    그리고 사흘 후 숨졌습니다.

    엄마의 생일이었습니다.

    [고 김태한군 어머니]
    "한번만 일어나 달라고 엄마 생일 선물로 한번만 눈 떠 달라고 했더니 반응 없던 아이가 반응을 하더라고요. 그래서 살아날 줄 알았어요. 반응을 하니까 살 수 있으려나 보다… 살겠구나 그랬는데…"

    경찰은 사건을 가정법원 소년부에 송치했습니다.

    하지만 올해 만 13세인 가해 청소년들을 처벌할 방법은 없습니다.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범죄를 저질렀지만, 형사 책임은 지지않는 '촉법 소년'에 해당하기 때문입니다.

    촉법소년은 강력 범죄를 저질러도 최장 2년의 소년원 송치가 최대 처분입니다.

    도주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어도 체포·구속되지도 않고 조사를 거부하거나 귀가 의사를 나타내면 사건 조사도 할 수 없습니다.

    소년부로 송치된 후에는 피해자 가족이 재판 날짜를 알 수도, 재판에 참석할 수도, 어떤 처분을 받았는지도 알 수 없습니다.

    교정과 보호를 앞세우는 소년법의 목적 때문입니다.

    전과 역시 남지 않습니다.

    [부지석/고 김태한 군 사건 담당 변호사]
    "원칙적으로 태한이 아버지 어머니께서는 재판에도 참석을 할 수 없고요. 지금 이 재판의 결과마저도 알 수 없는 경우거든요. 굉장히 억울한 상황이죠."

    촉법 소년의 수는 해마다 늘고 있습니다.

    살인, 강도, 폭력, 절도 등 강력범죄가 대부분이고 재범률은 성인 범죄를 넘어섭니다.

    2018년 기준 3년 이내에 소년원에 다시 돌아온 소년범 비율은 20%.

    같은 해 소년원 6개월 처분과 2년 처분을 받은 1448명 소년범 전원이 재범 이상었습니다.

    범죄 수법은 잔혹해지고 수위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더러워 야야야!"

    [부산 여중생 집단폭행 사건 경찰 관계자]
    "딱히 동기가 그렇게 특별히 없습니다. 그냥 데리고 와서 순간적으로 화가 나서 때렸답니다. 요즘 애들은 저희가 상상을 못하겠습니다."

    강력 범죄가 일어날 때마다 소년법을 폐지하거나 개정해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칩니다.

    촉법 연령을 하향해 제대로 처벌해야 한다는 겁니다.

    [부지석/고 김태한 군 사건 담당 변호사]
    "지금 인터넷이 발달하고 이렇게 과거의 그 학생들이 성숙하는 속도보다 빨라진 이 현대사회에서 소년법 제정 취지가 잘 지켜지고 있는지에 대해서 좀 의문을 제기하고 싶거든요. "

    같은 연령이어도 범죄의 경중에 따라 형사처벌을 달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승재현/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
    "13세 전체를 우리는 보호처분이라는 테두리 속에서 끌고 갈게 아니라, 그 아이에서 끌어 안고 가야하는 13세들과 도저히 그 안에서 끌어갈 수 없는 13세들을 나눠서 그런 소년들에 대해서는 형사처벌로 갈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둘 필요가 있는 것이 아니냐…"

    하지만 연령 인하의 실효성에 의문을 나타내는 의견도 만만치 않습니다.

    [이수정/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아직까지 12살, 13살 정도 밖에 되지 않은 이런 아이들은 10년 후에, 20년 후에 나의 미래가 어떻게 망가질 수 있을지 이런 것들을 생각하면서 비행을 저지르는 건 아니에요. 그러다 보니까 형사 처벌이 갖는 일종의 제지력이 이렇게 어린 아이들에게 과연 효과성을 발휘할 수 있을까…"

    이런 법개정 논의와 별개로 현재 우리의 소년범 보호·교정 제도에 대한 지원은 뒷전입니다.

    소년범들의 지도, 감독, 보호를 통해 범죄성을 교정하고 재범을 방지하는 일을 하는 보호관찰관.

    [보호관찰관]
    "몇시부터 몇시까지 아르바이트지? "
    (12시부터 10시 반이요)
    "밤 10시 반? 많이 늦네. 아르바이트 꼭 끝나고 나서는 바로 귀가해야 한다"
    (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 보호관찰관 1명이 관리하는 대상은 성인 포함 평균 114명.

    소년범만 따져도 98명에 이릅니다.

    OECD 국가 평균에 비해 4배 가량 많습니다.

    일본의 5분의1 수준인 소년원 역시 포화 상태.

    특히 여자소년원은 단 2개 밖에 없어 공범을 따로 분리조차 하기 힘듭니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잔혹했던 청소년 범죄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잊혀지기 일쑤입니다.

    소년법 개정을 위한 사회적 논의도 미뤄지기를 되풀이 합니다.

    그사이 우리 청소년들은 여전히 보호받지 못하는 피해자와 반성하지 않는 가해자로 크고 있습니다.

    [고 김태한군 어머니]
    "태한아… 정말 보고 싶다. 오면 안 될까 엄마한테, 대답 좀 해봐, 언제 올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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