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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홧발에 억눌렸던 186명의 '진실'…39년 만에

군홧발에 억눌렸던 186명의 '진실'…39년 만에
입력 2020-11-03 20:58 | 수정 2020-11-03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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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5.18은 민주 항쟁이고 의거다" 광주 민주화 운동 40주년인 지금은 당당하게 할 수 있는 표현이지만 그때는 함부로 할 수 없는 말이었죠.

    당시 5.18을 경험했던 광주 지역 고등학생들이 직접 보고 겪었던 일들을 생생하게 기록한 작문집이 처음으로 공개됐는데요.

    이다현 기자가 전해 드리겠습니다.

    ◀ 리포트 ▶

    5.18은 자유를 향한 거국적인 힘의 발산이다.

    정부에서는 일부 불순 분자의 책동이라고 하지만, 믿을 수 없는 무책임한 말이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이 발생한지 채 1년도 되지 않은 1981년 2월.

    중학교 3학년의 눈으로 광주를 경험했던 광주 석산고등학교 1학년들이 작성한 산문입니다.

    학생들은, '80년 5월, 광주'를 당시 흔히 부르던 '광주 사태'가 아닌 '광주 의거'라고 표현하며, 이런 '피의 투쟁'을 언론들은 사실대로 보도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서왕진(56살)/1981년 당시 석산고 1학년]
    "(당시 작문을 할 때) 항거 자체를 힘으로 누르는 것 아닐까 하는 인식은 있었던 것 같아요…그런 비극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차별, 불평등 이런 문제들이 (해소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학생들은 당시 국어를 가르치던 이상윤 교사가 5.18에 대한 작문 과제를 내주자, 경험하고 느낀 그대로를 가감없이 기술해 제출했습니다.

    1학년 학생 573명 가운데 186명이 과제를 냈는데, 지금은 고인이 된 이상윤 선생님은 제자들이 5.18의 의미를 신군부의 폭거에 대한 시민들의 항거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이 글들을 세 달쯤 후 동료이자 후배였던 역사 교사에게 전달했다고 합니다.

    [박형민 (67살)/前 광주 석산고 역사 교사 (작문집 보관)]
    "교사로서 그리고 살아남은 광주 시민으로서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 얼마나 많이 고민을 하셨을까 하는 그 선배님의 생각이 정말 몸과 마음을 무겁게 짓눌렀고…"

    이후 천주교 광주대교구를 거쳐 5.18 민주화운동기록관에서 보관하던 작문집은 오늘 열린 한 학술대회에서 전문이 처음으로 공개됐습니다.

    [홍인화/5.18 민주화운동기록관 실장]
    "그때 당시 상황들을 재현할 수 있는 기록물의 하나로, 역사 속의 39년 전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데 의의가 있는 것 같아요."

    5.18민주화운동기록관은 80년 광주를 생생하게 기억하고 정리한 글들이 원문 그대로 발견된 사례라며, 이 작문집을 당시 학생들의 참여와 인식을 재구성하는데 활용해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MBC뉴스 이다현입니다.

    (영상취재:김상배/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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