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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보는 MBC] 길고양이 뱃속에 플라스틱 끈?…수상한 동물병원

[제보는 MBC] 길고양이 뱃속에 플라스틱 끈?…수상한 동물병원
입력 2020-11-05 20:38 | 수정 2020-11-05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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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제보는 MBC입니다.

    길고양이 개체 수가 늘지 못하도록 지자체들이 동물 병원과 계약을 맺고 세금을 들여서 고양이 중성화 수술을 해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중성화 수술을 받은 길고양이 뱃속에서 플라스틱 끈이 발견되거나 봉합용 철심이 그대로 박힌 채 거리를 헤매고 있다는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남효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지난 4월 경기도 의왕에 사는 김 모 씨가 발견한 암컷 길고양이.

    중성화 수술을 해주려고 동네 동물병원에 데려갔더니 배 부분이 빨갛게 부풀어 있었습니다.

    뱃 속을 열어본 수의사는 눈을 의심했습니다.

    [수의사]
    "자궁을 찾을 수가 없는 거예요. 방광 뒤쪽으로 뭔가 딱딱한 게 잡히더라고요."

    누군가 이미 중성화 수술을 했고, 몸 안에 있을 거라 생각할 수 없는 물체가 들어있었습니다.

    전선 등을 단단히 묶을 때 쓰는 플라스틱 끈이었습니다.

    [수의사]
    "'이게 뭐지?' 하고 끄집어 당겨서 봤더니, '케이블 타이'가 있는 거예요."

    이 지역에선 중성화 수술을 시킨 길고양이에 대한 괴담이 이미 퍼져 있었습니다.

    배에 스테이플러가 박힌 채 떠도는 거리의 고양이가 한 둘이 아니라는 제보.

    의료용이라고는 하지만 마치 종이를 찍 듯 스테이플러로 배를 봉합한 고양이 모녀가 실제로 발견됐습니다.

    [김 모 씨/경기도 의왕시]
    "(고양이 2마리 배에) 스테이플러가 박혀 있으면서, 주변이 벌겋게 염증이 나서 약간 괴사되는 과정 (같았어요)."

    중성화를 할 때는 자연적으로 녹는 재질의 봉합사나 생체 접착제를 쓰라는 정부의 지침을 정면으로 위반한 위험한 수술이었습니다.

    [유화욱/수의사]
    "케이블 타이(플라스틱 끈)는 의료용품이 아니기 때문에 이물 반응이 일어나서 결국은 감염의 원인이 되겠죠. (스테이플러는) 제거해줄 게 아니면 쓰면 안 돼요. 2차적으로 세균 감염이 일어나면 다 덧나는건데…"

    누구의 소행일까, 추적해봤습니다.

    주민들은 경기도 화성의 한 동물병원을 의심하고 있습니다.

    경기 의왕시와 5년 째 계약을 맺고 길고양이 중성화 수술을 하는 유일한 동물병원이었습니다.

    비좁고 지저분한 외관에 간호사나 다른 수의사 없이 원장 한 사람만 근무하고 있었습니다.

    [oo동물병원 원장]
    (플라스틱 끈이랑 스테이플러를 써서 중성화 마무리를 그렇게 하신다고 제보를 받아서요.)
    "선생님,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즉답을 피했습니다.

    [oo동물병원 원장]
    "저희 직원(포획업자)한테 연락을 해봐야 돼요."

    하지만 스테이플러가 찍힌 고양이가 바로 여기서 수술을 받았다는 반박이 나왔습니다.

    [김 모 씨/경기도 의왕시]
    "(고양이를 중성화 수술을 시키기 위해 그 병원으로) 제가 보냈으니까요. (병원에서) 방사할 때도 제가 같이 있었으니까."

    뱃속에서 플라스틱 끈이 나온 고양이 역시 2018년 7월 이 병원에서 중성화 수술을 받았다는 공식 기록도 남아있습니다.

    이 동물병원은 경기도 의왕뿐 아니라 과천, 화성, 군포시와 중성화 수술 사업 계약을 맺고, 1마리를 수술할 때마다 15만원씩을 받고 있었습니다.

    올 해 청구한 비용이 10월까지 1억 9천여만 원이었습니다.

    그런데도 감독은 허술하기만 합니다.

    지난 9월, 경기도청에서 현장조사를 나가 스테이플러 사용을 적발했지만 앞으로 잘 하라는 말뿐인 단속에 그쳤습니다.

    [경기도청 관계자]
    "과태료가 됐든 벌금이 됐든, 법적 처벌을 할 수 있는 근거가 없어요."

    동물병원 측은 이메일을 통해 "출처가 불분명한 인터넷에 퍼진 내용"이라며, "시설 점검과 관리 감독을 지속적으로 받고 있다"고 해명했습니다.

    말 못하는 생명체를 대신해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있고,

    [이 모 씨/경기도 안양시]
    "(길고양이를) 밖에서 키우는 내 아이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런 아이가 가서 수술해서 잘못되고 이랬을 때 그 마음의 상처가 너무너무 커요."

    반면 누군가는 이를 악용해 돈을 벌고, 또 누군가는 대수롭지 않게 방관하는 현실.

    [군포시 관계자]
    "공개 입찰을 해서 들어온 업체니까, 뭐 그래도 괜찮으니까 그렇게 하지 않았나 (싶어요.) 나머지는 수의사들의 역량(이예요.) 저희가 알 수 없는…"

    동물단체들은 세금을 들여 지원하는 사업인 만큼 '길고양이 엉터리 수술 사건'에 대한 진상 규명과 철저한 관리 감독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MBC뉴스 남효정입니다.

    (영상취재: 박주일, 이지호, 김재현 / 영상편집: 이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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