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서울에 무려 이백 여든 채의 빌라를 가진 '갭투자계의 큰손이 부동산 중개업자와 함께 사기 혐의로 입건했습니다.
집주인은 알고보니 큰손이 아니라 빈털털이었고, 부동산 업자가 중개 수수료를 노리고 범행을 주도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임상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4년 전 보증금 1억6천만원에 서울 화곡동에 전셋집을 구한 30대 윤 모씨.
집주인인 50대 강 모 씨가 보증금을 떼먹고 잠적해 이사를 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윤 모 씨/피해자]
"(주인이) 집을 빼주겠대요. 저는 그 말을 철석 같이 믿고 있었죠. 2~3개월 뒤에 전화를 하니까 연락을 안 받아요."
지난 2015년부터 4년 동안 이처럼 강 씨에게 보증금을 받지 못한 전세 세입자는 모두 14명.
전체 피해액이 25억 원에 달합니다.
강 씨는 서울 강서구와 양천구 일대에 빌라 등 283채를 소유해 이른바 '큰손'으로 알려진 인물입니다.
하지만 경찰 수사 결과 재산은커녕 빚만 있는 일용직이었던 걸로 확인됐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집을 수백 채나 샀을까.
당초엔 '갭투자'로 알려졌지만 실제 수법은 매매 가격보다도 비싸게 전세 보증금을 받았던 걸로 확인됐습니다.
돈 한 푼 없이 집들을 사들인 '무자본 전세투기범'이었던 겁니다.
[윤 모 씨/피해자]
"앞 집 아주머니가 '얼마에 계약하고 들어오셨어요?' 제가 '이 돈으로 계약하고 왔어요' 하는데 '너무 높게 계산을 했다'고…"
범행의 배후엔 세입자들에게 집을 소개한 공인중개사가 있었습니다.
[조 씨/공인중개사 (지난해 10월8일 PD수첩)]
"<(전세금이 매매가보다 비싸다는) 말씀을 해주셨나요? 세입자 분들한테?> 고지해야 할 의무가 있었나요?"
공인중개사가 빌라 세입자들 구한 뒤 이른바 '바지사장'이 그 보증금으로 분양회사에서 집을 사는 수법.
빌라를 계약하면 분양회사들로부터 1채에 7백만원에서 1천만원의 수수료를 받았습니다.
공인중개사 조 씨는 1채에 1백50만원 정도를 강 씨에게 나눠줬습니다.
[윤병운/서울 강서경찰서 수사관]
"(집 주인) 강 씨는 돈만 받고 명의만 빌려준 것으로 보여지고요. 주범은 공인중개사 조 씨로 판단됩니다."
실제로 조 씨는 집구입 취등록세나 등기 수수료도 모두 대신 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경찰은 이들이 세입자들의 보증금을 처음부터 돌려줄 능력이 없었던 걸로 보고 사기죄를 적용해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로 넘겼습니다.
MBC뉴스 임상재입니다.
(영상취재 : 김우람 / 영상편집 : 김가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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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임상재
'283채 큰 손' 사실은 빈털터리…보증금 '돌려막기'
'283채 큰 손' 사실은 빈털터리…보증금 '돌려막기'
입력
2020-11-06 20:23
|
수정 2020-11-06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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