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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속 100km서 핸들 잠겨"…그래도 더 타라고?

"시속 100km서 핸들 잠겨"…그래도 더 타라고?
입력 2020-11-10 20:31 | 수정 2020-11-10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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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큰 맘 먹고 고가의 수입차를 샀는데 몰자마자 핸들이 잠기고 또 그 고장이 반복될 경우 다른 차로 바꿔 주거나 환불해 주라는 게 이른바 레몬 법 입니다.

    달콤한 귤인 줄 알고 샀는데 알고보니 시큼한 레몬이었다면 귤로 바꿔주라는 건데요, 그런데 이 법이 시행되고 2년 동안 교환이나 환불이 단 한 건도 없습니다.

    레몬법 자체를 환불 해야할 상황 강나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지난 8월, 6천9백만 원을 주고 BMW 차량을 구입한 정 모씨 부부.

    구입 딱 한 달째 되던 날, 주차장에서 차를 빼려는데 핸들이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몇 번 시동을 껐다 켜자 핸들이 돌아갔지만, 이런 현상은 그날 저녁 또 나타났습니다.

    [정00/BMW 차주]
    "서비스센터 직원들이 여기 현장으로 와서 점검을 했더니 핸들 운행 불가, 핸들 조향 불가, 차량 안전장치가 전부 다 미작동하는 것으로 나와서, 그 자리에서 바로 견인해서 입고 처리가 됐고요."

    보름 뒤 BMW 측은 완벽하게 수리했다며 차를 보내줬습니다.

    하지만 일주일도 안 돼 이번에는 고속도로를 달리는 중 핸들이 꿈쩍도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장00/BMW 차주]
    "100km/h 넘게 달리고 있는데 그 경고등이 똑같이 뜨는 거예요. 이게 안 움직이는 거예요, 지금 이 상태처럼. 이렇게 뻑뻑하게 안 돌아가 가지고…"

    죽을 수도 있겠다는 공포를 느끼며 간신히 차를 멈춰세웠지만, BMW 측은 이번에도 수리하면 된다며 차를 가져갔습니다.

    정씨는 레몬법에 따라 교환을 신청하기로 했습니다.

    레몬법상 구입 1년이 안 된 차량에서 같은 하자가 3번 발생해 수리를 받은 경우, 그리고 한 번 수리했더라도 수리 기간이 30일을 넘은 경우엔 관련 심의위원회에 중재를 신청해 교환 또는 환불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문의 결과 정 씨는 신청 요건조차 안 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핸들이 잠긴 듯한 현상은 여러 번이라도, 수리는 두 번만 받았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정00/BMW 차주]
    "사고가 안 나서 천만다행인 상황이거든요. 그런데 그걸 한번 더 그런 일이 일어나야지만 대처가 가능하다, 그것도 환불을 보장해주는 것도 아니고 그 때 가서야 중재할 수 있다라는…"

    게다가 신청 요건 중 하나인 '동일한 하자'라는 것도 소비자가 입증해야 하는데, 이 역시 쉽지 않습니다.

    정씨도 하자 입증을 위해 블랙박스 화면을 확인했더니, BMW측이 수리한 차 블랙박스에선 공교롭게도 핸들이 움직이지 않던 순간만 사라져 있었습니다.

    [정00/BMW 차주]
    "그 날 하루 동안 영상 중에 다른 이동하는 장면들은 다 있는데, 하필 핸들이 잠기는, 핸들이 움직이지 않거나 잠겼던 그 장면은 다 없는 상태입니다. (BMW 측은) 블랙박스 자체가 랜덤으로 영상을 지우게 돼있기 때문에 그 영상들이 하필 지워진 것 같다고…"

    정씨는 "당신들 같으면 불안해서 이 차를 탈 수 있겠느냐"며 항의했지만, BMW측은 요지부동이었습니다.

    [정00/BMW 차주]
    "차량 구매한지 한달 밖에 안 되고 (주행거리) 이제 1천km 밖에 안 된 차인데 이런 일이 있는 건 초기 결함이 아니냐… (BMW 측은) 차량이라는 게 원래 기계적인 장치이기 때문에 고쳐가면서 타는 수밖에 없다고…"

    보신 것처럼 일반 소비자들이 레몬법 요건을 맞춰서 교환 환불을 신청하는 단계부터 쉽지 않습니다.

    중재 신청을 일단 할 수만 있게 되면 그 이후 과정은 좀 수월할까요?

    지난 1월, 8천9백만 원짜리 벤츠 차량을 구입한 박 모씨.

    새 차를 받은 당일, 고속도로를 달리는데 갑자기 엔진 쪽에서 연기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박00/벤츠 차주]
    "일행분들이 타는 냄새가 난다고 얘기해가지고 보닛을 이렇게 열어봤더니 이 쪽 부위에서 연기가 나고 있었던 거예요."

    알고 보니 엔진오일이 새고 있었던 것.

    차는 출고 당일 수리센터로 들어가, 한달이 훨씬 넘어서야 다시 나왔습니다.

    하지만 두달 뒤 또다시 엔진 오일이 샜고, 박 씨는 레몬법에 따라 교환 환불 신청을 접수했습니다.

    박 씨의 경우 수리 기간이 30일을 넘었기 때문에 접수가 가능했던 건데, 문제는 접수한 지 5개월이 지나도록 아무런 진전이 없다는 겁니다.

    벤츠 측이 박 씨의 신청에 대해 답변서를 제출해야 다음 단계가 진행되는데, 안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박00/벤츠 차주]
    "제조사에서 지금 대응을 전혀 하지 않기 때문에 국토부에서도 강제할 방법이 없고 진행이 안 되는 그런 상황이죠."

    레몬법에 강제 조항이 없다보니 소비자가 어렵게 중재 신청을 해도, 제조사가 시간을 끌거나 뭉개면 그만인 셈입니다.

    이렇다 보니, 작년 1월 레몬법 도입 이후 520여건의 중재 신청이 접수됐지만, 지금껏 교환이나 환불을 받은 사례는 단 한건도 없습니다.

    [최영석/선문대학교 스마트자동차공학부 교수]
    "앞으로 계속 (레몬법 적용 사례는) 안 나올 것 같아요. 적용하지 않을 방법이 되게 많기 때문에. 처리를 미룬다거나, "협의 안 되겠다, 민사소송하라"면서 계속 끌어버리면…"

    결국 고객들은, 언제 또 문제가 생길지 몰라 수천만원짜리 차를 거의 세워만 놓고 있습니다.

    [정00/BMW차주]
    "굉장히 불안해하면서 그냥 타고 있습니다. 처갓집이 1분 거리에 있어서, 여기서 그냥 왔다갔다 하는 정도의 용도로만…"

    자동차 고객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레몬법.

    하지만 취지가 무색하게 교환도 환불도 안 되는 무늬만 법안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MBC뉴스 강나림입니다.

    (영상취재 : 황성희 / 영상편집 : 문명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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