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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취재M] 기자가 '택배'로만 1주일 살아봤습니다

[집중취재M] 기자가 '택배'로만 1주일 살아봤습니다
입력 2020-11-11 20:59 | 수정 2020-11-11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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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비대면 시대, 소비 생활에 포장과 택배가 폭증하면서 폐기물도 급증하고 있다는 거 가정에서도 실감하실 겁니다.

    지구환경팀의 김민욱 기자가 일주일 동안 매장이 아니라 택배로만 소비 활동을 해 보았습니다.

    과연 폐기물이 얼마나 나왔을지 확인해 보고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한 방법도 설명해 드립니다.

    ◀ 리포트 ▶

    <월요일>

    필요한 건 모두 온라인에서 구입해 배송받기로 한 첫 날, 가장 먼저 주문한 건 기저귀입니다.

    "계획했던 것은 아닌데 마침 저희 아이의 기저귀가 떨어졌어요. 기저귀가 부족하면 조마조마 하잖아요?"

    주문하는 김에 필요한 식료품도 같이 주문했습니다.

    <화요일>

    다음 날 일찍, 첫 번째 택배가 도착했습니다.

    종이 상자에 기저귀가 들어 있습니다.

    그리고 즉석 밥과 우유 등이 든 종이 상자가 두 개 더 왔습니다.

    "(첫 날 주문으로) 상자 두 개가 나왔고요. 그리고 종이 완충재 이만큼이 나왔고요. 냉동팩 두 개가 또 나왔습니다."

    게다가 물도 마셔야 하니까 여기다 빈 페트병 여러 개가 추가됐습니다.

    일주일간 폐기물을 쌓아 둘 다용도실입니다.

    하루치 폐기물을 모았을 뿐인데 다용도실이 왠지 비좁게 느껴집니다.

    "언택트 소비 이틀째인데요. 일요일 쯤에는 도대체 재활용품이 얼마나 쌓여있을지 벌써부터 걱정이 됩니다."

    <수요일-목요일>

    수요일에는 비누와 치약을 배송 받았습니다.

    비닐 포장 폐기물이 두 개 생겼습니다.

    목요일에는 월요일에 주문했던 전구 한 개가 왔습니다.

    역시 비닐로 두 겹 포장돼 있었습니다.

    다행히 수요일과 목요일에는 폐기물이 많이 늘지 않았습니다.

    이 정도면 나쁘지 않아 보였습니다.

    <금요일>

    그러나 다음 날 아침.

    눈을 뜨자마자 종이 상자 3개, 스티로폼 상자 하나를 집 안에 들여놔야 했습니다.

    주문한 것에 비해 상자가 너무 많아 보였습니다.

    상자를 열어보고 의문이 풀렸습니다.

    하나에 담을 수 있는 양을 세 개의 상자에 나눠 담은 겁니다.

    배송업체가 식품의 신선도를 냉동, 냉장, 상온 세 가지로 구분해 각각 별도의 상자에 담아 보냈습니다.

    "이 작은 양념 하나를 배송하는데 이 박스 하나가 필요했습니다. 이 박스에 작은 양념 한 통이 담겨서 왔거든요."

    서비스 차원에서는 세심한 배려가 느껴지는데, 문제는 폐기물이 많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토요일>

    토요일 배송업체는 좀 달랐는데, 주문한 식료품을 한 상자에 담아 보냈습니다.

    별도 상자에 담는 대신 골판지로 구획을 나눠 냉장 식품 옆에는 아이스 팩을 넣었습니다.

    어제보다 줄긴 했지만 종이 상자 하나와 골판지 4장, 아이스 팩 3개가 나왔습니다.

    다용도실이 눈에 띄게 비좁아졌습니다.

    <일요일>

    택배로만 일주일 살아보기 마지막 날.

    음료 3병을 주문했는데 커다란 상자 두 개가 도착했습니다.

    "이건 정말 지구한테 좀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포장입니다. 저희가 주문한 것은 우유, 주스, 차 이렇게 세 병이에요."

    종이 상자 두 개와 아이스 팩 4개, 은박 비닐 2개.

    해당 업체에 과대 포장이 아니냐고 물었습니다.

    이메일 답변을 통해 업체 측은 상품이 파손될까 봐 정성을 다해 포장하다 보니 그렇게 됐다면서, 포장을 최소화할 수 있는 다양한 포장 방법에 대해 고민하겠다는 답변을 보내왔습니다.

    일주일 동안 비대면 소비로 살면서 얻은 폐기물입니다.

    다용도실 한 켠이 다양한 폐기물로 가득 찼습니다.

    폐기물을 모두 꺼내 거실에 늘어놔 봤습니다.

    종이 상자 11개, 아이스 팩 11개.

    플라스틱과 비닐 폐기물은 일일이 세기도 어렵습니다.

    1년은 약 50주.

    1주일이 아니라 1년을 모은다면 이것보다 50배가 되는 폐기물이 쏟아져 나올 수 있다는 얘깁니다.

    쓰레기 산을 만드는데 일조한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올해 9월 음식이나 식료품 온라인 거래 총액은 2조9천억원.

    1년 전에 비해 84.8%나 늘었고, 생활용품 거래는 54.4% 늘었습니다.

    우리집 뿐 아니라 전국에서 폐기물이 급증하고 있는 건데요.

    이 폐기물이 진짜 쓰레기가 되지 않고 최대한 재활용될 수 있도록 분리수거에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전문가의 도움도 받았습니다.

    먼저 종이 상자들.

    종이 상자는 송장과 접착식 테이프를 반드시 떼야 합니다.

    다음은 플라스틱.

    플라스틱 분리배출의 핵심은, 음식물 등이 오염된 폐기물은 종량제 봉투에 넣어야 한다는 겁니다.

    오염된 것이 섞이면 깨끗한 폐기물까지 못 쓰게 만들 수 있습니다.

    [김영인/한국폐기물협회 책임강사]
    "혹시 음식물로 좀 얼룩이 졌다, 깨끗이 닦았는데도 얼룩이 졌다 그럴 때는 일반쓰레기 배출해주시는 게 맞습니다."

    그리고 아이스 팩.

    아이스 팩에는 다른 문제가 있었습니다.

    물을 얼려 만든 친환경 아이스 팩에는 물은 버리고 종이는 재활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 적혀 있습니다.

    그러나 전문가의 말은 다릅니다.

    [김영인/한국폐기물협회 책임강사]
    "사실은 이게 종이라기보다는 코팅이 되어 있잖아요. 종이로 사실은 재활용하기가 어렵습니다."

    재활용함이 아니라 종량제 봉투에 버려야 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왜 소비자들을 혼란스럽게 할까?

    재활용이 안 되는 종이 아이스팩에 분리배출 표시를 한 두 업체에 물어봤습니다.

    한 업체는 재활용이 가능한 비닐 포장 얼음 팩으로 바꾸는 과정이라고 말했고, 다른 업체는 분리배출 마크를 없애고 있다고 해명했습니다.

    비대면 소비가 늘 수밖에 없는 코로나 시대.

    폐기물을 하나라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뭘까요?

    먼저 소비자들은 가까운 매장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것들은 직접 가서 사기, 분리배출 정확하게 하기 등을 실천할 수 있습니다.

    정부와 배송 및 포장업체들은 포장재를 줄이고 재활용을 높일 수 있는 제도 마련이 시급해 보입니다.

    "다용도실이 드디어 비워졌습니다. 속이 다 시원합니다."

    우리가 쓰고 버리는 것들, 우리집 다용도실에서 나온 것들이 하나라도 더 재활용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더 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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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뉴스 김민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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