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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부당 해고·공짜 노동…"근로기준법? 남 얘기"

여전히 부당 해고·공짜 노동…"근로기준법? 남 얘기"
입력 2020-11-12 20:15 | 수정 2020-11-12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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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50년 전 전태일이 외쳤던 것은 근로기준법을 그저 지키라는 것이었습니다.

    우리 헌법은 노동자들이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유지할 수 있는 최소한도의 근로조건을 법으로 보장하라고 하고 있는데요.

    그런데 노동 시간과 휴가, 부당 해고 금지 등을 규정한 이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는 사각지대에 놓인 노동자들이 적지 않습니다.

    곽동건 기자입니다.

    ◀ 기자 ▶

    1953년 제정 당시, 근로기준법은 모든 노동자들에게 열려 있었습니다.

    그런데 불과 그 이듬해, '16명 미만 사업장'은 예외로 한다는 규정이 등장하면서 뒷걸음질을 시작했습니다.

    '산업화'를 앞세운 박정희 정권은 이 예외 기준을 일부 조항에서 '30명 미만'으로 올렸습니다.

    더 많은 노동자들이 법의 울타리 바깥으로 밀려난 건데요.

    그랬다가 전태일 열사의 고귀한 희생, 이어 1987년 노동자 대투쟁 등이 노동과 인권의 가치를 일깨우면서, 지금은 '5인 미만 사업장'만 법 적용의 예외로 인정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상태로 30년 넘도록 제자리걸음인 근로기준법, 여전히 적잖은 노동자들을 사각지대에 버려두고 있습니다.

    ◀ 리포트 ▶

    61살 송왕섭 씨는 지난 5월 서울의 한 병원 장례식장 매점에 취업했습니다.

    그런데 주어진 업무는 예상과 전혀 달랐습니다.

    오전 8시에 나와 다음날 아침까지 24시간 2교대로 영안실과 빈소를 관리해야 했고, 시신을 수습하는 현장에도 아무 때나 불려 다녔습니다.

    [송왕섭]
    "평균 하루에 한 분씩은 고인을 '출동'이라고 해서 현장에 가서 고인 분들이 돌아가시면 이 표정이… 힘든 직업이에요. 힘든 직업…"

    매달 300시간 넘게 일하고도 손에 쥔 건 최저임금에도 못미치는 180만 원.

    야간과 휴일 근무를 고려하면 매달 100만 원 넘게 공짜 노동을 한 셈입니다.

    어떻게 이런 부당 행위가 가능한 걸까.

    이 병원 장례식장은 실제 직원이 10명을 넘습니다.

    그런데 사업자를 식당과 매점까지 세 개로 쪼개놨습니다.

    송 씨가 고용된 '매점'은 서류상 '5인 미만 사업장'으로 돼 있어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았던 겁니다.

    [장례식장 관계자]
    "한 울타리에 있다 보니까 (매점에) 협조를 요청할 수는 있을 수가 있어요. 좀 일손이 달리면 협조를 요청해서 이렇게 한 경우는 있는데…"

    '5인 미만 사업장'은 주 52시간제와 상관 없이 무제한으로 연장근무를 시킬 수 있고, 한 달 전에만 통보하면 이유 없는 해고도 법적으로 가능합니다.

    야간이나 휴일에 일을 시키더라도 수당을 더 주지 않아도 되고, 연차휴가는커녕 여성들의 보건휴가, 수유시간 역시 '5인 미만' 사업장에선 꿈 같은 일입니다.

    심지어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도 적용 안 돼 갑질을 당하더라도 신고조차 불가능합니다.

    [하은성 노무사/권리찾기유니온]
    "'선생님 죄송합니다. 지금 현행법상으로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라고 답변해야 하는데 '아니 그럼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는 사람도 아니냐' 되묻는 분도 계시고…"

    이처럼 불법 노동의 해방구인 '5인 미만 사업장'은 전체 업체의 60%, 종사자로 따져도 350만 명, 전체 노동자 5명 중 1명 꼴입니다.

    하지만 정부는 자영업자나 영세 사업장들이 무너질 수 있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사실상 손을 놓고 있습니다.

    [신인수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장]
    "(5인 미만 사업장에도) 근로기준법을 적용했을 경우에 어느 정도의 예산이 투입되는지조차 정부는 계산한 바가 없어요. 아무것도 안 해놓고 그냥 무작정 '5인 미만 사업장 다 어렵다'고만 얘기하는 것은…"

    종업원 수가 적다고 우리나라처럼 법 적용에 전면적인 예외를 둔 사례는 해외에서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MBC뉴스 곽동건입니다.

    (영상 취재 : 나경운 / 영상 편집 : 신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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