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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취재M] 또다른 조두순, 출소 '8일' 만에 재범…막을 수 없었나?

[집중취재M] 또다른 조두순, 출소 '8일' 만에 재범…막을 수 없었나?
입력 2020-11-12 20:53 | 수정 2020-11-13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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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 ▶

    시민들의 불안감은 사실 조두순 한 명을 향한 게 아닐 겁니다.

    성범죄자가 또 범죄를 저지를 수도 있다, 과연 사회는 시민을 보호할 시스템과 의지가 있는가, 불안의 근본적 이유일텐데요.

    또 다른 조두순, 혹은 조두순보다 더한 위험들을 여전히 우리 사회가 방치하고 있는 건 아닌지, 조두순과 똑같이 아동성폭력으로 감옥에서 12년을 살고 출소한 박 모 씨의 사례를 통해 윤수한 기자가 들여다봤습니다 .

    ◀ 리포트 ▶

    조두순이 8살 아이를 끌고 가 성폭행했던 2008년, 바로 그 해 서울 강남에선 중학생 6명에게 성범죄를 저지른 박 모 씨가 붙잡혔습니다.

    청소년만 골라 범행했는데, 재판 과정과 판결이 묘하게 조두순 사건과 닮았습니다.

    술에 취해 기억이 없다는 조두순처럼, 박 씨도 뇌수술 전력을 내세웠습니다.

    법원이 이 '심신미약' 주장을 받아들여 형량을 깎아준 점도 조두순 재판과 같았고, 공교롭게 형량마저 징역 12년으로 같았습니다.

    조두순보다 앞선 올 봄 만기 출소한 박 씨, 또다시 13살 중학생에게 성폭행을 시도했습니다.

    12년을 복역하고 나온 지 불과 8일만이었습니다.

    [유동훈/서울 수서경찰서 경사]
    "피의자가 착용 중인 전자발찌 이동 경로 추적을 통해서 범행 3일만에 피의자를 긴급체포하게 된 것입니다."

    전자발찌는?

    범행 당시 박 씨는 전자발찌를 차고 있었지만, 경보는 울리지 않았습니다.

    집 바로 근처에서 범행을 저질렀는데, 대략적인 위치만 확인하는 전자발찌는 주거지 행동 반경에 있으면 별 문제가 없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성범죄 재범의 절반 이상이, 거주지 반경 1킬로미터 안에서 이뤄지는데, 전자발찌로는 막기 어렵다는 얘기입니다.

    [공정식/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생활 공간을) 이탈하게 되면 보호관찰소가 개입을 하는데 그게 아니라 그 지역 내에서 활동을 하고 있다고 하면 (범행을) 모르죠."

    1대1 밀착감독은?

    재범 위험성이 높은 아동 성범죄 전력자를 일대일 밀착감시하는 제도도 도입됐지만 박 씨는 전담 관찰관이 없었습니다.

    밀착 감시 대상인지 심사를 해 볼 겨를도 없었다는 겁니다.

    [법무부 관계자]
    "(출소) 8일 만에 재범을 했기 때문에 1대1 지정을 신청하고 심사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을 겁니다."

    하지만 아동 성범죄의 재발 위험성이 극도로 높은 경우엔 출소 전 미리 심사할 수 있는 내부 지침이 있는데도, 정작 박 씨에게는 아무런 사전 조치가 없었습니다.

    출소 이후의 밀착감시가 미리 결정된 건 언론 주목을 받는 조두순 한 명뿐입니다.

    [배상훈/전 서울경찰청 범죄심리분석관]
    "저는 조두순만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대응 연습, 꾸준한 훈련, 반복적 훈련 이런 것들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고질적인 인력부족

    만약 박 씨가 일찌감치 1:1 밀착감시 대상으로 지정됐다면, 범행을 막을 수 있었을까?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재범 위험성이 높아 밀착감시가 결정된 아동 성범죄 전력자 중 88%, 168명에 대해 아직 전담관을 배정 못했기 때문입니다.

    일대일 밀착감시는커녕, 전자발찌를 찬 일반 성범죄 전력자 감시에도 일손이 달려, 1명이 17명을 맡고 있는 상황.

    박 씨에게 일대일 전담관을 배정하면, 다른 전자발찌 착용자 17명에 대한 감시가 구멍 나게 됩니다.

    [한상경/법무부 위치추적중앙관제센터 과장]
    "(밀착감시 대상자) 192명을 모두 1대1 전자감독자로 지정을 해버리면 나머지 전자감독 대상자를 거의 다 포기해야 되는 상황입니다. 전담보호관찰관 인력이 그렇게 되지 않거든요."

    조두순의 충격 이후 달라진 점도 없지 않습니다.

    출소 8일 만에 재범한 박 씨는 이번에도 재판에서 또다시 뇌수술에 따른 심신미약을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박 씨가 논리 있게 자신을 변호하는 등 사리 분별에 문제가 없어 보인다"며 징역 18년형을 선고했습니다.

    성폭력처벌법이 개정되면서 "기억 안 난다"는 변명은 이제 안 통하게 됐고, 전자발찌 착용도 당연시 됐습니다.

    동네에 사는 성범죄 전력자도 공개됩니다.

    그런데도 여전히 재작년 83명, 작년 55명이 전자발찌를 찬 채 성범죄를 또 저질렀습니다.

    법이 정한 죗값만 치르면 사회로 돌아와 활보하는 우리 주변의 얼굴 없는 조두순들, 안심하고 이들과 공존할 수 있는 길을 조두순은 12년 만에 다시 묻고 있습니다.

    MBC뉴스 윤수한입니다.

    (영상취재: 김경락, 전승현, 노성은 / 영상편집: 문명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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